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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한·중·일 정상이 만나야 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아세아문제연구소장
1905년 일본이 을사늑약으로 한반도 지배를 시작한 지 110년이 지났다. 일본이 결국 패망하고 한민족이 그토록 갈망하던 해방의 감격을 맞이한 지 70년, 그러나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은 지도 70년의 세월이 지났다.

 제국주의와 전체주의의 물결이 지나가고 전후 냉전 질서도 무너졌지만 동북아는 아직도 협력과 공존의 체제를 구축하지 못했다. 유럽이 제2차 세계대전의 상흔을 딛고 일어나 51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 58년 유럽경제공동체, 67년 유럽공동체, 92년 유럽연합(EU), 99년 유로화 도입으로 꾸준히 협력과 통합을 다져 온 것과 대비된다.

 동북아는 한국·중국·일본 사이에 정치·경제 의존과 경쟁구도가 공존하고 역외 강대국인 미국·러시아와 통제가 어려운 북한까지 합쳐져 문제가 복잡하다. 최근에는 중국의 경제·군사적 부상, 일본의 우경화, 높아진 민족주의로 국가 간 대립이 더 커졌다. 역사 문제, 영토 분쟁은 여전히 한·중·일의 최대 갈등 요인이다.

 ‘과거에 집착하는 것은 한 눈을 잃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를 잊으면 두 눈을 모두 잃는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과거 어두운 역사의 기억에 빠져서만 살 수 없다. 그러나 역사를 잊으면 안 된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한다면 미래에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러나 과거의 유령이 미래로 가는 우리의 발목을 계속 잡게 할 수 없다. 이제 대립과 갈등의 역사를 넘어 미래로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중·일 지도자들이 함께 만나야 한다. 대화하고 신뢰를 구축하면 많은 문제들을 풀 수 있다. 동북아의 평화와 상호 협력은 우리에게 우호적인 대외환경을 제공할 수 있어서 너무나 중요하다. 한·중·일은 2008년 제1차 공식 정상회담을 하고 2011년 ‘한·일·중 삼국협력사무국’을 서울에 설치했지만 2012년 이후 세 지도자들 간에는 아직 3국 정상회담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번 정부는 동북아 평화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외교 정책을 내세우지만 아직 제대로 된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지난 3월 3년 만에 개최된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이른 시일 내에 3국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은 집권 후반기의 좋은 기회다. 올 하반기에 정상회담을 열어 동북아의 갈등을 해소하고 역내에서 한국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한·중·일 정상들은 나이도 비슷하고 각 국가의 기틀을 다진 정치 지도자들의 자제들로 국가 재건을 고민하는 공통점이 있어 대화를 풀어가기도 좋다. 양자 간의 정상회담도 물론 중요하지만 과거의 경험을 보면 한·중·일이 함께 만났을 때 중재자인 한국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었다.

 3국 정상이 만나면 정치 협력과 더불어 경제·사회·문화에서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 한·중·일은 아시아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상호간에 무역·투자의존도가 매우 높지만 제대로 된 협력 체계는 아직 미흡하다. 답보 상태인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에 추진력을 줄 수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미국·일본 등 12개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을,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3국 및 인도·뉴질랜드·호주 등 16개국은 역내포괄적경제협정(RCEP)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중·일 FTA를 통해 3국 경제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TPP와 RCEP라는 두 개의 광역 무역협정을 연결하는 고리의 중심 역할을 한국이 할 수 있다. 커지는 국제 금융·외환시장의 불안에 대비해 한·중·일 3국과 기존의 아세안+3(한·중·일)의 금융 협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

 2018년의 평창 겨울올림픽, 2020년 도쿄 올림픽,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2년 간격으로 동북아에서 열린다. 스포츠와 문화 교류 협력을 통해 관계를 개선할 여지가 많다. 과거 회담에서 논의한 지진·화산 등 자연재해에 대한 공동대응체계 구축, 환경 협력, 대학 간 교류 프로그램인 ‘캠퍼스 아시아’ 사업도 확대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동북아 삼국이 공동 기구를 만들어 역사 자료를 수집하고, 왜곡하지 않은 역사서를 함께 만들고 가르친다면 역사와 영토 문제의 해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한·일, 중·일 국민들 간에 감정이 계속 나빠지고 있다. 그러나 70%가 넘는 한·중·일 국민들이 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다. 한·중·일 정상들이 손을 맞잡는다면 민간 교류를 더 활성화하고 청소년세대의 우호를 증진할 수 있다.

 광복 이후 70년 동안 우리는 스스로 운명을 책임질 수 있는 독립국가를 만들기 위해 힘들게 노력해 왔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마치 구한말 때처럼 불안정하다. 정상이 직접 나서는 외교로 한·중·일 간 협력과 동북아의 평화를 이루어야 앞으로 한반도의 미래를 우리가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아세아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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