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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한명숙 동생이 쓴 전세금 1억 수표가 결정적 증거”

새정치민주연합 한명숙 의원이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20일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확정받고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날 한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판결을 따르지만 유감스럽게도 인정할 수 없다. 양심의 법정에서 저는 무죄”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용익·한명숙·백재현·추미애 의원. [김성룡 기자]


한명숙(71·전 국무총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된 뒤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5년1개월. 사건이 대법원으로 넘어온 뒤로는 23개월 만이다. 결론은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는 것이었다.

한만호가 준 9억 중 3억 전원 “유죄”
6억 대해선 유죄 8, 무죄 5로 갈려
“한씨 검찰 진술 신빙성 있다” 결론
검찰 “지체된 정의는 정의 아니다”
대법 “기록만 3만5000쪽 시간 걸려”
오늘 오후 2시 검찰 출석 후 수감



 한 의원의 혐의는 단순했다. 2007년 3월과 4월, 8월 세 차례에 걸쳐 각 3억원씩 총 9억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한 의원이 재판에 넘겨지게 된 단초는 금품 공여자로 지목된 한만호(54) 전 한신건영 대표가 검찰에서 한 진술이었다. 한씨는 ▶현금 1억5000만원과 미화 5만 달러, 1억원짜리 자기앞수표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의원 아파트 인근 도로에서 건넸고(1차분) ▶2차분과 3차분은 아파트 현관에 두고 나왔다고 진술했다. 돈은 세 차례 모두 여행용 가방에 담았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에서 “9억원을 모두 한 의원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했던 한만호씨는 1심 법정에서 “한 의원의 비서실장 격인 김모씨 등에게 전달했을 뿐 (한 의원에게) 직접 전달한 사실은 없다”고 번복했다. 결국 한씨의 검찰 진술을 믿을 수 있느냐 여부가 재판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1심에서 “신빙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반면 항소심은 “신빙성이 있다”며 징역 2년에 추징금 8억8300여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한만호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본 원심(항소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법률심이자 사후심인 대법원은 하급심의 사실 인정 문제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의 역할은 항소심 법원의 사실 인정이 합리적 근거에 따른 것인지를 따지는 데 그친다는 얘기다.



 1차분 3억원 수수 혐의에 대해선 원심 판단이 맞다는 데 대법관 13명 전원이 동의했다. 특히 한 의원의 동생이 한만호씨가 발행한 자기앞수표 1억원을 전세자금으로 쓴 사실이 유죄 판단에 결정적인 근거가 됐다. 한 의원의 동생과 한씨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2차·3차분 6억원에 대해서는 양승태 대법원장 등 대법관 8명이 원심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이상훈 대법관 등 대법관 5명은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은 한신건영 부도 이후인 2008년 2월 한 의원이 2억원을 한만호씨에게 돌려준 사실에 대한 평가에서 갈라졌다. 다수의견은 ‘2억원 반환’에 대해 “9억원을 전달했다는 한씨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라고 판단했다. 반면 소수의견은 “1차분 3억원에 대한 증거로 인정되지만 나머지 6억원에 관한 한씨의 진술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봤다.



 한씨 검찰 진술의 신빙성을 놓고도 다수의견은 “진술을 번복했다는 이유만으로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부정할 수 없다”며 “한신건영 경리부장의 진술, 비자금 장부, 여행용 가방 구입 영수증 등은 진술과 부합하는 증거”라고 했다. 하지만 소수의견은 "어떤 수사(修辭)를 동원하든 다수 의견은 법정 진술보다 검찰 진술에 우월한 증명력을 인정하겠다는 것이어서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한씨를) 70차례 이상 조사했음에도 법원에 제출한 진술증거는 한 번의 진술서와 다섯 번의 진술조서뿐이어서 수사 과정에 허위가 개입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선고 후 검찰은 한 의원에게 “21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검 또는 서울구치소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한 의원이 출두하는 즉시 수감할 예정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이 지나치게 시간을 끌어 (한 의원이) 국회의원 4년 임기를 거의 다 채우게 됐다”며 “유명한 법언(法諺)대로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이렇게 결론 낼 것을 왜 지금까지 끌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정치적 고려 때문에 야당 눈치를 봤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건 기록만 해도 3만5000페이지 분량이어서 연구관이 검토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수개월이 걸렸다”며 “이후 대법관들이 증거 검토와 합의를 하는 데 수개월이 더 소요됐다”고 말했다.



글=임장혁 기자·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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