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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저잣거리의 흥정이 된 국회 결산심사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김경희
정치국제부문 기자
“지난해 국가 예산이 얼마나 잘 집행됐는지를 평가하는 결산심사 중에 약간 지역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낯 뜨거운 측면도 있습니다만….”



 새정치민주연합 정성호(양주-동두천) 의원이 2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겸연쩍은 표정으로, 그러나 작정한 듯 운을 뗐다. 정 의원은 최경환 경제부총리에게 “경기도 북부의 교통 인프라 수요를 만들어 내려면 분양단가를 내려야 하는데 정부 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며 “잘못된 선례를 남기는 지원이 아니라 국가 안보를 위해 희생해 왔던 지역에 대한 최소한의 손실 보상 차원”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알겠습니다” “신경 쓰겠습니다”로 상황을 모면했다.



 정 의원의 “낯 뜨거운 측면”은 여당의 ‘정 의원’에게로 바통이 이어졌다.



 새누리당 정미경(수원을) 의원은 더 노골적이었다.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자신의 지역구인 권선구의 하천 정비를 요구하면서 “좀 살펴봐 주시면 경기도민들이 굉장히 좋아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화장장 건립 문제와 관련해서도 “수원시 주민들이 진짜 반대하는데 그 이유가 타당하다”며 “옆에 다른 장소가 있다”고 했다. 자신의 지역구인 수원 인근인 화성시 숙곡리 대신 궁평리가 적합하다고 주장하면서 “대안이 있는데도 왜 (숙곡리를) 고집하느냐, 그래서 바닥 민심이 흉흉해지는 것”이라고 다른 곳을 추천했다.



 3일째 이어진 예결위 결산심사에서 의원들은 이처럼 자신의 지역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19일 종합정책질의에선 19명 중 5명이 지역 민원을 제기했다. 새누리당 안상수(인천 서-강화을) 의원은 발언 시작부터 “강화 저수지에 물이 말랐다”며 대책을 요구했고, 새정치연합 이상직(전주 완산을) 의원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를 전북으로 이전시키기로 한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고 황교안 총리를 압박했다.



 “부석파출소가 문을 잠그고 순찰을 나가 조력을 못 받는다고 한다”(서산-태안·김제식), “세월호 침몰로 진도군 어업인의 피해가 많다”(해남-완도-진도·김영록), “독도입도지원센터 예산을 집행하라(포항남-울릉·박명재)” 등 민원의 범위와 내용도 가지각색이었다.



 예산안 심사장이 지역 민원의 장으로 변질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언론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더라도 오히려 지역에선 박수를 받는다며 의원들은 좋아하기도 한다. 졸속심사도 문제다. 결산심사는 지난해 배정한 예산이 얼마나 제대로 쓰였는지를 살펴보는, 헌법에 규정된 국회의 할 일이다. 하지만 늘 정쟁 이슈에 밀려 쫓기듯 진행된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낯 뜨거운” 일을 이제 그만하면 안 되는 걸까.



김경희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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