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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토우

토우

- 권혁재(1965~ )

평택 삼리에 비가 내렸다
저탄더미 속에 들어간 빗물이
검은 까치독사로 기어 나왔다
석탄재 날린 진흙길 따라
드러누운 경부선 철길

나녀가 흘린 헤픈 웃음 위로
금속성 거친 숨을 몰아쉬며
기차가 얼굴 붉히며 지나갔다
한 평 쪽방의 몇 푼어치 사랑에
쓸쓸함만 더해주는 기적소리

누이의 교성이 흘러 다니는 삼리
누이의 꿈은 거기에 있었다
밤마다 사랑 없는 사랑이
하늘로 가는 문턱을 움켜잡고
비명을 질러댔다

축축한 신음소리만 되돌아오는
갈 길 먼 꿈들은, 역광장에 쏟아져 나와
가슴 뚫린 퍼런 그림자로 떠돌아 다녔다
갈 수 없는 가난한 어머니의 품을 찾아서

무뚝뚝한 하행선 열차가 떠나가고
반시간 쯤 후에 비가 내렸다
부활의 율동으로 옷을 벗는 누이,
삼리에 내리는 비릿한 토우.


빛바랜 전근대적 풍경을 배경으로 삼은 이 저탄더미는 암흑의 표상이고, 가난과 재난을 낳는 현실의 악에 대한 이미지로 생생하다. 빗물이 스민 저탄더미에서 기어나오는 “검은 까치독사”는 시각적 이미지가 강렬해서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까치독사는 먹잇감을 찾아 토우가 내리는 역광장, “가슴 뚫린 퍼런 그림자”들의 교성과 비명이 뒤섞이는 타락한 현실을 휘젓고 돌아다닌다. 까치독사는 양심을 물어 죽이고 독을 번지게 해서 마침내 꿈을 악몽으로 바꾼다. 이 “검은 까치독사”는 우리의 연약한 살을 물려는 악덕이고, 우리를 집어삼키려는 세계 빈곤 그 자체다. <장석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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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