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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칼럼] 지하철 2호선에서 발견하는 한국인의 진면목

이리나 코르군
한국외국어대 교수.
휴가를 마친 사람들이 속속 서울로 돌아오고 있다. 한국인들은 휴가 기간에 잠시 쉬었던 인생의 바퀴를 또 열심히 돌릴 것이다. 내 생각에 ‘열심히’라는 단어는 한국인들이 사는 방식을 압축적으로 잘 표현하는 것 같다.



며칠 전에 지하철 2호선을 탔다. 순환선이라 환승역이 유달리 많다. 그래서 2호선을 타면 서울에 사는 사람들의 유형을 거의 다 만날 수 있다. 내 옆 자리에 앉은 아줌마가 열심히 스마트폰으로 카톡을 하고 있다. 카톡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피아노 수업 갔다왔어?"

“ㅇㅇ.”

“지금 태권도 수업하고 돌아오고 있는 거니?”

“네.”



문답을 보니 자녀와 채팅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갑자기 '저 아이는 어떻게 하루에 서로 성격이 다른 일을 저렇게 할 수 있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채팅을 하다 보면 나는 금방 어지럽고 피곤해진다. 그런데 옆자리 아줌마는 채팅을 마치더니 곧바로 스마트폰으로 검색 사이트에 들어가 중국어 단어를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다.



건대입구역이 가까워지자 아줌마는 내릴 준비를 했다. 뭐든지 열심히 잘할 것 같은 그의 모습을 보면서 왠지 내가 인생에서 실패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왜냐하면 이런 한국 아줌마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뭐든 열심히 하는 한국인들의 문화를 농경문화로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서구 농경사회에서는 열심히 할 수 있는 일을 한 가지만 선택하고 나머지 일들은 적당히 느긋하게 했다. 사람의 몸과 마음도 쉬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모든 일에 힘을 쏟지는 않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일뿐만 아니라 노는 것도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초저녁부터 밤늦게까지 몇 차에 걸쳐 계속되는 한국의 밤 문화에 적응하려면 강인한 체력이 필요하다. 일과 놀이 모두에 집중할 수 있는 한국인의 힘은 과연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지하철 2호선은 계속 달린다. 다시 지하철 내부를 둘러보니 같은 칸에 탄 사람들이 나를 빼고 모두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 맞은편에 앉은 소년은 이어폰을 낀 채 손짓을 해가며 열심히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 그 옆에 앉은 학생은 단어장을 넘기면서 외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한 남자는 회사 보고서를 열심히 보고 있다.



갑자기 아버지 생각이 났다. 아버지는 한국과 가까운 러시아 연해주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으시다. 아버지는 연해주 숲 속에서 캐는 산삼이 비싸고 몸에도 아주 좋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지친 몸을 회복시켜주는 인삼 또는 홍삼을 많이 먹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열심히 사는 체력을 얻는 것일까.



오늘도 지하철 2호선은 계속 달리고 한국 사람들은 그 안에서 여전히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앉아 있는 것은 나뿐이다. 지하철을 타는 동안 나의 시간만이 지하철 안에서 멈춰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남들에게 뒤떨어지지 않으려면 한국에서는 2호선을 타야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도 열차에서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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