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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 영상 X선, 심·뇌혈관질환자 생존율 크게 높여

의료진이 협심증 환자에게 인터벤션 X선 장비로 혈관 상태를 확인하면서 심혈관조영술을 시행하고 있다. [필립스]


의술의 발전은 의료장비, 특히 영상장비 개발과 맥을 같이한다. 첨단 장비가 늘 의학적 한계를 극복했다. 혁신적인 진단·치료법이 탄생해 온 배경이다. 정확도와 안전성을 높이고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한다. 단순한 진단기기에 불과했던 영상장비는 이제 치료의 영역까지 넘나든다. 흉터와 후유증을 줄이고, 빠른 회복을 도와주는 최소 침습이 가능하도록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의료장비가 진화를 거듭한 결과다. 그리고 그 진화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구급차로 환자가 실려 왔다. 길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는 의식불명의 40대 편마비 환자다.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 결과 뇌혈관이 막혀 있었다. 진단명은 뇌경색. 환자는 곧 혈관조영실로 옮겨졌다. 의료진은 신속하게 환자의 허벅지 안쪽을 절개하고 대퇴동맥에 구멍을 뚫었다. 골든타임인 3시간 안에 혈관을 뚫고 혈류를 원 상태로 복구하기 위해서다. 의료진은 대퇴동맥을 통해 가는 관을 목 근처 뇌경동맥까지 밀어넣은 뒤 혈관 안으로 조영제를 투입했다. 그러자 모니터에 그물처럼 얽힌 뇌혈관이 드러났다. 의료진은 모니터에 나타난 혈관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혈전제거용 스텐트를 혈관이 막힌 곳까지 밀어넣었다. 5분여가 지난 뒤 스텐트에 혈관을 막았던 혈전이 붙어 떨어져 나왔다. 위급했던 환자는 건강을 되찾았다.

구식 진단장비 X선, 치료 영역으로

혈관조영술(인터벤션)은 심·뇌혈관질환자의 ‘라이프세이버(lifesaver)’다. 협심증·심근경색·뇌경색 등 날로 증가하는 심장혈관과 뇌혈관 질환을 치료한다. 가느다란 카테터(도관)와 유도 와이어, 스텐트를 이용해 수술하지 않고 치료한다. 과거에는 가슴이나 머리뼈를 열고 수술했지만 지금은 피부에 구멍을 뚫는 것만으로 혈관 안에서 모든 조작이 이뤄진다. 혈관조영술은 개복·개두술이 일반적이던 시기에 최소침습 시대를 연 치료법이다.

혈관조영술을 가능하게 만든 핵심 기구는 구식 진단장비로만 여겨졌던 X선이다. X선 영상장비로 찍은 혈관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여줘 혈관을 직접 열어보지 않고도 훤히 들여다보듯 시술하는 것이다.

영상의학의 꽃으로 불리는 MRI(자기공명영상촬영)도 X선을 대신할 순 없다. 자기장을 이용하는 데다 실시간 영상을 얻을 수 없어서다.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전평 교수는 “MRI 영상으로는 혈관조영술만큼 혈관 안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결정적으로 X선처럼 실시간 정보를 얻을 수 없어 치료 과정에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저선량으로 방사선 노출 우려 불식

하지만 단점이 있다. 혈관조영술 시 방출되는 방사선에 환자가 노출되는 것이다. 방사선 노출에 따른 위험은 시술하는 의료진에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영상장비의 발전은 방사선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클래러티 IQ(Clarity IQ)’ 기술이 적용돼 노출되는 방사선 수준을 낮춘 것이다. 이 기술은 혈관조영술 시 방사선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성을 높인 획기적인 기술로 평가받는다. 영상을 획득하는 모든 과정에서 방사선 양을 기존 장비 대비 20~40% 수준으로 낮췄다. 방사선 양이 줄면 영상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 정상이다. 불빛이 약하면 그림자도 약해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하지만 클래러티 IQ 기술은 기존과 동등한 영상 품질을 유지한다. 전 교수는 “(X선 장비의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히 진단을 하면서 방사선 피폭량을 줄인 것”이라며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큰 혜택”이라고 말했다.

3차원 영상으로 정확한 시술 가능

진화는 여기서 머무르지 않는다. 혈관 구조를 3차원으로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장비는 2차원 영상을 조합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당연히 영상이 제공하는 정보는 부족했고, 시술의 질은 의료진 수준에 따른 격차가 컸다. 3차원 영상은 시술의 질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전 교수는 “예전에는 평면으로 된 영상을 앞·뒤·양옆으로 찍은 것을 돌려서 위치를 파악했는데, 지금은 360도로 찍은 3차원 영상으로 시술의 정확도를 올렸다”고 말했다.

3차원 영상장비는 특히 뇌동맥류 치료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안쪽 벽의 막이 손상되면서 혈관벽이 부풀어오르는 질병이다. 두개골 내 압력이 올라가면서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사망에 이른다. 전 교수는 “2000년부터 미국 의학교과서에는 3차원 장비가 없는 병원은 뇌동맥류 수술이나 인터벤션을 하지 말라고 돼 있다”며 “뇌동맥류 치료에 있어서 절대적인 장비”라고 말했다.

필립스 ‘알루라 클래러티’

동맥류 혈류 변화 실시간으로 측정




글로벌 헬스케어 전문 기업 필립스가 선보인 ‘알루라 클래러티’는 인터벤션 X선(Intervention X-ray) 장비의 첨단으로 불린다. 기존 장비 대비 방사선 노출량을 줄인 것은 기본이다. 이미지 한 장당 방사선 양이 기존 장비는 0.17mSv(밀리시버트)인 데 비해 알루라 클래러티는 0.04mSv에 불과하다. 실제 2011년 스톡홀룸 카롤린스카(Karolinska University) 대학병원에서 동일한 환자를 대상으로 영상 품질을 비교한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알루라 클래러티는 뇌혈관 시술 시 방사선 피폭량을 73%나 줄이면서도 기존 혈관조영장비와 동일한 품질의 영상을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베셀내비게이터(Vessel Navigator)로 몸속 혈관 구조를 3차원으로 표현했다. 특히 시술 중 실시간으로 초음파 영상을 불러와 심장의 입체구조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에코내비게이터(Echo Navigator)도 탑재했다. X선 영상과 초음파 영상을 모두 확인할 수 있어 보다 정확한 시술이 가능하다.

특히 애뉴리즘플로(Aneurysm Flow)도 장착했다. 뇌동맥류 인터벤션 시술 시 동맥류에서의 혈류량·속도·방향 등의 혈류 변화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첨단 기술이다. 추정치가 아닌 환자의 동맥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동맥류의 경중을 가려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할 동맥류와 경과 관찰이 필요한 동맥류 구분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입증하는 해외 연구논문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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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