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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를 덜다, 1조5000억을 벌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에너지 컨설팅 업체 IDR서비스의 전력 설비 제어실. 전국 330개 업체의 에어컨과 히터, 소형 발전기 작동을 제어한다. [사진 IDR서비스]


강원도의 한 리조트는 겨울철 스키장을 덮기 위한 인공눈을 만드는 데 8000kW를 전기를 쓴다. 8000가구가 한꺼번에 쓸 수 있는 순간 사용량이다. 자칫 과부하가 걸려 단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예비 발전기를 동원한다. 수천만원씩 나가는 전기료가 부담이 되자 이 리조트는 지난해 에너지컨설팅업체와 상담을 했다. 컨설팅 업체는 겨울철에만 쓰는 예비 발전기를 여름철에 돌려 여름철의 비싼 전기료를 절감하고 남은 전력은 외부에 팔자고 제안했다. 리조트 측은 이 제안을 실행해 지금까지 69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무르익는 에너지 컨설팅 시장
15개 업체, 9개월 동안 절감 조언
전기저장·원격제어 … IT기술 이용
세종시가 4개월 사용할 양 아껴
공장·마트는 덜 쓴만큼 판매 가능



 수도권의 한 대형마트는 올해부터 전기료를 연간 360만원 가량 절약할 수 있게 됐다. 에너지 컨설팅을 잘 받았기 때문이다. 컨설팅업체 직원은 할인마트 곳곳을 돌아보고 “사람 발길이 드문 화장실이나 구석진 공간은 아무도 없을 때 자동으로 전등이 꺼지게 하자”고 제안했다. 영업시간 내내 켜놨던 에어컨도 30분 단위로 켜고 끄기를 반복했다. 그래도 고객은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IDR서비스의 강혜정 사장은 “현장에 가면 전력설비 담당자가 전기를 절약할 방법은 알고 있지만 선뜻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의 역할은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조금의 전기라도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민간 업체에 소규모 전력 거래를 허용하면서 에너지 컨설팅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기업이나 개인이 에너지 컨설팅 업체를 통해 전기를 절약하고 이를 전력 시장에 팔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력 거래 중계 역할을 하는 15개 수요관리사업자가 지난해 11월~올해 7월 공장·마트 등 1300곳에서 6961만㎾h 전력을 아껴 시장에 판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종시 인구 19만 명이 4개월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으로 업체당 7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냈다. 정부는 에너지 수요 관리 업체를 연말까지 25개로 늘릴 계획이다. 김성열 산업부 전력진흥과장은 “15개 업체가 발전소 5기를 건설해야만 생산할 수 있는 전력을 절약할 수 있어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절감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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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개 업체는 주로 중소 IT업체다. 전력 수요가 많은 공장에 가서 남는 전기를 아끼고 다른 곳에 어떻게 보낼지 해결하려면 IT 기술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광산 공장에서 돌을 깨는 분쇄기를 여름철 전기료가 비싼 시간대를 피해서 돌리려면 원격제어를 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20층 이상 건물에도 에어컨·히터를 통합 관리해 전기를 아끼려면 IT 기술이 접목돼야 한다. 최근에는 배터리 기술이 발달하면서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다시 쓰는 방식도 도입되고 있다.



 공장에서 아낀 전기는 전력거래소를 통해 시장에 팔 수 있다. 산업부 산하 기관인 전력거래소는 공장이나 빌딩에서 미리 전기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알려주면, 생산단가가 높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로 생산하는 전력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절감된 요금은 해당 기업에 다시 돌려주고 20~30% 수수료를 컨설팅 업체가 가져간다.



 전력거래소를 통해 소규모 전기를 민간 기업이 거래할 수 있게 된 것은 한글과 컴퓨터 대표를 지낸 전하진 새누리당 의원이 2013년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개정안은 이듬해 4월 국회 본회의에 통과됐다. 전 의원은 “지난 100년 동안 한국의 전기 시장은 정부가 독점한 구조였다”며 “민간 시장에 개방하고 IT 기술을 도입하면 발전소를 추가로 짓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민간 기업이 소규모 전기를 사고 파는 시장이 이미 활발하다. 정부는 세계 민간 전기 시장 규모가 2013년 1조7000억원에서 2023년 11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승일 서울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올해는 시범 사업처럼 시작했지만 IT와 에너지 저장장치 같은 기술이 결합하면 새로운 사업 모델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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