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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사진전문기자의 '뒷담화'] '60년째 배우' 이순재






















‘60년째 배우’라고 했다.

배우 이순재 선생의 인터뷰를 통보하며 이지영 기자가 언질을 줬다.

지난해부터 벼르고 벼른 인터뷰라고 덧붙였다.

대학로의 한 소극장이 약속 장소였다.

후배들의 연습을 돌봐줄 시간이니 겸사겸사 게서 만나자고 했다.

이십여 분 일찍 도착했다.

그런데 소극장 담당자가 예서 만나는 게 맞느냐고 되물었다.

그날부터 연극연습 장소가 다른 곳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소품들마저 챙겨서 이미 다 떠났다는 것이었다.

이기자가 당황하며 한마디 했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요. 60년을 연기하며 약속과 촬영에 늦은 적이 없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전화 한번 해봐야 겠네요.”

사실 삼 년 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었다.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에 출연할 당시, 사진을 찍기 위해 담당 피디와 약속 시간을 조율한 적 있다.

“보통 촬영 세 시간 전에 오셔서 분장을 하고 대본 연습을 하십니다. 오후 다섯 시부터 촬영이 시작되니 두 시 이후부터 아무 때나 촬영장으로 오면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겁니다.”

당시 촬영장이었던 이천시 백사면 내촌리로 가서 보니 과연 그랬다.

마을 입구의 은행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었다.

바로 이선생과 통화가 되었다. 아르코 예술극장에서 만나자고 했다.

“마침 후배 연극인의 자서전 출판 기념회가 거기서 있다고 하네요. 겸사겸사 게서 뵙자고 하시네요.”

2~3분 거리였다. 바로 그곳으로 이동했다.

극장에 들어서니 『연극인생 50년 이승호(68)의 자서전 ‘외곬길’ 출판기념회』란 안내판이 보였다.

그리고 얼굴만으로도 알아볼 수 있는 배우가 100여 명 넘게 모여 있었다.

오래지 않아 이 선생이 당도했다.

입구에서부터 그의 도착을 알아본 배우들이 너나없이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여유롭게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볼 처지가 아니었다.

다음 일정 때문에 사진 촬영을 서둘러 하고 가야할 형편이었다.

그렇다고 너무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그들의 회포를 방해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100여 명이 족히 넘는다. 그렇게 인사를 나누어야 할 사람들이….

얼굴은 웃지만 속은 타들어 간다.

그 순간 축하 동영상을 촬영하는 팀들이 이선생을 낚아챘다.

그리고 바깥으로 잠깐 나가서 촬영에 응해 줄 것을 부탁했다.

연극 외길 50년 후배의 출판을 축하하는 일이니 이 선생이 흔쾌히 따라나섰다.

옆에서 지켜봤다. 끝나는 순간 나 또한 그들처럼 낚아채야 했다.

아니면 100명과 나누는 인사를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촬영이 끝나자마자 팔짱을 꼈다.

미리 사진을 찍어야 할 저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아 ! 그렇군요”라며 따라나섰다.

마로니에 공원이 보이는 아르코 예술극장의 담벼락을 배경으로 정했다.

60년 연기 인생의 소회를 표정으로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한 곳을 응시했다.

“저 마로니에가 대학 다닐 때도 있었는데, 여전하네.”

한참을 응시했던 게 바로 마로니에 나무였다.

“그때도 마로니에, 은행, 라일락이 있었지.”

“마로니에를 배경으로 찍어 드릴까요?”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좋다고 했다.

바로 나무 밑에 예전 서울대 캠퍼스의 조형물이 있었다.

또 한참을 들여다본다.

60여 년 전 그가 배우의 꿈을 키웠던 그 자리인 셈이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을 터다.

감회에 젖은 모습을 찍고 있는데 젊은이들이 다가와 이선생에게 인사를 건넸다.

기념사진 한 장 찍자며 부탁하는 젊은이들의 손을 꼭 잡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마치자마자 또 다른 젊은이들이 기념사진을 부탁한다.

대답은 특유의 말투로 또 “그럴까요”다.

다른 이들이 몰려올까 저어해서 얼른 극장으로 안내하며 물었다.

“일일이 다 응해주십니까?”

“내 나이가 많은데도 젊은 친구들이 알아 봐주니 고마운 일이죠”라며 씩 웃었다.

그 웃음, ‘60년째 배우’의 인생이 담긴 듯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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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