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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드축제·산천어축제 꺼리는 여행사 “쇼핑 못 시키니까”

지난 25일 저녁 서울 테헤란로 한국 문화의집(KOUS)에서 펼쳐진 ‘화무(火舞)’ 무대 중 정명희씨가 ‘민살풀이 춤’을 추고 있다. 매주 화요일 한국의 명무가 이어진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달 17일 충남 보령 머드축제 개막 현장. 수많은 외국인이 진흙 범벅인 채로 뛰어다녔다. 보령 머드축제는 외국에서 더 유명하다. 해외 언론의 호평도 잇따랐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지난해 7월 18일 보령 머드축제를 “세계에서 제일 난장판(messiest)을 만드는 축제”라고 소개했다. 제대로 흥겹게 놀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다. 보령 머드축제에는 1998년 이후 외국인만 186만 명이 찾았다. 올해도 30만 명이 방문했다.

 배제대 관광이벤트연구소가 지난해 보령 머드축제 만족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외국인은 13개 항목 모두 내국인 관광객보다 높은 점수를 줬다.

 문제는 축제를 방문한 외국인 대다수가 국내 거주 외국인이란 사실이다. (재)보령머드축제조직위원회 이용열(49) 사무국장은 “국내 여행사가 모집한 단체는 전체 외국인 방문자의 1%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서울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은 한국적 미학이 실물로 구현된 문화유산의 보고로 국내외 명사들이 앞다퉈 찾아오는 ‘컬처 쇼핑’의 명소다. 정미숙 관장이 지난 20년간 쓸고 닦아 온 한옥을 바라보
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여행사가 보령 머드축제를 회피한다. 20년 경력의 가이드 박모씨의 말이다. “서울을 벗어나면 쇼핑센터가 없잖아요. 종일 걸리는데 쇼핑은 언제 해요?”

 2011년 CNN 인터넷이 ‘7대 겨울 불가사의’라고 소개한 강원도 화천 산천어축제도 여행사가 꺼리는 건 마찬가지다. CNN 보도 이후 화천 산천어축제를 방문한 외국인이 급증했다.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쏟아져 들어왔다. 2010년 외국인이 1만 명이 안 됐는데, 올 1월에는 5만3000명이 넘었다.

 화천 산천어축제는 외국인 방문객 가운데 단체가 80%나 차지한다. 그러나 속사정은 다르다. 국내 대형 여행사 A사 간부의 설명이다. “동남아에는 겨울이 없어서 겨울 상품은 제주도를 빼고 강원도를 넣어요. 특히 산천어축제는 현지에서 꼭 넣어달라고 요청이 들어와요. 그래도 많이 안 보내요. 교통도 안 좋고 숙소도 없거든요. 대신 스키장으로 돌려요.”

 지난해 A여행사가 동남아 여행객에게 판매한 패키지 상품 20개 중에서 화천 산천어축제가 포함된 건 2개였다.


 ◆유커는 바쁘다=지난 12일 오전 10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30여 명을 태운 버스가 서울 광화문 앞에 섰다. 유커들은 경복궁으로 들어갔다가 30분 뒤 청와대로 이동했다. 청와대 앞에선 20분을 머물렀다. 점심을 먹은 뒤에는 내내 쇼핑이었다. 인삼 매장에 갔다가, 명동 화장품 가게를 들렀다가, 길 건너 대형 면세점으로 갔다.

 한국에서 유커는 쇼핑하느라 바빠서 여행을 못한다. 한국의 문화를 보고 즐길 시간이 없다는 뜻이다. 특히 패키지 상품은 사실 쇼핑관광이다. 한국 여행사가 적자로 상품을 구성한 뒤 부족한 수익을 쇼핑 수수료로 메우고 있어서다.

 국내 B여행사 대표는 “서울·제주 4박5일 상품은 중국 여행사로부터 최소 24만원의 지상비(항공료를 제외한 여행비)를 받아야 하지만 절반 이하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상비는커녕 중국 여행사로부터 유커를 사오는 경우도 많다”고 털어놨다. 중국 여행사에 지급하는 인두세(人頭稅)는 1인 100~500위안(1만8000∼9만1000원) 수준이다. 이 경우 국내 여행사는 유커 1인당 최대 33만원(포기한 지상비 24만원+인두세 9만원)의 적자 상태에서 상품을 판매한다.

 현재 유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패키지 상품은 ‘서울·제주 4박5일’이다. 중국 대형 여행사 ‘시트립’의 2399위안(약 43만원)짜리 상품을 살펴보자. 5일간 대형 면세점 2곳 방문 등 공식 쇼핑 일정이 6번이고, 쇼핑이 포함된 관광지 까지 합하면 쇼핑만 9번이다.

 유커를 비롯한 외국인 단체는 서울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보령 머드축제나 화천 산천어축제에 가고 싶어도 여행 상품이 많지 않다. 강신겸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는 “머드축제나 산천어축제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놀이가 관광 축제로 성공한 사례인 데다 해외 반응도 좋다. 그러나 쇼핑 수수료에 의존하는 관광업계의 현실 때문에 여행 상품으로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글=손민호·최승표·홍지연 기자 ploveson@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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