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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립] Special Knowledge <583> 인터넷 투표

정종문 기자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들의 오랜 숙제는 민심을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하느냐입니다. 어떤 선거 제도를 채택하느냐뿐만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투표하느냐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1948년 첫 국회의원을 뽑을 때 95.5%에 이르렀던 대한민국 국회의원 선거의 투표율이 2012년 19대 총선에선 절반을 겨우 넘긴 54.2%가 됐습니다. 인터넷 투표가 투표율을 높이는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짚어봤습니다.



전국 단위 공직선거 온라인 투표는 에스토니아뿐
호주, 군인 등 모바일 투표
프랑스, 재외국민만 인터넷으로
부정투표 방지용 핀코드 부여

투표율 높이는데 큰 효과



‘인터넷 투표’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가장 진일보한 투표 방식이다. 정해진 기간 동안 지정된 웹사이트에 접속한 뒤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투표엔 PC, 휴대폰, 각종 스마트 기기 등이 사용되는데, 국가마다 보안 방식에 따라 허용되는 기기가 다르다. 지정된 선거일에 투표소를 찾아 선거권을 행사하는 ‘현장 투표’, 투표함 대신 전자 투표기가 설치되는 ‘전자 투표’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유럽의 동쪽 끝자락에 있는 에스토니아는 인터넷 투표에 있어선 선진국으로 꼽힌다. 전국 단위의 공직선거에서 온라인 투표를 도입한 유일한 국가다. 91년 구 소련에서 독립해 인구 132만 명에 불과한 이 나라는 2005년 지방자치선거에서 처음으로 인터넷 투표를 시범 도입했다. 이후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2007·2011·2015년), 지방선거(2009·2013년), 유럽의회 의원선거(2009·2014년)에서 유권자가 인터넷 투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인터넷 투표 도입 과정은 쉽지 않았다. 도입 당시 아르놀드 뤼텔 대통령은 “보안상 허점으로 부정투표의 위험이 있다”며 인터넷 투표 실시안에 서명하기를 거부했다. 하지만 에스토니아 대법원이 “기술적으로 비밀투표의 원칙을 지킬 수 있다”며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처음으로 인터넷 투표를 실시한 국가가 됐다. 2005년 첫 투표에선 전체 투표자의 1.9%인 9317명이 인터넷 투표를 선택했는데, 지난해 유럽의회 의원선거에선 전체 투표자의 31.3%(10만3151명)가 휴대전화와 PC를 이용해 온라인 투표를 했다.



 에스토니아에선 유권자가 인터넷 투표를 선택하면 선거일 10일 전부터 4일 전까지 인터넷으로 투표할 수 있다. 또 인터넷으로 투표한 유권자는 이후 인터넷을 통해 처음 선택과 다른 후보를 찍을 수 있고, 선거일까지 현장 투표로 자신의 선택을 바꿀 수 있다. 2012년엔 국가 주도로 인터넷 투표를 위한 ‘전자선거관리위원회(Electronic Voting Committee)’를 만들고 국가선거관리위원회가 직접 자문하기도 한다.



스위스, 모바일 투표 세계 최초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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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민주주의의 나라’ 스위스는 2005년 주민투표에서 세계 최초로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인터넷 투표를 도입했다. 당시 제네바·취리히·노이샤텔 주(州)가 주도해 인터넷 투표 시스템(e-voting system)을 완성했다. 2009~2011년엔 정부의 관리 하에 인터넷 투표 시스템이 다른 주로 확산됐다. 자국 내에서 인터넷 투표 시스템이 정착되자, 스위스 재외국민위원회(OSA)는 “인터넷 투표 시스템을 재외국민에게도 허용하라”고 요구했다. 재외공관에 투표소를 설치하는데 지나치게 큰 비용이 든다는 이유였다. 2012년엔 스위스 재외국민 투표자 중 50% 이상이 인터넷 투표 시스템을 이용해 연방선거에 참여했다.



 호주도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인터넷 투표가 허용되는 나라다. 2007년 연방선거에서 ‘해외에 복무 중인 군인’, ‘시각장애인 및 저시력자 유권자’를 대상으로 인터넷 투표를 도입했다. 2011년 주정부 선거 당시 호주 정부는 인터넷 투표 대상자를 ‘장애인’, ‘부재자 및 투표소에서 20km 이상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유권자’로 확대했다. 이 선거에서만 4만6864명이 인터넷 투표로 한 표를 행사했다.



 프랑스는 2009년 상원의원 12명을 선출하는 선거를 치르면서 미주·아프리카 지역에 있는 재외국민 30만 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편 뒤 2012년 ‘재외국민’에 한정해 인터넷 투표를 전면 도입했다. 결과는 투표율 2.2%p 상승. 비용은 줄이고 투표율은 높였다. 당시 재외국민 투표자 중 55%가 인터넷을 이용한 투표 방식을 택했다.



