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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하는 섬나라 대통령, 기후변화 대책 선도하다

키리바시의 아노테 통 대통령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호소하며 국제사회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바다에 잠길 위기에 있는 나라가 있다. 태평양 서쪽의 섬나라인 키리바시 공화국(Republic of Kiribati 이하 키리바시)이다. 33개의 산호초 섬으로 이뤄진 키리바시엔 국민 10만 명(2011년 기준)이 살고 있다. 평균 해발고도가 2m로 2050년께 국가 전체가 수몰될 위기다. 국민을 살리기 위해 전 세계를 뛰어다닌 공로로 제1회 선학평화상을

수상한 키리바시의 아노테 통 대통령을 만났다.


-최근 키리바시는 기후변화가 심한데.

 “그렇다. 바닷물이 마을에 스며들고 침식작용이 활발해 마을을 떠나는 주민이 늘고 있다. 바닷물이 마을의 물을 오염시키고 이 때문에 농작물이 피해를 입기도 한다. 지난해 초엔 심각한 만조 현상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이례적인 홍수가 발생했다. 3월에는 사이클론(태풍·허리케인처럼 열대저기압의 지방에 따른 이름) ‘팜’이 바누아투(남태평양 뉴헤브리디스 제도로 구성된 섬나라)를 강타했고, 키리바시도 사이클론의 피해를 입었다. 일부 섬에서는 집들이 바닷물에 쓸려나갔다.”

 -나라가 물속으로 잠기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알렸나.

 “처음엔 하지 않았다. 정부도, 국민도 아무 조치를 취할 수 없는데 나라가 물에 잠길 것이라고 말해봤자 소용없을 것이라 여겼다. 괜히 겁을 줘 국민을 비참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곧 생각을 바꾸고 국제사회에 대응을 촉구했다.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도자로서 국제사회가 이 사안에 초점을 맞추도록 호소했다.”

 -정부·국민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키리바시 정부는 ‘키리바시 공동적응계획(The Kiribati Joint Adaptation Plan)’을 채택했다. 국민이 이 땅에서 계속 살아남도록 국제사회에 키리바시 복원 건설을 지원해 주도록 호소하기 위해서다. 현실적으로 국제사회가 이 섬을 높이고 해수면을 낮추는 데 필요한 자원을 제공해 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키리바시의 땅덩어리는 줄어들 것이다. 현재의 인구 수를 유지하면서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할 수는 없다. 일부 국민은 이민 갈 준비를 해야 한다. 이는 국제사회가 어떤 도움을 주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다. 국제사회가 나서주지 않으면 국민 모두를 이주시켜야 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왼쪽)과 아노테 통 대통령.


 -‘존엄한 이주’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기후 때문에 국민을 이주시켜야 한다 해도 국민이 그곳의 ‘기후 난민’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난민이 되면 품위도, 존엄성도 잃는다. 고향은 버리더라도 존엄성마저 버리고 싶지는 않다. 존엄한 이주라는 말은 우리 국민이 훈련을 통해 기술을 갖추고 이주할 준비를 한다는 뜻이다. 어느 곳으로 가든 기술력을 갖추고 사회에 공헌하는 가치 있는 시민으로 말이다. 우리 국민은 결코 누군가의 짐이 되지 않을 것이다. 특별대우를 바라는 이류 시민이 아니라 존엄한 시민이 될 것이라는 꿈을 담은 정책이다.”

 -지난해 피지에 땅을 샀다고 들었다.

 “그렇다. 향후 식량안보를 대비한 투자다. 키리바시 국민을 피지에 이주시키려는 목적은 아니다. 한 지역으로 대규모 이주하면 부정적인 요소가 나타난다. 고맙게도 피지 정부는 만약 이주가 필요하다면 기꺼이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어떤 나라도 하지 못한 호의를 베푼 피지의 용기에 찬사를 표한다. 피지를 둘러보다가 그 땅을 소유한 교회 공동체를 만났다. 그 땅을 사려는 한 법인이 있었지만 교회공동체의 토지 관리인은 키리바시를 위해 파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여겼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국민이 계속 살 수 있겠나.

 “콘크리트 장벽을 세우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유럽과 달리 대륙붕이 없어 그만큼의 자원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자원을 얻기 위해서는 2㎞를 파 내려가야 한다. 아니면 다른 곳으로부터 그것을 실어와야 한다. 그렇지만 해결책은 있다고 확신한다. 수십 년간 상승한 해수면은 우리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한국 정부에 원조를 요청했고 한국의 기술진들이 평가를 위해 파견됐다. 현재 최종 보고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제1회 선학평화상을 수상한 소감은.

 “매우 영광이다. 때때로 제가 정말 이 상을 수상할 자격이 있는가 스스로 묻는다. 어쨌든 이 상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앞으로 캠페인을 추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 점에 대해 감사하다. 키리바시가 물에 잠기고 있다는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더 많이 불러모을 수 있게 됐다. 수상을 발판삼아 앞으로도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다.”

◆아노테 통(Anote Tong)=키리바시공화국의 대통령이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2050년 무렵 국가 전체가 바다에 가라앉을 위기에 놓인 자국의 상황을 세계에 알리면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세계에 공론화했다. 또 태평양 23개국 도서 국가의 협력체인 ‘태평양해양경관관리협의회’ 구성을 주도하며 태평양 해양 환경 보호를 위한 국제적 기획을 추진하고 있다. ‘존엄한 이주’ 프로그램을 실행하며 자국 국민이 존엄성을 잃지 않고 이주하도록 돕는 정책도 펴고 있다.

인터뷰=정심교 기자 jeong.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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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