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2015 챌린저 & 체인저] 타이어 → IT → 화장품 … 다음은 몰라요

박혜린 바이오스마트 회장은 인수합병(M&A)으로 10여 개의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박 회장이 M&A의 산실인 자신의 사무실에서 전략회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회의 참석자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칸막이 보드에 회의 내용을 대부분 암호로 적었다. [조문규 기자]


지난 12일 오전 서울 성수1가의 깔끔하게 리모델링된 건물 한 사무실에 들어서자 도무지 알아보기 힘든 글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복도와 사무실의 유리벽을 뒤덮은 화이트보드엔 이런 글들로 가득했다. “무슨 글인지도 모르겠다”고 하자 박혜린(47) 바이오스마트 회장은 “당신이 그걸 알면 점쟁이나 산업스파이”라며 “아무나 알아서는 안되는 회의용 암호”라며 웃었다.

(20) 24년간 사업, M&A로 거느리는 기업 10개 … 박혜린 바이오스마트 회장
칸막이 칠판에 암호로 스탠딩 회의
특허 70개 스마트카드사 업계 1위
디지털 전력검침 업체 매출 736억
500만 달러 베트남 사업 등 해외로
화장품 재료 로레알 납품 성과도



 33㎡(약 10평) 정도 돼 보이는 박 회장의 사무실은 스탠딩 회의장이다. 그곳엔 앉아있기 불편한 의자와 책상 두 개가 달랑 놓여있다. 임직원들이 찾아오면 선 채로 업무보고를 받고 회의도 진행한다. 이를 위해 사무실 칸막이를 칠판처럼 활용하게 된 것이다. “스탠딩 회의를 하면 직위의 상하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자유로운 생각을 서로 말하는 분위기가 되고, 필요없이 낭비하는 시간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외부에서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보니 회의 내용을 참석자들만 알 수 있는 암호 방식으로 바꿔 적어놓아야하는 어려움도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의 키는 여자로서도 다소 작은 150㎝가 조금 넘을 정도다. 하지만 목소리엔 힘이 있고, 발음은 또박또박했다. 작은 거인이란 느낌이다. 1991년 서울여대 도서관학과를 졸업한 그는 전공과 달리 외향적이고 남성적인 일에 손을 댔다.



 “제 스스로 수익을 남기는 일을 해 보고 싶더군요.” 눈에 들어온 건 수입타이어였다. 수입차들이 서서히 국내 시장에 진입하던 때라 전망이 밝아보였다. 이왕 시작할 거 제대로 해 보자는 맘으로 경기도 여주에서 정미소를 운영하던 부모에게 3억원을 빌렸다. 규모를 크게 하고 국내 최초로 타이어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하자 고객이 몰렸다. 3년 만에 빌린 3억원을 이자까지 쳐서 갚았다. 직접 낑낑대며 타이어를 갈아끼우는 건 물론이이고 몇 년만에 타이어 전문 책까지 펴냈다. 여기저기서 타이어 관련 강의를 요청할만큼 전문지식도 쌓았다. 이렇게 수 년이 지나자 박 회장은 수입차업계에서는 꽤 유명한 인사가 됐다.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던 그에게 타이어 점포가 있던 서울 삼성동은 다른 기회를 불러왔다. 90년대 말 정보기술(IT) 붐이 서울 테헤란로를 몰아치자 IT 사업체를 운영하는 이들이 타이어 고객이 됐고 친분이 쌓였다. 마침 미래지향적인 사업 아이템을 찾고 있는 차였다.



직원 아이디어에 꼭 보답 … 제품 수익 나눠



 기회는 자연스럽게 찾아왔다. 자신의 사무실이 입주해있던 건물에 본사가 있던 카드 제조업체인 바이오스마트가 2000년대 초반 불어닥친 카드대란의 여파로 경영권이 흔들리고 있었던 것. 박 회장은 2년 동안 대표가 3번이나 바뀐 이 회사를 2004년 인수했다. 당시 “반드시 인력 구조조정 없이 회사를 정상화시키겠다”며 흔들리는 직원들을 다독였다. 2007년에는 이 회사 대표로 취임해 본격적인 지휘권을 잡았다. 자신이 연구본부장을 자처해 직접 신용카드·ID카드 등 신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했다. 기존의 플래스틱 소재를 이용한 카드형태를 벗어나는 데 주력했다. ▶종이로 만든 한지카드 ▶향기 나는 향수 카드 ▶메탈카드 ▶다이어몬드카드 ▶금카드 등 수많은 카드가 탄생했다. 특허만도 70개가 넘는다. “시간만 나면 코엑스 전시장에 들러 제 사업분야와 관련 없는 전시물들도 살펴보죠. 새로운 것과 융합을 시도하려면 그만큼 많은 걸 봐야하니깐요.” 인수 당시 적자였던 이 기업은 현재 국내 시장에서 스마트카드 점유율 60%로 1위다. 지난해 매출 415억원에 영업이익 15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기여도가 있는 사람 순서대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의 회사 운영도 변화를 도왔다. 아이디어를 내는 직원의 아이디어값을 주고, 특허가 출원돼 제품이 나오면 그로 인한 수익의 일부가 반드시 그 직원에게 돌아가게 했다.



