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북과 남 오간 ‘기구한 마을’ 동송 … 철책선에 꽃이 피다

김도희의 ‘무한철책’은 철원 동송면 장병휴게소 창고에 설치한 한 시간짜리 영상이다. 강원도 해안 절경을 배경으로 한 철책선을 따라 해가 뜨고 지며 영원한 듯 시간이 흐른다. ‘리얼 DMZ 프로젝트-동송세월’에 나온 작품이다. [사진 사무소(SAMUSO)]


외박 나온 장병들이 드나드는 카페 앞엔 야생화가 피어났다. ‘이사하는 정원-DMZ’다. 방앗간 노란벽엔 ‘정말 다 괜찮을 거야’(오른쪽) 네온이 빛난다. [철원=권근영 기자]
13일 강원도 철원군 동송면 청성전우회 장병휴게소, 가건물 뒤 남루한 창고는 벙커처럼 어둡다. 그 안에선 끝없이 이어지는 철책선 영상이 상영중이다. 김도희(36)의 ‘무한철책’, 작가는 동해안 정동진 아래부터 고성까지 바닷가 철책선을 죽 따라 걸어 올라가며 찍은 장면을 좌우대칭으로 연결했다. 절경을 배경으로 이어지는 철책선은 기막히게 평화롭다.

‘리얼 DMZ 프로젝트’ 개막
평화롭게 보이는 철책선 영상
군화에 묻은 씨앗서 자란 꽃 …
한반도 모순 응축된 역사 현장
국내외 예술인 49명이 재해석



 동송면(東松面)은 비무장지대(DMZ) 남방한계선으로부터 약 10㎞, 민간인 통제선으로부터 약 5㎞ 거리에 있다. 철원 내 가장 많은 사람이 사는 상업·문화 중심지역으로 일제강점기인 1914년 동송면이라 이름붙였다. 1945년 광복과 함께 북한 땅이 됐다가, 53년 정전 뒤엔 남한에 수복돼 오늘에 이어진다. 여느 지방 소도시 읍내와 비슷하지만 ‘학교급식·군부대·관공서 최저가 납품 상담 환영’이라는 마트 현수막, ‘군기모범지역’이라는 안내판 따위가 이곳의 특수성을 얼핏얼핏 드러낸다. DMZ의 긴장 상황 옆에서 평범한 듯 비범한 일상이 이어지는 곳이다.



 동송시장 상권의 80% 이상은 군부대에 기대고 있다. 지난 4일 경기도 파주 일대에서 지뢰가 폭발한 터라 이곳 분위기도 삼엄하다. 시장 내 카페 ‘더착한커피’ 주인 이수옥(56)씨는 “군인과 그 친구들이 많이 오는데, 경계태세가 내리면 여긴 손님이 없다”고 근심하면서도 가게 앞에 새로 생긴 화단을 반긴다. 채송화·천일홍·폭죽꽃 등이 피어난 자그마한 꽃밭은 김이박(33·본명 김현영)의 작품 ‘이사하는 정원-DMZ’다. 김씨는 지난 석 달간 PC방·모텔·치킨집 등 장병들의 통행이 잦은 곳에서 흙을 채집했다. 군화에 묻어온 씨앗을 골라 키워 카페 앞에 설치했다. 그는 “식물은 뿌리내린 장소에 구속되므로 이동할 수 없다. 그런데 이곳에선 다르다. 사람들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는 민통선 안팎을 식물은 드나들며 각고의 적응력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동송면 일대에서 커뮤니티 아트를 진행한 ‘리얼 DMZ 프로젝트 2015’(기획 김남시·김선정·임혜진·한금현)는 ‘동송세월(東送歲月)’을 부제로 삼았다. 김남시 이화여대 교수는 “동송이 지내온 세월은 어떤 것이었을까, 동송과 더불어 우리가 보내온 시간, 그 시간 속에서 형성된 우리의 현재는 어떠한가 라는 질문에 대한 작가들의 응답”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외 미술가·건축가·시인·문화기획자 등으로 구성된 49명(팀)이 참여했다.



북에서 남한에 지은 건물로 유일하게 남은 노동당사를 그린 그림(최진욱), 침묵하는 고장난 스피커를 태극마크 자리에 놓고 4방위를 뜻하는 건곤감리 중 남북만을 남긴 태극기 간판(프랑스 해미 클레멘세비츠) 등의 작품이 주민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외할머니 때부터 이곳서 나고 자란 양연화(35) 작가는 “철원에서 우리 어머니의 삶은 여느 어머니들과 비슷한 듯 달랐다. 세 딸을 집에서 낳았고, 병원에 가지 못해 미군이 주는 약을 드셨다. 어머니는 뒤늦게 취미로 사진을 찍었고, 난 그 가족사진을 토대로 판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쟁이 바꿔놓은 마을에서 예술은 뭘 보았을까. 전시는 23일까지. 지도를 들고 동송시외버스터미널과 핸드폰보관소, 철원성당, 관전치안센터 앞, 약국과 부동산 등 읍내 곳곳에 오렌지색 설명판이 붙은 작품을 찾아다니게 돼 있다. 29일부터는 서울 삼청로 아트선재센터로 이어진다. 02-739-7098.



철원=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