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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 대통령, 베이징 가되 열병식 참석은 고민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다. 갈수록 긴밀해지는 한·중 경제 관계에다 대북 문제와 관련된 중국의 무게를 생각하면 불가피한 선택이라 여겨진다. 구미 국가들이 불참을 사실상 결정한 상황에서 미국의 동맹국 중 처음으로 한국이 참석하기로 한 건 그 의미가 적지 않다. 참가를 망설이는 국가들에 미치는 파장도 상당할 게 분명하다. 모처럼 미국 눈치를 보지 않고 국익을 좇아 판단한 건 잘한 일이다. 미국의 완연한 반대 분위기를 무릅쓰고 중국의 체면을 세워줬으니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베이징의 지도부가 고마워할 게 틀림없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이번 기념식이 중요한 외교 무대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참석도 여전히 유동적이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회담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 한·일 정상 간 만남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누가 되든 북한에서 파견할 고위 인사와 박 대통령의 대면이 성사돼도 충분히 의의가 있는 일이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대목은 중국이 열병식을 통해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둥펑(東風) 등 최첨단 무기를 자랑할 예정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열병식에 1만 명 안팎의 병력을 동원하고 러시아·몽골 등 오겠다고 한 5개 국가의 군대를 행사에 참여시킨다고 한다.



 중국이 명심할 건 이번 기념식에 박 대통령이 간다고 피로 맺어진 한·미 동맹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 정부가 이 자리를 통해 막강해진 군사력 과시의 선전장으로만 이용하려 한다면 한국으로서는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에 하나 북한군 부대가 열병식에 참여해 박 대통령이 이들의 경례를 받는 상황이 연출된다면 국민 정서상 묵과하기 어렵다. 청와대가 기념식 참석을 확정하면서 열병식에 갈지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발표한 것은, 이런 측면에서 적절해 보인다.



 박 대통령의 참석이 확정되기 전 그의 방중을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한국전 때 북한을 위해 참전한 중국 인민군에게 박수 칠 수는 없다”는 지적은 충분히 설득력 있는 논리였다. 지난 19일 발표된 한 여론 조사를 봐도 박 대통령의 베이징행을 달가워하지 않는 반대 의견이 30%를 넘었다. 한국 입장을 감안하지 않는다면 열병식에 가지 말라는 여론이 박 대통령을 압박할 수도 있다.



 더불어 잊지 말아야 할 건 이번 기념식이 과거 일제 파시즘과 싸워 이긴 전쟁을 기념하는 행사라는 사실이다. 마치 지금의 일본을 몰아세우기 위한 한·중 간 도원결의의 장처럼 비춰져선 곤란하다. 한·미·일 삼각동맹이 우리 안보의 근간임은 변함없는 원칙인 까닭이다.



 이 같은 점을 감안, 당국과 중국 정부는 베이징 열병식 참석이 박 대통령이 불편하지 않도록 최대한 고민하고 배려해야 할 것이다. 이번 베이징 행사를 지역 안정에 도움이 되는 의미 있는 자리로 만들려면 중국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슬기를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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