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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정의할 순 없지만 보면 알지 … 그 혼돈스런 모더니즘의 세계

모더니즘

피터 게이 지음

정주연 올김, 민음사

816쪽, 3만5000원




모더니즘이란 뭘까. 뭔지 모르진 않는데 선뜻 답이 안 나온다. 고맙게도 저자는 포르노에 대한 미국 대법원의 유명한 판결을 상기시킨다. 정의할 순 없지만 ‘보면 안다’는 것이다. 모더니즘도 그렇다. 19세기 후반 보들레르의 시와 인상파의 그림에서 시작해 20세기 중반까지, 그 광범하고 혼돈스런 활약은 한마디로 규정하기 힘들다. 그 공통점을 저자는 크게 두 가지로 꼽는다. 하나는 이단의 유혹, 즉 관습적 감수성에 저항하려는 충동이다. 다른 하나는 철저한 자기 탐구다. 이런 특징을 이 책은 모더니즘이 대두한 사회적·경제적 배경과 더불어 각 분야 예술가와 그 작품을 통해 짚어간다. 미술·문학·음악·건축·연극에 영화까지 아우른다.



 저자 피터 게이는 유럽 근대사상사·문화사에 대한 저서들, 특히 프로이트 전기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역사학자다. 그는 작품에 대한 평가는 물론이고 모더니즘이 대두한 시대적 역동성과 각 예술가의 기질적 특징까지 예리한 필체로 서술한다. 이들을 섣불리 하나로 묶는 대신 모더니즘 안팎의 갈등을 주목한다. 모더니스트들이 다른 분야의 모더니즘에 늘 공감한 것도, 히틀러를 예찬한 소설가 함순에서 보듯 정치적·이념적 성향이 동일했던 것도 아니란 점을 거듭 강조한다. 부르주아 중산층을 경멸한 모더니즘의 세속적 성공이 중산층이란 새로운 문화소비세력에 힘입었다는 역설도 마찬가지다. 그 결과 이 책은 기존의 정전과 관습에 반기를 들어 새로운 고전이 된 예술의 일대기, 그 예술가들의 열전처럼 보이기도 한다.



 세계대전·파시즘을 딛고도 이어진 모더니즘은 자기 탐구가 실종된 팝아트에 이르러 종언을 고했다는 게 저자의 평가다. 결말은 좀 혼돈스럽다. 저자는 마르케스의 소설이나 게리의 건축을 예로 들며 모더니즘 부활 가능성을 기대한다. 모더니즘의 특징을 지닌 예술은 언제 다시 나오든 모더니즘으로 불러야 할까. 아니면 모더니즘이 추구한 새로움·독창성, 그리고 내면의 응시야말로 미래에도 예술의 핵심이라는 뜻일까. 저자는 올해 5월 92세로 별세했다. 이 책은 그의 마지막 저서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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