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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설, 해저터널까지 … “유럽~아시아 대륙연결 자부심”

지난 18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의 보스포루스 해협. 아타튀르크 공항에서 동쪽으로 1시간 정도 달리자 지하 30m 깊이로 파놓은 대형 구덩이가 눈에 들어왔다. SK건설이 유라시아 해저터널을 만들기 위해 굴진(굴을 파고 들어감) 공사를 한 곳이다. 구덩이 아래로 내려가자 끝도 없이 길고 커다란 원형 터널이 보였다. 현장 근로자들은 주황색 작업복을 입고 고글(안경)과 마스크, 안전모를 쓴 채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220명이 24시간 3교대로 일한다. 차를 타고 터널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보니 초대형 구조물이 굉음을 내며 굴착작업을 하고 있었다. 터널을 뚫는 데 사용하는 터널굴착장비(Tunnel Boring Machine·TBM)다. 크고 웅장한 규모만으로 보는 이를 압도했다. 직경 13.7m로 아파트 5층 높이와 맞먹고 길이는 120m, 무게는 3300t에 달한다.



100년 갈 성장엔진 키우자 <5> 건설, 고부가가치에 사활 걸라
SK 터키 보스포루스 터널 공사 현장
바다 밑 땅속 106m까지 내려가
암반 뚫는 동시에 터널 구조물 건설
3300t 굴착기로 하루 6.6m 길 내
중국·인도, 싼 인건비 앞세워 추격
LNG 터미널 등 첨단기술 개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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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BM은 해저 106m까지 내려가 하루 평균 6.6m씩 터널을 뚫는다. 대기압의 11배인 수압을 견디며 해저의 암반을 뚫는 동시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곧바로 터널 내벽에 끼워 원형 공간을 확보한다. 굴착과 동시에 터널 구조물 건설이 가능한 만큼 공사기간 단축과 안정성을 꾀할 수 있는 첨단 공법이다. 총 3.34㎞의 TBM 구간 중 현재 3.3㎞ 넘게 팠다. 오는 22일 TBM 굴착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진무 SK건설 유라시아터널 현장소장은 “초대형 TBM이 투입된 공사여서 한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며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세계 최초의 대륙 간 해저터널을 만든다는 데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유라시아 터널 프로젝트는 이스탄불의 유럽 대륙인 카즐리체시메와 아시아 대륙인 괴즈테페를 길이 5.4㎞짜리 복층 해저터널로 잇는 사업이다. 일반적인 터널공사와 달리 바닷속에서 길을 내야 해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SK건설은 터키 기업인 야피메르케지와 함께 2008년 사업권을 따냈다. 유럽 건설사가 독점하던 해저터널 시장에서 세계 5대 건설업체인 프랑스 방시(Vinci)를 제치고 공사를 따냈다. 국내 건설사로는 세계 해외터널 사업 첫 진출이다. SK건설 관계자는 “유럽이 아직 우위에 있긴 하지만 국내 기술력이 향상되고 있어 곧 따라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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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건설사가 2000년 이후 기술력을 앞세워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이제는 분야별로 세계 최초 또는 세계 최대 타이틀을 따는 게 어색하지 않다. 특히 세계 6대 해외건설 강국에 걸맞게 해외 랜드마크 현장 곳곳에 태극기를 휘날리고 있다. 특히 초고층 건축 분야에서 활약이 두드러진다. 삼성물산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세계 최고층 빌딩인 높이 828m의 부르즈 칼리파를 올린 것을 비롯해 말레이시아·필리핀·인도 등 여러 나라의 스카이라인을 바꿔 놨다. 또 한화건설은 이라크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신도시를 조성하고 있고 현대건설·SK건설은 터키에서 세계 최초로 사장·현수교 복합교량을 놓고 있다.



 과거 한국인 특유의 도전정신과 뚝심이 밑바탕으로 작용한 결과다. 한국 해외 건설의 역사는 1965년 현대건설이 태국의 빠따니~나라티왓 고속도로(540만 달러) 공사를 수주하면서 시작됐다. 현장에 참여했던 백동명(74) 전 현대건설 전무는 “태국 고속도로 공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악전고투의 현장이었다”며 “훗날 한국 건설사들이 중동 시장에서 쟁쟁한 해외 경쟁사를 제치고 공사를 따내는 데 밑거름이 됐다”고 회고했다. 이후 한국 예산 25% 수준의 수주액을 따낸 76년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9억4000만 달러), ‘20세기 최대 역사’로 불린 84년 리비아 대수로 공사(105억6000만 달러) 등 중동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잇따라 수주했다. 비약적인 기술 발전 덕에 해외 수주금액도 급속도로 불어났다. 93년 누적 수주액 1000억 달러를 달성한 데 이어 해외 진출 50년 만인 올해 7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세계 6위인 한국 건설은 올해 매출액 기준으로 독일을 누르고 세계 5위로 올라설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그러나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사업 구조가 시공 분야에 지나치게 쏠려 있는 게 아킬레스건이다. 한 대형 건설업체 임원은 “값싼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인도 같은 후발업체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시공 분야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적극 진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차원의 노력과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해외건설협회 김운중 진출지원실장은 “아직 우리는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건설 등 첨단 기술이 요구되는 분야는 합작기업(JV) 없이 수주하기 힘들다”며 “해외 건설시장 공략을 위해선 선진국의 핵심 기술을 국산화하는 데 정부와 업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김준술(팀장)·함종선·문병주·구희령·황의영·한진·김기환·임지수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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