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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회의는 동네 카페에서 … 성과 평가하는 인사팀 없어요”

김봉진 대표가 자신이 개발해 무료 배포한 서체인 ‘한나체’로 쓴 철가방을 들고 있다. 그는 “큰딸 이름에서 딴 서체”라며 “예쁜 한글이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이길 바란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네버랜드(Neverland)’. 동화 피터팬에 등장하는 환상의 나라다. 이곳에 사는 어린이는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다. 서울 한복판에도 네버랜드가 있다면 어딜까. ‘배달의민족’ 앱을 운영하는 벤처기업 ‘우아한형제들’ 본사가 그 하나일 것이다. 경영하는 디자이너, 김봉진(39) 대표를 지난 26일 서울 석촌동 네버랜드 10층의 ‘피터팬의 다락방’에서 만났다. 원형 극장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이 다락방은 회의실로 쓰인다. 계단형 단상에 앉으면 석촌호수와 롯데월드가 한눈에 들어온다. 직원들은 서로의 얼굴 대신 창밖 풍경을 보며 아이디어를 낸다. 김 대표는 “마주 보는 회의실의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 공간을 창의적으로 만들면 사람의 창의성이 발휘된다”고 했다.

우아한형제들 사무실엔 위트 넘치는 글이 곳곳에 있다. 천장이 낮은 곳을 지날 때 주의하라는 문구. 놀이동산을 바라보는 대형 피터팬 스티커. 피터팬의 다락방 전경. 접견실인 악어의 방과 앵무새의 방. 구성원들은 회의실에 들어서기 전 ‘생각하기’란 질문을 먼저 받는다. [사진 우아한형제들]
 - 왜 네버랜드라고 부르나.

 “우리 회사는 카페에서 시작해 선배 사무실 한쪽을 거치며 성장했다. 당시 구성원들(그는 회사 직원들을 구성원이라고 부른다)에게 버킷리스트를 받았는데 회사가 한적한 곳에 있기를 바라더라. 공원 주위 부동산을 알아봤다. 석촌호수와 롯데월드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꽂혔다. 문득 네버랜드가 떠올랐다. 공간이나 디자인에 이야깃거리를 담는 걸 좋아한다. 스토리를 입혀야 생명력을 갖는다. 원래 존재 자체가 별다른 의미가 없어도 교감하고 이야기가 들어가면 그 이상의 가치를 갖게 된다. 또 다른 회의실에 ‘후크의 해적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나무 바닥으로 만들어 해적선에 탔다는 느낌을 주는 식이다.”

 - 효과는 있나.

 “공간에 따라 사람은 달라진다. 박물관에 갈 때와 클럽에 갈 때를 생각하면 된다. 회사가 창의성을 얘기하면서 칸막이를 치고 전형적인 회의실을 두면 창의적일 수 없다. 최근 ‘우리 동네 카페’란 실험을 하고 있다. 회사 주변의 카페와 계약해 구성원들이 마음대로 커피를 마시면서 회의를 할 수 있게 했다.”

 - 실험을 많이 한다.

 “재밌다. 구성원들과 얘기하다 보면 필요한 것들이 있다. ‘지만가’라고, ‘지만(저만) 집에 갑니다’ 또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는 뜻이다. 본인 생일과 배우자 생일, 기념일엔 무조건 오후 4시 퇴근이다. 월요일 오전까지 쉬는 4.5일제와 자기 성장 도서비 지원도 있다. 월 100만원을 도서비로 신청한 직원도 있었는데 목적에 맞다면 괜찮다. 영업본부의 인센티브는 없앴다. 대신 기본급에 인센티브를 더해 그만큼 연봉을 책정한 뒤 팀 실적제를 도입했다. 그랬더니 지난해 성과가 더 좋았다. 영업사원끼리의 경쟁이 없어지고 자기 노하우를 공유했기 때문이다.”

 - 최근 바로결제 수수료(이용자가 앱에서 결제할 때 점주들이 지불하는 수수료) 0%를 밝혔다.

 “적자는 커졌는데 주문량은 늘었다. 신규 구매자가 24% 늘었다. 소비자가 서비스를 사용할 때 사회적 책임감도 고려하는 걸 알게 됐다. 수수료는 좋은 수입원이지만 거부감이 있는 데도 밀고 나가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광고·디자인 상품 등 다른 수익 모델을 더 개발하고 있다.”

 - 선호하는 인재상이 있나.

 “살면서 근면·성실이 가장 중요하단 걸 알았다. 척도로 잡을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칼출근(제시간 출근)을 강조한다. 지각하는 구성원은 ‘근면성실 TF’에 들어간다. 거기서 ‘앞으로 지각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고민하게 한다(웃음). 천재성보다 성실함이 우선이다. ‘회사는 평범한 사람들이 만나 함께 비범한 성과를 내는 것’이란 말을 가장 좋아한다. 경영의 핵심이라고 믿는다.”

