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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절절포' 금융개혁에 거는 기대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금융에 대한 역대 정부의 단골 메뉴를 꼽으라면 금융허브와 금융개혁이다. 금융허브는 20년이 넘은 메뉴지만 처음부터 금융 주권에 대한 애착, 관치금융의 유혹을 버리지 않는 한 실현 불가능한 공약성(空約性) 목표였다. 금융개혁은 김영삼 대통령 시절 금융개혁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설치하고 금융정책과 감독기능분리, 금융업권 칸막이 제거 등을 포함한 금융개혁보고서를 만드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추진과정에서 찬반논란에 휘둘려 성과없이 끝났다. 그 이후에도 비슷한 과정이 반복됐다. 여러차례 실패를 경험한 금융시장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금융개혁 이야기를 다시 꺼냈을 때도 ‘또 시작이구나’ ‘이러다 말겠지’ 하는 정도의 미지근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임 위원장의 절절포(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금융개혁은 과거와는 달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는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 각종 검사감독과 금융규제의 문제점을 ‘을’의 입장에서 경험했다. 그래서인지 접근방식이 달랐다. 거대 담론에 빠지지 않기 위해 헬기의 고도를 낮추고 금융규제 개혁에 필요한 세부과제를 정했다. 또 현장점검반을 만들어 현장 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규제의 대상인 금융회사와도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시큰둥했던 시장도 ‘이번 기회에 개혁을 못하면 영원히 못할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로 바뀌고 있다.



 지난달에 금융당국이 발표한 ‘금융개혁 100일 서베이’ 보면 상당수가 관치와 정치금융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금융개혁에 대한 시장의 신뢰와 추가적인 기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당국이 금융개혁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낮은 자세로 의견을 잘 수렴하고 있으며 현재까지의 금융개혁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는 응답이 80% 이상이다. 반면 금융당국의 비공식 행정지도가 근절됐다고 답한 비율은 22%에 그쳤고, 금융개혁의 체감도 역시 40% 수준으로 절반에 못 미쳤다. 이는 금융당국의 개혁 노력에 만족하지만 여전히 현장 체감도는 낮다는 의미다.



 시장의 추가적인 기대가 있다면 현장 중심의 개혁 과제가 정리되고 규제개혁이 상시화되면 헬기의 고도를 높여 장기적으로 금융의 틀을 바꿔 주는 것이다. ‘규제의 네거티브 시스템화’, ‘디지털 시대에 맞는 규제의 틀 마련’, ‘원화 국제화를 포함한 금융국제화’, ‘금융선순환 구조 확립’ 등을 해결하기 위한 또 다른 개혁과제를 만들어 추진해주길 바란다 .



 무엇보다 금융 개혁은 금융회사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 금융당국의 노력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 금융개혁 100일 서베이에서 ‘금융회사가 자체혁신 노력을 잘하고 있는지’ 그리고 ‘규제완화를 보완할 수 있을 정도로 내부통제 수준이 확립되어 있는지’에 대한 조사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융사 내부와 외부의 시각이 극명하게 갈린다. 금융사 CEO와 실무자는 두 질문에 각각 50%와 80% 이상이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학계를 비롯한 외부시각은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10% 이하에 불과했다.



 금융사 스스로는 혁신노력과 내부통제를 강화했다고 판단하지만 시장엔 신뢰를 주지 못했다고 본다. 임 위원장이 주장했듯이 금융당국은 담임선생님이나 코치가 아니라 심판이 돼야 한다. 한발 나아가 심판이 호루라기를 적게 불게 하기 위해서는 금융사는 규제개혁에 따라 주어지는 자율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한다.



 이번 금융개혁 추진 과정에서 소개된 “규제를 완화하면서 금융사가 알아서 하라 했더니 거꾸로 당국에 세부적 지침을 달라고 요구했다”는 이야기는 금융권 전체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2년 전 다시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 제돌이가 생각났다. 바다에서 평화롭게 살던 제돌이가 불법 포획돼 조련사에 길들여지고 시키는대로 돌고래쇼를 선보이며 어린이대공원에 살다가 4년 만에 다시 바다로 돌아가기 위해 먹이 잡아먹는 법부터 배우는 등 야생적응 훈련을 받은 후에야 제주바다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동안 금융사는 과도한 규제와 관치의 탓에 길들여지고 좁은 틀 안에서 안주하면서 창조적 도전과 변화에 필요한 야성을 잃어버린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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