 인터넷 선거를 이용하는 이들 나라에선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신청한 유권자에 한해 보안 코드인 ‘핀코드’(PIN Code·문자와 숫자 등의 조합으로 본인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비밀번호)를 우편이나 인터넷으로 제공한다. 부정 선거를 방지하기 위해 핀코드를 받은 유권자만 정해진 웹사이트에 접속해 입력한 뒤 투표하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선 도입을 전제로 인터넷 투표에 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캐나다의 온타리오·노바스코샤 주(州)에선 2003년(2개 지역)과 2012년(14개 지역) 소규모 지역선거에서 실험적으로 인터넷 투표를 적용했다. 하지만, 인터넷 선거가 법적으로 금지된 주가 대부분이다. 현재 캐나다 선거청(Elections Canada)에선 모바일 선거를 포함한 인터넷 투표를 도입하기 위해 대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인터넷 투표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도 2006년 10월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인터넷 모의투표를 실시해 효과를 검증했다.



 반면 독일·네덜란드·영국 등 주요 선진국은 오랜 준비 과정을 거치며 일부 지역에서 온라인 투표를 시범 도입했지만 정착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네덜란드에선 2006년 한 시민단체가 TV에 출연해 온라인 투표 기록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법원의 온라인 투표 금지 결정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면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은 어떤가. 한국의 경우 인터넷 투표를 위한 기술적 토대는 마련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3년 10월부터 ‘온라인 투표서비스(K-voting)’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공직 선거에선 인터넷 투표가 아직 도입되지 못했다. 보안 문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11일엔 검찰이 K-voting 시스템 개발 초기 보안 기술을 담당했던 업체 부사장 박모(48)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박씨는 온라인 투표 시스템의 보안 기술이 미비함에도 불구하고 “보안사항을 충족했다”고 속여 이 업체를 팔아넘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를 받고 있다. 중앙선관위 측은 “투표 보안에 있어선 문제가 없었고,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사후 검증 보안 문제는 보완했다”고 밝혔다.



 보안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인터넷 투표 대신 ‘전자투표’는 정당 선거에서 간간히 사용되고 있다. 2011년 당시 한나라당 당대표 경선에서 선거인단 20만3518명을 대상으로 전국 251개 투표소를 열고 전자투표를 시행했다. 터치스크린이 달린 전자투표기 753대와 선거명부 검색단말기 502대가 동원됐다. 새정치민주연합도 문재인 대표가 선출된 ‘2·8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대표 경선에 나설 후보를 거르는 ‘1차 컷오프 경선’을 전자투표 방식으로 치렀다.



 현재 온라인 투표는 입주자 대표 선거나 조합원 여론조사 등에 사용되며 풀뿌리 민주주의에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K-voting 시스템은 2013년 10월 대전시 동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 입주자 대표를 선출하는 투표를 시작으로 지난 6월 말까지 총 328번 사용됐다.



건축사협회장 선거 투표율 80.4% 기록



 지난 1월 20~21일 실시된 제31대 대한건축사협회 회장 선거는 온라인 투표의 힘을 빌려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은 대표적인 예다. 이전까지는 회원들이 전국에 흩어져 있어 전국 각지의 대의원들이 올라와 간선제로 대표를 뽑았다. 하지만 온라인 투표 도입으로 회원들이 직접 회장을 선출했고, 투표율도 80.4%에 달했다. 지난 3월 18~20일 실시된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당시에도 오프라인투표와 온라인투표를 병행했는데, 온라인 투표율(78.1%)이 오프라인투표율(21.3%)보다 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지난 6월 17~19일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온라인 투표를 이용하면서 시간의 제약을 뛰어넘었다. 밤낮으로 교대 근무를 하는 택시 조합원 4만9303명의 근무 패턴을 고려한 조치다. 정관 개정을 위한 여론조사에서 투표율이 59.2%로 나타났다. 2011년 조합원을 대상으로 총회 투표를 실시했을 당시 투표율 저조로 투표 자체가 무산될 뻔한 건 옛 얘기다. 온라인 투표가 도입된 이후 정책 결정을 위한 온라인 투표는 올해만 35차례에 달했다.



 K-voting 시스템은 2013년 도입 첫 해 16건이었지만 2014년 105건, 2015년 상반기 207건으로 크게 늘고 있다. 올해 공동주택 관련 투표 152건, 직능단체 관련 투표 46건, 학교 관련 투표 9건이 온라인 투표로 진행됐다. 최근 서울시는 서울시선관위와 업무협약을 맺고, 서울시 조례 개정을 통해 ‘공동주택의 온라인투표 의무화 규정’을 신설하는 등 온라인 투표를 통한 직접 민주주의가 강화되는 추세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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