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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목요일] ‘작은도서관’이 준 큰 재미





소리 내 책 읽고 노래해도 좋아 … 넉넉히 품는 ‘작은도서관’
면적 33㎡, 장서 1000권 ‘마을문고’
전국 5200여 곳 … 동네 사랑방 역할
주민이 십시일반 돈 모아 꾸미고
원하는 프로그램 기획해 운영도









11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재래시장인 고덕시장. 그릇가게·옷수선집·미장원 ·태권도장 등이 있는 5층짜리 건물 2층에 도서관이 하나 있다. ‘함께 크는 우리’라는 이름의 이곳은 사단법인 열린사회시민연합 강동·송파시민회가 운영한다. 도서관은 넓이 132㎡에 확 트인 구조인데 한쪽엔 무대가 있고 또 다른 쪽엔 주방과 식탁이 있다.



 이날 오후 무대에선 엄마·어린이 등 스무 명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화모니’라는 가족합창단인데 올가을 마을축제에서 부를 노래 연습에 한창이었다. 직전까지 책을 읽던 예다희(7)양과 엄마 윤혜란(36)씨도 합창단원이다.



 “큰 도서관은 소리를 내면 안 되지만, 여긴 그래도 돼 좋아요. 친구들도 자주 볼 수 있고요.”



 다희는 “이곳이 편해 엄마와 매일 온다”고 했다. 엄마도 옆에서 다희를 거들었다.



 “여긴 이용자가 주인이에요. 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관장님과 얘기해 바로 만들 수 있어요. 그래서 책임감이 커지고 엄마들이 프로그램 진행을 맡기도 해요. 엄마들의 역량이 자연스레 커지는 것 같아요.”



 정선옥(47) 관장은 “마을 공동체가 활발해지려면 주민들이 모일 공간이 있어야 한다. 이곳은 독서 공간이면서 마을 사랑방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도서관 운영에 드는 예산은 서울시에서 지원받는 예산과 주민들이 내는 후원금으로 해결한다.



 2007년 문을 연 이 도서관에선 육아품앗이·바느질동아리·마을극단 등 많은 모임이 생겨나 활동 중이다. 구민이나 시민 전체가 이용하는 구립·시립 도서관에선 보기 힘든 일이 활발히 펼쳐진다. 이 도서관은 이른바 ‘작은도서관’ 중 하나다. 작은도서관은 마을 공동체 운동의 일환으로 생겨났다. ‘작은도서관 진흥법’이 2012년 제정된 이후론 ‘면적 33㎡, 장서 1000권가량의 마을문고’를 작은도서관이라 부르고 있다.



 지역 특성을 살린 작은도서관들은 큰 도서관이 제공하기 힘든 재미를 선사한다. 작아 보이지만 작지 않은 재미들이다.



 서울 은평구 ‘다문화도서관 바오밥나무’는 결혼 이주 여성들이 겪는 정서적 어려움과 자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겨났다. ‘다문화 밥상 공동체’를 지향해 이주 여성들이 자기 나라 음식을 내오고 한국 요리를 배운다. 함께 텃밭을 가꾸며 음식을 만들어 이웃 취약 계층과 나누기도 한다.



 전국적으로 작은도서관은 5200여 곳. 이 중 80%는 ‘함께 크는 우리’나 ‘바오밥나무’같이 사립이다. 작은도서관 중 공립인 곳은 공공도서관을 동네 깊숙이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경기도 부천시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도란도란 작은도서관’이 대표적이다. 부천시립도서관에 있는 책을 여기에서 빌려 보고 이곳에 반납할 수 있다. 아이들 스스로 책을 만들어 보게도 한다. 아이들이 지역의 유적에 얽힌 역사를 알아보고 와서 이를 시와 동화로 쓰게 해 올 연말에 ‘마을 이야기 책’을 낼 예정이다. 책을 읽기만 하던 어린이가 스스로 책의 저자가 되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처럼 작은도서관은 책을 매개로 사람이 모이고 함께 성장하는 곳으로 자리 잡았다. 폐쇄된 파출소를 개조해 13년 전에 문을 연 ‘꿈틀 어린이도서관’(서울 동대문구 전농동)도 그런 곳이다. 유년기에 여기서 책을 본 학생들이 대학생이 돼 자원봉사자로 다시 찾아와 독서 프로그램 진행을 돕고 있다. 이곳에선 도서관 이용자와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실내를 리모델링하고 외벽을 새로 칠하기도 했다.



 도서관 담장을 벗어나 마을 주민에게 다가가는 곳도 있다. ‘천일 어린이도서관 웃는 책’(서울 강동구 천호동)은 매주 목요일 책 40권을 손수레에 담아 인근 공원으로 나간다. 도서관을 자주 찾는 엄마들이 공원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준다. 도서관 홍보도 하고 책 읽는 즐거움을 전하기 위해서다.



 한국어린이도서관협회 박소희 이사장은 작은도서관에 대해 “주민들 참여 속에 주민들의 책 읽기를 독려하고 벼룩시장, 방과후 돌봄 같은 생활밀착형 편의를 제공하기 때문에 작은도서관들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주대 김홍렬(문헌정보학) 교수는 "공공도서관이 가까이에 없는 지역에선 작은도서관이 다양한 정보와 독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 아파트 단지, 시장, 상가에서 작은도서관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모든 도서관이 다 잘되는 것은 아니다. 사단법인 ‘작은도서관 만드는 사람들’의 변현주(51) 사무국장은 “전체 도서관 중 내실 있게 운영되는 곳은 30%”라며 “사립 도서관 중에선 체계적인 운영 계획 없이 문을 열었다가 사서 인건비 등 예산을 해결하지 못해 이내 문을 닫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정도의 규모가 돼야 이용자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책을 갖추고 마을 공동체 프로그램도 진행할 수 있다. 너무 협소한 공간에서 자원봉사자 위주로 시작하면 도서관이 성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변 국장은 “작은도서관이 주민센터 등 주민 자치 공간과 차별화하기 위해선 도서관 본연의 기능에도 충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시윤 기자, 정현령 인턴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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