  배달의민족은 배달 앱의 선두주자다. 이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주변의 짜장면·치킨 등 배달 업소를 검색하면 앱을 통해 주문과 결제까지 가능하다. 누적 다운로드 수가 1900만 건을 넘었고 월 주문량은 550만 건이다. 2011년 창업 당시 6명이었던 직원은 230여 명으로 늘었다.

 - 구성원들 관리가 힘들어졌겠다.

 “관리보다는 관심이 중요하다. 관리하는 걸 알면 딱 그만큼만 일한다. 대신 관심이나 애정을 더 많이 보여주면 믿음이 생긴다. 그러면 갖고 있는 능력치보다 더 큰 능력을 발휘한다. 또 하나는 관계의 문제다. 구성원들이 회사에서 진짜로 힘들어하는 건 동료와의 관계 때문이다. 그것 때문에 회사를 그만둔다.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회사엔 인사팀 대신 ‘피플팀’을 만들었다.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구성원들 간 관계는 어떤지 신경을 쓰는 팀이다. 대신 A, B, C와 같은 개인별 성과평가는 안 한다. 나도 회사생활 하면서 했던 고민이다. 잘하는 사람이 혼자 잘나서 성과를 내는 건 아니다. 다른 사람들과의 협업을 통해 이뤄진다. 거기서 튀는 사람이 주목을 받지만 사실은 많은 팀원의 도움을 거쳐야만 한다. 그래서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지만 다른 사람을 서포트하는, ‘타인의 역량이나 재능을 증폭시켜주는 사람’을 찾아낸다. 그들을 더 많이 케어한다.”

 벤처업계의 잘나가는 최고경영자(CEO)가 됐지만 그는 디자이너란 호칭이 더 좋다고 했다. 서울예대에서 실내디자인을 전공한 김 대표는 네오위즈와 NHN(현 네이버)의 디자이너로 일하다 창업의 길로 나섰다. 그는 짧은 머리에 수염을 기르고 뿔테 안경을 고집한다. 김 대표는 “내성적인 성격 탓에 나를 잘 드러내지 못하다 창조적인 사람의 특징은 ‘털’에 있다는 공통점을 알게 됐다(스티브 잡스가 그중 하나란다)”며 “까까머리는 나를 표현하기 위한 돌파구였다”고 했다.

 - 학창 시절은 어땠나.

 “그림 그리기만 좋아했고 공부는 진짜 못했다. 예술중학교나 예고에 가지 못해 수도공고에 갔을 정도니까. 공고에서도 42명 중 40등이었다. 내 뒤 2명은 축구부였다. 서울대나 홍대 같은 곳은 꿈도 못 꿨다. 실기만 보는 서울예대에 들어갔다. 주류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주류였기 때문에 모험이 가능했다.”

 -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 서비스’를 한다.

 “어릴 때 살던 옥수동엔 독거노인이 많다. 홀로 지내는 어르신에게 우유를 배달하는 서비스다. 배달 우유가 쌓이면 사회복지사와 함께 그 어르신을 찾아간다. 다니던 교회 목사님이 하던 일인데 3년 전 동참했다. 지난해 골드먼삭스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 우유배달 서비스 얘기를 했다. 그랬더니 각국 골드먼삭스 파트너 20명이 수억원을 모아 보내줬다. 세상이 아직 따뜻하다는 걸 느꼈다. 곧 사단법인을 설립해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 어떤 기업을 꿈꾸나.

 “구성원들이 행복한 회사다. 3년마다 구성원들에게 받는 버킷리스트에서 사옥을 지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다. 돈은 없지만 조감도를 그리고 있다. 구성원들과 꿈을 나눌 것이다. 개인적으론 디자이너라는 본분을 지키고 싶다. 경영을 혁신한 디자이너로 기억되고 싶다.”

글=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 BOX] “책은 내면을 살찌우는 도구” 매달 책값 30만원 쓰는 독서광

김봉진 대표는 독서광이다. 책을 가까이 한 건 “아내의 투자 덕분”이라고 했다. “첫 사업에 망하고 우울한 시절이 있었어요. 아내가 김미경씨의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를 읽고 저에게 투자를 결심했죠. 책값을 많이 지원해줬어요.”

 그는 지금도 매달 30만원 정도를 책 사는 데 쓴다. 김 대표는 인생을 바꾼 책으로 일본의 살아 있는 ‘경영의 신’이라고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를 꼽았다. 그는 “책에서 일은 나 자신을 수련하는 가장 좋은 도구라고 한 부분의 울림이 컸다”며 “디자이너를 꿈꿨지만 집착만 했다. 책을 보면서 나에게 부족한 게 꾸준함이란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짐 콜린스)를 통해 회사의 비전과 핵심가치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다고 했다. 그는 다이어리에 4년 전 책을 보고 만든 핵심가치와 비전 쪽지를 넣고 다닌다.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존 러스킨)를 읽고는 사람의 동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애정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다. 그는 고전도 꾸준히 읽는다. 『논어』는 물론 플라톤의 『국가』 『한비자』 등이 그에게 영감을 준 고전이다. 그는 “책은 내면을 살찌우는 도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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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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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