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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박정진·윤규진 혹사, 레이더가 추적했다



한화 투수 권혁(32)은 지난 21일 대전구장 kt전에서 나흘 만에 마운드에 섰다. 피로누적으로 링거주사를 맞은 뒤였다. 올시즌 권혁의 다섯 번째 4일 휴식 뒤 등판이었다.

모처럼 푹 쉬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실점은 없었지만 안타와 볼넷을 하나씩 내줬다. 그리고 하루를 쉰 뒤 등판한 23일 광주 KIA전에선 역시 1피안타 볼넷 1개로 2실점했다. 시즌 초반의 구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권혁을 비롯해 혹사에 지친 한화 불펜 투수들의 구위는 과연 얼마나 떨어졌을까. '구위 저하'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잠실과 목동구장에는 레이더와 카메라를 이용해 투구에 관한 데이터를 산출해내는 '트랙맨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일간스포츠는 시스템 운영사인 애슬릿미디어의 협조를 받아 두 구장에서 한화 투수들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은 박윤성 비즈볼프로젝트 야구팀장이 맡았다. 데이터에 대한 야구기술적인 해석은 한화 투수코치를 지낸 송진우 KBS n 해설위원에게 부탁했다. 다만 이 분석은 투수 별로 5~6경기 데이터만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 권혁

권혁의 주무기는 전성기엔 시속 155km까지 찍혔던 포심패스트볼이다. 삼성 시절부터 70% 이상 비율로 이 공을 던졌다. 나머지는 슬라이더였다. 올해 초반 권혁의 포심 구위는 대단했다. 타자의 예상보다 공 반 개 정도 높은 포인트에서 배트에 공이 맞았다. 이른바 '공끝'이 살아있었다. '공끝'을 물리적으로 설명하는 개념이 수직 무브먼트(이하 V무브먼트)다.

권혁의 날짜별 패스트볼 평균 V무브먼트 변화 추이.


패스트볼은 직선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중력의 영향 때문이다. 회전이 좋은 공은 마그누스 효과에 의해 중력 영향을 이기면서 덜 떨어진다. V무브먼트는 일반적으로 중력을 받을 때 궤적보다 얼마나 공이 덜 떨어졌는지를 나타낸다. 6월 2일 목동 넥센전에서 측정된 권혁의 V무브먼트는 52cm였다. 그러나 다음날 등판에선 48cm로 떨어졌고, 7월 11일 잠실 LG전에선 46cm였다. 가장 최근 측정치인 8월 13일 목동구장에선 42cm로 기록됐다. 한 눈에 봐도 명확한 우하향 그래프다.

송진우 위원은 "지금 권혁의 직구는 타자가 예측한 지점으로 들어온다. 피로 누적으로 구위에 데미지가 왔다"고 말했다. 이어 "제구도 되지 않는다. 몸쪽 승부구가 공 한 두 개 차이로 빠진다. 지친 투수는 마음먹은 곳에 공을 던지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포심 구위 저하와 함께 두드러지는 현상이 있다. 역설적으로 직구 의존도가 높아졌다. 6월 2일엔 71%였던 직구 비율이 8월 13일엔 87%로 늘었다. 총 15구 가운데 13개가 포심패스트볼이었다. 손목을 꺾어야 하는 슬라이더 구사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송 위원은 "권혁은 김성근 감독의 권유로 시즌 전부터 스플리터성 체인지업을 익혔다. 하지만 승부에서 던질 자신이 아직 없다. 슬라이더도 결국 자신감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구사율이 낮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혁의 날짜별 패스트볼 구사비율 변화 추이.


공을 손에서 놓는 릴리스포인트에도 변화가 보인다. 6~8월 사이 릴리스포인트가 왼쪽으로 15cm 가까이 이동했다. 높이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투수가 지치면 일반적으로 릴리스포인트가 낮아진다. 그런데 권혁의 경우 낮아지는 대신 옆으로 갔다. 특이한 현상이다. 송 위원은 "권혁은 원래 상체 위주 피칭을 하는 투수였다. 그러나 시즌 초반 하체를 쓰면서 구위가 더 좋아졌다. 그런데 지금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시즌 초반 낮았던 왼쪽 무릎이 다시 높아지니 팔 각도가 처져도 릴리스포인트 높이는 변화가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송 위원은 "릴리스포인트가 낮아지는 건 전형적인 피로 증상이다. 이러면 구위와 함께 제구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 박정진