 “우리 회사의 연봉이 학력이나 나이에 비례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예요.”



 박 회장은 2009년에는 또하나의 주력회사인 옴니시스템을 인수했다. 옴니시스템은 전자계량기 시장의 85% 이상을 점유하고 있던 회사로 에너지 절전을 위한 ‘스마트 그리드’ 시장이 타깃이었다. IT기능을 입힌 디지털 전력량계를 만들던 이 회사는 2008년 금융위기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박 회장은 타이어사업에서 번 돈으로 사들인 건물을 팔아 회사를 사들였다. “제품이 미래지향적이어서 반드시 성공하겠구나 하는 감이 들더군요.” 옴니시스템에서 개발하던 측정계는 검침원이 직접 전력 사용량을 체크하지 않고 관리사무소와 세대 간 전용통신선을 연결해 에너지 사용량을 원격적으로 측정하고 납입고지서를 발행해주는 방식이었다. 박 대표는 “전략사용량을 정확하게 측정해 요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투명하게 운영되는 장점에 검침원이 없어도 되기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사용이 확대될 걸 확신했죠.”



“내가 손 댄 모든 회사는 아들이고 딸”



 몇 년 간은 침울했다. 신속하게 진행될 줄 알았던 스마트그리드 관련 민관 사업들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 옴니시스템은 2013년에도 6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적자를 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 736억원에 영업이익 46억원, 순이익 30억원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13년 말부터 베트남 하노이 소재 랜드마크 타워 건물에 500만 달러어치의 AMI(지능형 검침 인프라) 구축 수주 실적을 냈다. 지난해 4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전력청의 스마트미터 입찰에 참여해 12월에 후보 사업자로 선정됐다. 중국 정부가 2020년까지 전국 500개 스마트시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의 관심은 IT를 넘어 여러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2009년 토종 화장품 업체인 한생화장품을 인수한 데 이어 2013년 라미화장품 지분을 인수하면서 화장품 시장에도 진출했다. 이번에도 그는 “기술력과 함께 미래성이 있어야 한다”는 자신의 철학을 고수했다. 바이오스마트가 스마트카드 기술에, 옴니시스템이 스마트 전력검침 분야에서 독보적인 특허들을 갖고 있듯 이 회사들도 축적된 원재료 관련 특허가 많았다. 라미화장품은 최근 글로벌 화장품업체인 로레알의 콤팩트 납품 업체로 선정됐다. 6개월이라는 짧은 검증 시간에 이뤄져 화장품 업계를 놀라게 했다. 현재 경기도 여주에 건립 중인 320억원 규모의 화장품 공장이 인허가 과정에 있다.



 박 회장은 올해로 사업을 시작한지 24년째가 됐다. 이런 기업들을 하나 둘 모으다 보니 어느 덧 10여 개의 크고작은 기업을 거느리게 됐다. 2013년에는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는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직함도 가지고 있다. 사업에만 너무 열중했을까. “결혼은 언제할거냐”는 말에 대답을 피했다. “맘에 드는 사람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런 사람 만날 시간이 없었고, 난 내 아이들 기르는 데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91년부터 사업들 시작해 인수합병(M&A)해 온 기업들 하나 하나가 아들이고 딸이라는 것이다. 인터뷰 중간 중간 “아이를 키우고 돌본다”는 말이 꽤 나왔다.



 “기업가 정신은 사랑이란 말로 표현하면 맞을 거 같아요. 회사와 임직원을 사랑하면 그 애정만큼 회사는 성장하죠.”



 박 회장은 자신의 도전이 어느 선에서 멈출지 스스로도 모른다. 다만 회사 하나를 ‘입양’할 때마다 지켰던 원칙은 계속될 것이라 장담했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잠재성을 지닌 기술력이 있어야죠.” 한 때 어려웠던 회사들을 정상화시키고 키워 낸 공통된 사업 목표도 있었다. 모두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것들이었다.



글=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