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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우리가 손잡아야 할 일본인들

장세정
중앙SUNDAY 차장
우여곡절 끝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종전 70주년 담화가 지난 14일 발표됐다. 6개월간 치밀하게 준비했다더니 아베의 역사수정주의 주장을 교묘하고 집요하게 분칠하고 짜깁기했다.

 통 큰 사죄는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하루 뒤인 8·15 광복 70주년 경축사에서 말한 그대로 “우리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역대 내각의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림 없을 것”이라고 한 아베의 말을 행동으로 뒷받침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아베에게 너무 큰 기대를 걸 경우 조만간 또 실망할 것이다. 오히려 아베의 입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는 의연함과 대범함이 필요하다. 눈을 부릅뜨고 소처럼 뚜벅뚜벅, 호시우보(虎視牛步)로 우리 외교의 길을 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일본에는 아베와 우익들만 있는 게 아니라 상식이 통하는 양심세력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아베의 담화 소란에 앞서 스쳐 지나간 중요한 장면이 있다. 유관순 열사가 투옥됐던 서대문형무소를 12일 찾아가 무릎 꿇고 사죄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68) 전 일본 총리다. 일본의 한국 식민지 통치에 대해 그는 “진심으로 죄송하고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검은 넥타이에 흰 장갑을 낀 표정은 엄숙하고 진지했다. 1970년 12월 7일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대인 위령탑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한 빌리 브란트 당시 서독 총리를 떠올리게 했다. 하토야마가 브란트를 흉내냈다고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독일은 현직 총리였는데 일본은 왜 전직 총리냐고 따지지도 말자.

 이런 양심적인 일본인의 용기 있는 행동에는 뜨거운 박수로 화답하자. 우리가 하토야마를 적극 칭찬해야 더 많은 ‘제2의 하토야마’가 나올 것이다. 무릎 꿇은 그의 사진을 네티즌들은 전 세계로 퍼뜨리자. 아베 담화를 실컷 욕하고 핏대 올리다 금방 잊어버리는 것보다 훨씬 값진 일이다.

 이처럼 온건하고 합리적인 일본인들의 목소리와 입지가 커지도록 우리가 돕고 나서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간 나오토(菅直人) 담화’는 재조명돼야 한다. 일본의 강제병합 100주년이던 2010년 8월 10일 당시 총리였던 그는 한국을 직접 언급하면서 일본의 대한제국 병합 과정의 강제성을 우회적으로 시인했다. 95년 ‘무라야마 담화’보다 훨씬 진전된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당시 우리는 ‘간 담화’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주지 못하고 인색했다.

 우익이 협박해도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의 진실을 알리고 기록하는 일본인은 적지 않다. 이들과 손잡은 우리의 작은 노력들이 계속 쌓여야 한·일 관계 80주년에는 좀 더 달라진 일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장세정 중앙SUNDAY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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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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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