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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움직이는 공공외교 예산 한국 37억, 일본 906억원

지난 4월 미국 상·하원에서 연설한 아베 일본 총리. 이는 미·일 ‘신밀월’의 상징이다. [AP=뉴시스]


세계는 지금 외교 전쟁 중이다. 구한말 구국외교와 임시정부 항일외교에 이어 한국과 일본 간의 외교 전쟁은 더 복잡하고, 더 치열해지고 있다. 그 싸움에서 승리해야 국익을 지킬 수 있다. 현대 외교 전장에선 공공외교(公共外交, Public Diplomacy)가 신무기로 떠오르고 있다. 군사력이나 경제력 등 ‘하드 파워’의 영향력에 한계를 느낀 주요국들은 상대방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공공외교를 강화하며 ‘소프트 파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타임지 편집장 출신인 리처드 스텐겔을 아예 공공외교 차관으로 두고 있을 정도다.

외교가 힘이다 <3> 소프트 외교 전문가 키우자
일본에 밀리는 ‘소프트 외교’
담당 외교 인력도 일본 6명, 한국 1명
“일본 정보력 대단, 얄밉게 잘한다”
후임자에겐 정보·인맥 ‘족보’ 넘겨



 미국을 대상으로 한 공공외교 투자에서 한국은 아직 일본과 비교하면 골리앗 앞의 다윗이다. 2015년 예산 기준으로 미국 싱크탱크 및 연구소에 대해 한국 정부가 직접 투자하는 금액은 0원이다. 일본의 경우 정부 직접 지원액은 700억원이다. 정부 산하기관과 민간재단을 모두 합쳐도 일본의 지원액(906억원)이 한국(37억5000만원)의 24배다. 양국의 국내총생산(GDP) 격차는 3.4배다.



 일본의 대미 공공외교는 ‘적극’을 넘어 공격적이다. 일본 정부는 컬럼비아대, 조지타운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등 세 대학에만 연간 500만 달러(약 58억원)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 내에 차세대 일본 전문가를 육성하는 게 목표다. 주미 한국대사관의 대미 공공외교 담당 인력은 정무업무를 겸하는 참사관 1명인데, 주미 일본대사관은 참사관 3명과 서기관 3명 등 모두 6명이 전담한다.





 하지만 양(量)보다 심각한 건 질(質)의 외교에서 격차가 더 크다는 점이다. 일본은 선택과 집중, 조직적 팀플레이에 강한 반면 한국 외교는 아직도 ‘필마단기(匹馬單騎·혼자 말을 타고 나감)’다. 해외공관 경험이 있는 외교관들은 “일본의 정보력은 대단하다”거나 “정말 얄밉게 잘한다”고 말한다.



스위스의 유엔 제네바대표부에서 근무한 한 외교관은 “일본 대표부 직원들과 상견례를 하는데, 일본 측은 여성·노동·아동·장애인 인권 등 분야마다 담당자가 따로 지정돼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한두 명이 대여섯 개의 분야를 맡는다. 분야별 소개를 할 때 두더쥐 게임 하듯 특정인들이 계속 번갈아 손을 들어야 해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했다.



 인력 부족을 탓할 수도 없다. 외교관 1명이 담당하는 국민 수를 비교하면 오히려 우리 사정이 더 낫다. 한국은 2만94명, 일본은 2만2210명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소프트웨어’가 일본 외교의 강점이기 때문이다.



 재외공관의 업무 인수인계가 그렇다. 일본에서는 이른바 ‘족보’를 전달한다. 전임자가 후임자에게 자신이 수집했던 모든 정보를 넘겨주는 것이다. 자료뿐 아니라 인맥까지 넘겨준다. 외교부 한 인사는 “그에 비해 우리는 카운터파트 담당자를 소개하거나 당장 다루고 있던 현안 위주로 업무 인계가 이뤄져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외교관 채용 체계도 일본은 철저히 이원화돼 있다. 10명 정도는 국가 1종 시험(법률직)으로 뽑아 외무성 본부에서 근무하게 한다. 국장급 정도 되면 외교전략의 큰 그림을 그리는 전천후 외교관으로 성장한다. 이와 별도로 지역 전문가 인력을 80명 정도 뽑아 중동·남미·동남아 등의 공관에서 근무하게 한다.



반면 한국은 외교관들을 일괄 임용하고, 본부 근무→연수→재외공관 근무 등 순환근무를 시킨다. 거의 2~3년 단위로 본부와 공관 근무를 반복한다. 2013년부터는 외무고시를 폐지하고 국립외교원에서 외교관 후보생을 뽑아 교육하게 했지만 별반 달라진 게 없다. 한 외교 전문가는 “각국의 문화와 언어에는 능통한데 외무고시와 비슷한 공직적격성평가(PSAT)의 관문을 못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역전문가를 키우자는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일본 외무성에서 한국 업무를 담당하는 오노 게이치 동북아과장은 5년째 그 자리를 맡고 있다. 한·일관계가 계속 악화하자 담당자를 교체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외교부에서 일본 업무를 담당하는 동북아1과장은 1년~1년6개월을 주기로 계속 바뀌어 왔다.



 민간 전문가 활용에서도 차이가 있다. 주한 일본대사관만 하더라도 1~2주에 한 번씩 한국에 주재하는 상사맨들이나 학자, 정보당국 관계자가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분석한다.



 국민대 이원덕 일본학연구소장은 “한국 외교관은 한명 한명은 뛰어난데 개인플레이로 경쟁하고, 일본은 혼자일 땐 인상적이지 않지만 팀플레이를 통해 성과를 낸다”며 “개인의 열정과 애국심에만 의존하며 일당백을 기대하는 건 이제 무리”라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 남궁영 정치행정언론대학원장은 “지역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인적 자원에 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며 “한국 외교관들은 동남아 가서도, 아프리카 가서도 영어로만 외교를 하려 하는데 자국어를 할 수 있는 외교관과 영어밖에 모르는 외교관 중 누구를 반길지는 자명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유지혜·안효성 기자, 왕웨이 인턴기자, 김유진·송영훈 대학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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