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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값 절하’는 기축통화 등극 위한 패권 전략

G2 중국은 역시 세다. 일본과 유럽이 달러 대비 17~23% 넘는 통화가치 절하를 해도 별 반응이 없었지만 중국이 위안화 값을 달러 대비 4.7% 절하하자 온 세계가 난리다. 해석도 각양각색이다. 각 국이 처한 상황을 빗대 중구난방으로 해석한다.

금융대국 미국의 언론은 ‘금융전쟁’ ‘통화전쟁’이라고 하고, 수출에 목숨 거는 한국은 수출확대를 위한 전략이라고 한다. 경기하강에 괴로운 유럽은 국내총생산(GDP) 하락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한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다.

중국이 위안화를 절하한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의 위안화 절하는 경기부양책이 아니다. 크게 보면 위안화 패권전략이고, 작게 보면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을 구성하는 준비 통화 편입과 자본시장 개방의 걸림돌 제거작업이다.



경기부양인가, 통화패권인가

중국 순수출의 GDP 성장기여도를 보면 5%가 안 된다. 성장률을 높이려면 환율을 끌어 올리는 게 아니라 금리나 지급준비율을 내려 GDP 성장기여도 95%이상을 차지하는 소비와 투자를 늘리면 간단히 끝난다.

전 세계 월마트에서 파는 일용품의 70%가 중국산이다. 중국의 주 수출품목을 보면 저가 일용품이 주종이고 이런 제품은 가격 탄력성이 별로 없다. 위안화 값을 4.7% 절하하더라도 원자재 수입원가의 상승을 감안하면 수출가격 인하여력은 2% 내외다. 중국산 제품의 가격을 2% 내렸다고 더 많이 쓸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가격 내린다고 시장점유율은 더 늘어나지 않는다

중국의 7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8.3% 감소했다고 하지만 중국의 무역흑자는 올해 들어서만 3063억 달러나 된다. 중국은 수출이 줄어도 연간 6000억~7000억 달러가 들어와 외환관리가 골치인 나라다. 만약 중국이 수출경기를 부양해서 수출이 7%이상 증가 한다면 연간 무역흑자는 조 달러가 넘어간다. 그러면 위안화 절상은 불가피하다.

지금 중국은 수출에 목숨 거는 나라가 아니다. 올해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2015년 정부 업무보고에 답이 있다.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 목표는 7%, 대외 무역 성장률 목표는 6%다. 중국은 더 이상 수출에 기댄 성장을 하지 않겠다고 연초부터 선언했다.

중국은 ‘쿵푸 팬더’ 답다. 겉으로는 어수룩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당수 8단의 고수다. 중국이 환율 시장화를 구실로 3일 연속 위안화 값을 절하했다. 3조6000억 달러의 외환을 보유한 나라가 환율 시장화를 하면 위안화는 당연히 절상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반대로 위안화 값을 절하했다. 중국에 SDR 구성 통화에 포함되려면 환율의 시장화를 하라고 주문한 IMF도 당황한 기색이다. SDR은 IMF 가맹국이 규약에 정해진 조건에 따라 IMF로부터 국제유동성을 인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현재 SDR은 달러?엔?파운드?유로로 구성됐다. SDR을 구성하는 통화에 포함되면 사실상 기축통화로 인정받는다. 중국이 위안화를 SDR 구성 통화에 편입시키려는 의도다.

중국은 왜 IMF의 권고를 받아 들여 환율을 시장화하는 척 했을까? 중국의 통화가 국제통화(기축통화)의 반열에 최초로 올라가는 영광이고 중국이 그토록 원하는 ‘위안화 국제화’의 첫 데뷔 무대이기 때문이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수십 년간 노력해왔지만 전세계에서 위안화 사용비율은 2%도 안 된다. 미국과 유럽, 일본의 텃세에 밀렸기 때문이다.



중국, “IMF 대체할 기금 만들겠다”

그런데 기회가 왔다. 최근 2~3년간 달러, 유로, 엔 등 IMF가 인정한 주요 기축통화 가격이 널뛰었고 각국이 자기 입맛대로 올렸다 내렸다 했다. 그 덕분에 신흥국들만 고생했다.

일본은 아베 집권 이후 달러화 대비 엔화를 53% 절하했다. 유로화 가치는 지금 달러와 비슷할 정도로 떨어졌다. 그러나 중국 위안화는 달러 대비 6.1~6.3위안에서 안정화되자 신흥국들은 믿을 만한 통화는 위안화라고 이구동성이었다. 신흥국은 IMF의 대안을 만들어야 된다고 들고 일어섰다. 그 배후에는 물론 이들을 부추긴 위안화 국제화의 속셈을 가진 중국이 있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IMF는 국제통화 반열에 중국을 끼워주는 걸 싫어한다. 하지만 중국이 넘치는 달러를 기반으로 브릭스(BRICS) 국가와 공동으로 IMF와 같은 역할을 하는 새로운 국제금융기구인 ‘긴급외환보유액지원기금(CRA:Contingent Reserve Arrangement)’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신흥국들이 IMF가 아니라 CRA에서 구제금융을 받으라는 취지다. IMF는 이걸 막거나 지연시킬 필요가 있었다.

중국이 이런 역학관계를 놓칠 리 없다. 중국은 SDR 구성 통화에 세계 1위의 무역대국이자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중국의 통화를 포함시켜 달라고 IMF에 요청하고 있다. 만약 요청을 거부하면 중국은 IMF를 대체할 새로운 기금을 만들겠다는 카드를 던졌다. 그러자 IMF가 “환율정책이 친시장적이 돼야 한다. 그러면 편입을 고려하겠다”라며 중국을 시험대에 올렸다.

