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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AR 와치] 일본에 정신적·도덕적 우위에 서서 당당하게

[일러스트=박용석]


정덕구
NEAR 재단 이사장
광복과 분단 70년을 회고하며 문득 1991년 영국에서 있었던 진지한 논쟁이 떠올랐다. 당시 대처 총리는 대영제국이 유럽의 일부로 흡수되는 것을 굴욕으로 생각하며 적극 반대했으나, 70년대에 총리를 지낸 에드워드 히스는 13%가 넘는 실업률하에서 경쟁력 없는 영국이 유럽연합(EU)에 가입하는 것은 국익을 위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영국은 92년 유럽통화연합(유로존)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유보조항과 함께 마스트리흐트 조약에 가입한다. 국가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국가의 미래를 고뇌하며 내린 균형 있는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같은 섬나라이면서도 일본은 균형감각에 있어서 영국과 사뭇 다른 것 같다. 일본 사람들은 집중력이 강하다. 한평생 같은 일을 열심히 하며, 한곳을 깊이 파서 장인이 되고, 높은 기술력을 축적해 후대에 계승한다. 그래서 노벨상도 많이 타고, 부를 축적해 오랫동안 잘사는 나라가 되었다.



 반면 일본인들은 한쪽에 쏠리는 경향이 강하다. 때로는 균형감각 부족으로 잘못된 생각을 수정하는 복원력도 약한 편이다. 또한 일본인들끼리는 남을 배려하고 폐 끼치는 것을 싫어하지만, 나라 밖을 바라볼 때는 항상 욕심을 내며 원교근공(遠交近攻:먼 나라와 손을 잡고 가까운 나라는 공격)하고 싶어하고, 그것을 야망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또한 경제적 일류 국가로서의 자존심과 정체성에 대한 집착이 강하면서도 정신적·도덕적 정체성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한다. 이렇게 균형감을 잃고 정신적 기초가 흔들리면서, 일본은 식민지시대 한국을 잔인하게 유린하고 2차 세계대전 때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짓밟으며 상상할 수 없는 잔혹하고 야만적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일본인 개인적으로는 매우 훌륭하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일본에선 여러 사람이 모이면 자기 뜻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향이 있고, 사회의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아주는 집단지성이나 시민사회활동도 미약하다. 언론의 정부 견제나 잘못된 사회현상에 대한 비판도 그리 강하지 못하다. 이렇게 되면 국가사회의 자정 기능이 약화된다.



 일본은 다분히 이중적이다. 고대 일본은 백제 등 한반도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러나 이후 역량을 강화해 임진왜란을 일으켰다. 메이지유신 이후 서구 문명을 받아들여 국력이 신장되자 만주사변, 중일전쟁에 이어 진주만을 폭격하고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다.



 패전 후 지난 70년간에도 일본은 비슷한 세 가지의 실책을 범했다.



 첫째는 주변 피해국과 진정으로 화해하고 도덕적·윤리적 가치를 축적할 기회를 버린 것이다. 피해국에 대한 사죄의 마음 대신 돈으로 때우려 했다. 그들의 경제원조로 동아시아 국가가 잘살게 되었다고 치부하면서, 과거사에 대한 교묘한 논리 개발에 치중하며 자기모순에 빠진다.



 둘째는 동아시아 외환위기 때 일본의 처신에 관한 것이다.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그러나 97년 태국에서 동아시아 금융위기가 처음 발생해 한국까지 불길이 번졌을 때, 일본은 미온적으로 그리고 미국 뒤에 숨어 수비적으로만 대응했다. 동아시아는 일본의 민모습을 생생히 목격했다.



 셋째는 개혁·개방 이후 중국을 다루는 데 실패한 것이다. 중국을 미개하고 위험한 나라라 생각하며 경원시했으나 중국의 급팽창을 보면서 중국에 대한 두려움·공포심과 함께 저항감도 생겼다. 미국을 따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을 거부했다. 중국은 승자의 파티에 빠져 있고 일본은 속으로 후회스럽다. 중국은 더욱 자유로워졌다. 중국을 다자 프레임에 묶어 견제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이상의 모든 경우에서 보듯이, 일본은 자기파괴적 편견 속에서 미안해할 줄도 모르고 균형감과 수치심마저 약해져 버린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정신적 후진국 증후군에 빠져드는 느낌이다.



 따라서 지금 일본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20여 년의 장기침체에서 벗어나는 것보다 정신세계의 건강함과 균형감각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은 정신세계가 경제도 지배하기 때문이다.



 과거 일본의 리더들은 국내에 어려움이 생기면 밖에 적을 만들고 국민을 그쪽으로 몰아갔다. 일본인들은 리더에 순종하면서 균형감 없이 잘못된 전쟁에 같이 몰입했다. 지금 아베 정권도 이와 비슷한 방향으로 가는 분위기다. 이번에는 일본 국민이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균형추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 중요한 이웃 나라 일본이 강한 나라 (Able men)를 넘어 품격 있는 좋은 나라(Good men), 국제사회에서 도덕적으로 자유로운 나라 (Free men)가 되기를 바란다.



 이제 한국이 진정한 독립을 완성하려면 국력을 지속적으로 신장하고 국론을 하나로 결집하며 명분과 도덕적 우위에 서서 당당하고 대승적인 자세로 일본에 대응하는 것이다. 상위 중견국가답게 감성적 대응을 지양하고 냉철하고 현명한 처신으로 능력 있고 품격 있는 일류 국가가 돼야 한다. 그것이 일본을 극복하는 길이다.



 한·일 관계는 새로운 미래로 향하고 있다. 양국의 미래세대는 어떤 정신적 유산을 바탕으로 같이 만나야 할까? 다음 50년에는 두 나라 관계가 미분적 이기심에 흔들리지 말고 적분적 확대균형으로 심화되었으면 좋겠다.



정덕구 NEAR 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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