박정진(39)은 올시즌 권혁과 함께 유이하게 90이닝 이상을 던진 구원 투수다. 패스트볼의 V무브먼트 감소는 박정진에게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권혁에 비해서 기울기는 완만한 편이다. 그러나 8월 14일 목동구장 V무브먼트 수치는 45cm였다. 이전 측정된 5경기에선 최저값이 52cm였다. 갑작스런 감소가 우려된다. 박정진은 다음 경기인 18일 대전 NC전에선 호투했지만, 20일 대전 kt전에선 세 타자를 맞아 안타 2개와 볼넷 1개를 내줬다.

박정진의 패스트볼 평균 V무브먼트 변화 추이.


박정진은 권혁과 반대로 직구보다는 슬라이더가 주무기인 투수다. 마치 포크볼처럼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가 일품이다. 빠른공보다는 슬라이더의 구위 변화를 추적해야 한다. 슬라이더는 직구처럼 오다 변하는 공이다. 따라서 슬라이더와 패스트볼의 수직 및 수평(H)무브먼트 차이가 어떻게 변했는지가 중요하다.

박정진의 슬라이더-패스트볼 V무브먼트 차이 변화 추이.


6월 2일 V무브먼트 차이는 45cm였다. 그러나 이후 5경기에서 딱 한 번 40cm 이상을 기록했을 뿐이다. 7월 30일에는 35cm까지 떨어졌다. 전체적으로 권혁의 직구처럼 우하향하고 있다. H무브먼트는 들쭉날쭉한 그래프를 그리지만 역시 전체적으로 하향 추세다. 박정진의 슬라이더는 지금 예전보다 덜 떨어지고, 덜 휘어진다. 슬라이더가 주무기인 투수에겐 치명적이다.

박정진의 슬라이더-패스트볼 H무브먼트 차이 변화 추이.


송진우 위원은 "최근 박정진의 슬라이더가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 좋을 때는 스트라이크처럼 오다 볼 코스로 떨어졌다. 지금은 볼에서 스트라이크가 된다. 지쳐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좋은 슬라이더를 던지기 위해선 손끝으로 공을 강하게 눌러줘야 한다. 지금은 그게 잘 안 된다. 어깨에도 피로가 쌓여 좋은 팔 스윙이 나오지 않는다"고 평했다.


▶ 윤규진

윤규진(31)은 이미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됐다. 8월 18일 오른쪽 어깨 충돌증후군 증세로 1군 등록이 말소됐다. 정도에 따라 회복에 3주~3개월이 소요되는 부상. 더 악화될 위험도 있다. 메이저리그의 페드로 마르티네스, KBO리그 이대진의 선수 경력은 이 부상을 시작으로 망가졌다.

윤규진의 날짜별 패스트볼과 스플리터 구속 변화 추이.


윤규진의 마지막 시즌 등판은 8월 14일 목동 넥센전. 이 경기가 문제였다. 윤규진의 직구 구속은 평소보다 시속 12km 가량 떨어졌다. 스플리터 구속도 시속 6km 가까이 하락했다. 패스트볼 V무브먼트 역시 25cm나 떨어졌다. 데이터의 갑작스런 변화가 왜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실례다. 박윤성 팀장은 "이 정도면 등판 전 이미 부상을 안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윤규진의 날짜별 패스트볼 V무브먼트 변화 추이.


윤규진은 올시즌 40경기에서 50⅔이닝을 던졌다. 이닝 수 자체는 권혁, 박정진과 비교할 바 아니다. 그러나 잦은 연투와 등판 시 많은 투구 수로 피로는 누적됐다. 7월 29일 현재 윤규진의 '시즌피로도' 순위는 권혁, 박정진, 송창식(이상 한화), 조상우(넥센)에 이은 전체 5위였다. 송진우 위원은 "윤규진의 투구 폼은 어깨 부상 가능성이 높다. 5월 어깨 통증에서 복귀해서 몇 경기 좋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화 '필승조' 중 유일하게 송창식만 트랙맨 데이터로 별다른 이상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다. 송 위원은 "투수가 한 번 상태가 나빠지면 시즌 중엔 회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올시즌에 문제가 없더라도 다음 시즌과 그 다음 시즌엔 악영향이 오게 된다"고 우려했다.

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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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