IMF는 외환보유액이 3조6000억 달러면 위안화 가치는 40% 이상 절상되는 것이 정상이라고 봤다. 하지만 중국은 시장을 핑계로 대면서 위안화 가치를 절하시켰다. IMF도 미국처럼 당황스럽지만 방법이 없다

중국은 정말 환율을 시장화한 것인가? 중국의 환율 조정 메커니즘이 근본적으로 바뀐 건 없다. 시장화란 이름으로 생색만 내고 여전히 자기 유리한 대로 환율을 조정할 수 있다. 즉 복수통화바스켓 관리변동환율 제도를 기본으로 하루 상하한가 폭을 2%로 제한하고 여기에 전일 종가와 시장참여자(10~20개 금융사)의 주문가격을 반영해 결정하는 것이다.

시장참여자들은 대부분 중국 금융회사이고 일부 외국계가 있지만 대세에 영향을 못 준다. 중국의 모든 금융회사는 국가소유다. 중국 재무부의 입김이 얼마든지 모든 금융회사에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이 환율을 시장참여자들의 주문가격을 반영해 시장화했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인 시장 조정 능력은 약해지지 않았다. 이게 소위 서방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리커창 금융론’이다.



‘리커창 금융론’의 부상

3일 연속 위안화 절하에 “중국은 거짓말쟁이”라고 서방언론들이 대대적인 성토를 했다. 중국이 첫날 발표문에서 “1회성 인하”라는 발언을 했지만 연속으로 위안화 값이 절하되자 나타난 현상이다. 그런데 중국의 발표를 잘 읽어 보면 기존 방식과 새 방식으로 산출한 가격의 차이가 생겨 “장 중에 인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1.8% 절하하는 것”을 한 번만 하겠다는 뜻인데 서방의 주요 언론은 중국이 “다시는 절하를 안 한다”로 해석한 것이다.

12일 이후 중국은 시장환율을 그대로 반영해 시장이 가는 데로 그냥 두었다.

중국의 환율 정책을 정치로 보면 답이 있고 경제로 보면 이해가 안 된다. 중국은 환율문제를 정치로 본다. 반면에 서방은 환율 문제를 경제로 본다. 양 측의 해석이 달라지는 이유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발표와 중국의 정치 일정을 보면 중국이 앞으로 위안화를 어떻게 할지를 예측할 수 있다. 11일 인민은행의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은 시장화했고 지속적인 위안화 절하를 안 한다”고 밝혔다. 12일 마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환율전쟁을 안 한다”고 했다. 13일 이강 부총재는 “중국의 10% 위안화 절하설은 서방의 소설이다. 변경된 가격 결정 방식의 오차가 3% 내외여서 그것을 조정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면에 서방의 시각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현금을 가진 나라가 전 세계를 상대로 거짓말을 하기 때문에 못 믿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세계를 상대로 거짓말을 할 이유가 있을까? 중국이 지금 세계를 상대로 얻고 싶은 건 신뢰와 신용이고, 이를 통해 위안화 국제화를 하자는 것이다. 수출 좀 더 하자고 통화 절하를 계속하는 건 소탐대실이다.



중국, 지속적으로 위안화 절하 할까

이번 위안화 절하 사태는 IMF가 요구하는 시장화를 통해 환율의 기준치 변동폭을 기존의 달러 대비 6.2~6.3위안에서 6.3~6.5위안 수준으로 중심 축을 소폭 올린 것이다. 올해 안에 자본항목 개방을 목표로 위안화 하루 변동폭을 현재의 ±2%에서 ±3%로 확대하는 예행연습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마음만 먹으면 2~3%의 통화 절상도 식은 죽 먹기처럼 할 수 있는 나라다.

미국이 중국과 협상하다 잘 안 되면, 전가의 보도처럼 써 먹는 것이 ‘위안화 절상’이다. 중국이 엄청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기 때문에 위안화 절상을 해야 한다는 게 미국의 주장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위안화를 절하해 놓고 시진핑 주석이 예정대로 9월에 미국을 방문하기는 어렵다. 만약 이 상태에서 시진핑 주석이 미국을 방문하면 미국 의화와 정부에서 강력한 항의를 할 것이다.

중국 수뇌부가 미국을 방문할 때 전형적으로 쓰는 수법이 있다. ▶미 국채 매수 ▶위안화 안정화 혹은 소폭절상 ▶대통령과 친중 인사 지역구에서 대량 상품구매가 중국의 방미 프로토콜이다.

중국은 앞으로 위안화를 천천히 절상할 것이다. 환율은 경제가 아닌 정치다. 중국의 정치력으로 이번 환율사태를 봐야 한다.

중국의 GDP는 통화 가치를 절하해 수출로 맞추는 게 아니고, 금리 조정이나 국유기업 활용으로 맞춘다. 중국경제에서 국유기업의 기여도는 60%가 넘는다. 비효율의 극치인 국유기업의 효율을 5%만 올려도 GDP는 3%가 늘어난다. 시진핑 정부가 환율이나 수출이 아니라 국유기업 개혁에 목매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전병서 전 한화증권 리서치본부 전무이사.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학원(석사), 상하이 푸단대 관리학원(석사?박사) 졸업. 『중국의 대전환, 한국의 대기회』『한국의 신국부론, 중국에 있다: 2014』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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