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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유럽 vs 유럽의 독일

왕윤종 SK경영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가장 독일적인 작가로 평가 받는 토마스 만은 “독일인으로 태어나면 독일의 운명과 독일의 죄과를 짊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문과 예술을 사랑했던 문명 국가 독일이 어떻게 나치 체제와 같은 극단적인 야만성을 드러내게 되었는지 독일인으로서의 고뇌와 신랄한 자기반성을 소설 [파우스트 박사]에서 밝혔다. 독일은 ‘독일의 유럽’이 아니라 ‘유럽의 독일’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조다.



1990년 독일 통일은 국제 정치질서의 분수령이었다. 냉전의 종식을 알리는 사건이기도 했지만 파우스트의 망령이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팽배해졌다. 주변국들은 통일을 계기로 독일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견제하려면 유럽연합과 같은 집단지도체제가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런 공동의 연대 의식 속에 유로화라는 단일 통화로 가는 10년의 로드맵이 1991년 12월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에서 탄생한 것이다.



그러나 유로화 출범 과정에서 작금의 그리스 사태와 같은 우려는 지지자들의 환호에 묻혔다. 이와 달리 당시 미국의 폴 크루그만 교수는 매우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그의 논지는 다음과 같다. ‘단일 시장과 단일 통화로 형성된 유럽은 무역의 연계성을 증가시키게 되고, 각국은 비교우위에 기반해서 생산의 특화를 보일 것이다. 역내 비대칭적 공급 충격에 대해 각국은 독자적으로 경기 안정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단일 통화정책으로는 각국의 개별적인 경기 불안정을 해소할 수 없으므로 재정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유럽은 재정연방주의를 채택하지 않기 때문에 유로화의 도입은 내재적으로 한계를 안고 있다.’



마스트리히트 조약은 단지 유로존 가입을 위한 조건만 명시했을 뿐 각국이 안고 있는 재정 건전성을 충분히 담보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유럽연합은 각국의 재정이 통합되지 못한 불완전한 연합체다. 실제로 그리스뿐만 아니라 남유럽 국가 모두 재정 취약성이 드러났다. 더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 삭감과 개혁 조치에 대한 피로감이 점증하면서 차라리 유로존을 탈퇴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작금의 유로화 위기를 헤쳐나가려면 유로 도입 당시의 낡은 규칙과 제도를 버리고 새로운 비전과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 마침 그리스와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었던 지난 6월 22일 유럽연합의 5개 의장(집행위원회, 유럽의회, 유럽중앙은행, 유로그룹, 유럽이사회)들이 늦어도 2025년까지 현 유로 체제의 미비점을 정비해 가겠다는 공동 보고서를 발표했다. 금융 측면에서 유로존 단일의 예금보호기구와 단일 구제금융기구의 설치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은행연합(Banking Union)을 완성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재정 측면에서는 유로존 재정부 설립을 추진해 취약한 재정통합의 문제점을 보완할 방치이다.



아마도 가장 큰 쟁점은 통합 재정부를 통한 유로본드의 도입일 것이다. 각국은 독자적으로 국채를 발행하고 있지만 통합 재정부를 통한 유로본드의 도입은 회원국이 함께 연대 보증을 제공하는 채권이 될 것이다. 관건은 독일이다. 자국의 양호한 신용등급 덕분에 충분히 낮은 금리로 국채를 발행할 수 있는 독일이 그리스를 포함해 신용도가 낮은 회원국의 국채 발행을 위해 연대보증에 나설까? 독일이 ‘독일의 유럽’과 ‘유럽의 독일’ 가운데 어느 쪽에 서느냐에 따라 유로의 미래가 좌우될 것이다.



- 왕윤종 SK경영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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