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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값 절하…시험대에 오른 중국

중국의 위력은 컸다. 이틀째 계속된 위안화 값 절하가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지난해 유로화 가치가 18% 하락하고, 엔화 가치가 22% 추락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중국 당국의 기습적인 조치는 다양한 파장을 낳고 있다. 각국이 앞다퉈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환율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경제에 타격을 입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시기를 지연시킬 거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미-중 관계 악화의 빌미가 될 가능성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중국 간 해묵은 논쟁거리였던 환율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환율 조작 논란은 양국 관계의 오랜 불씨였다. 9월 미국을 방문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이 문제를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중국이 이런 파장을 예상 못했을 리 없다. 그럼에도 위안화 절하 카드를 사용한 것은 중국 경기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으로 봐야 한다. 7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8.3% 감소한 것은 심상치 않은 신호다. 7월 산업생산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6% 늘어난 데 그친 것도 우려스럽다. 6월 증가율인 6.8%를 밑돌았다. 올해 7% 경제 성장이 힘겨울 수 있다는 비관론이 점차 힘을 받는 이유다.

중국은 그간 환율 정책을 통해 두 가지 목표를 추구해왔다. 하나는 경제 성장을 위한 수출 산업 지원, 또 다른 하나는 위안화 국제화다. 전자가 내치용이라면 후자는 중국이 G2로 우뚝 서기 위한 필수 요소다. 이번 평가 절하를 통해 중국이 확실히 챙긴 것은 수출 경쟁력이다.

그러나 위안화가 국제결제통화로 다가서는 계기가 됐는지는 해석이 분분하다. 중국은 그동안 남미와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들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뿌려가며 위안화 네트워크를 엮으려고 노력했다. 국제결제통화가 되는데 중요한 요소는 환율 결정의 투명성과 통화가치의 안정성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이번에 위안화 가치를 급격히 떨어뜨린 건 이런 기준과는 한 참 벗어난 행동이다.

인민은행은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다. 시장이 환율 결정에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고 강조한다. 전일 외환시장의 종가와 당일 시장 호가를 반영해 위안화 고시 환율을 결정하기로 한 것을 내세웠다. 인민은행이 사실상 일방적으로 기준환율을 정하던 종전 방식에서 진일보했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은 인민은행이 12일 내놓은 성명에도 담겨 있다. 인민은행은 성명에서 "위안화 값의 가파른 추락은 경제적 동기 때문이 아니다. 시장을 반영한 조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위안화가 지속적으로 평가절하될 이유는 없다. 단기 조정 후 합리적으로 안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랫동안 중국의 환율 매커니즘의 투명성을 문제삼아온 국제통화기금(IMF)조차 성명에서 “환영할만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미 재무부는 “판단하긴 이르다”며 입장표명을 유보했다.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의 투명성에 문제를 제기한다. 위안화 가치는 하루 아침에 4년 전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위안화의 안정성은 크게 훼손됐다. 위안화에 베팅한 각국 정부와 투자자는 비명을 질렀다. 중국으로선 그동안 벌어놓은 글로벌 신뢰를 크게 까먹었다는 점이 뼈아픈 손실이 될 것이다. 기습적 평가절하는 G2에 어울리지 않는 행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개입을 불사할 수 있다는 이미지는 멍에로 남을 것이다.

시장은 ‘위안화가 얼마까지 떨어질까’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스위스계 금융그룹인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위안화 값이 지난주 말 기준 최고 10% 정도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달러당 6.8위안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호주 커먼웰스 은행의 분석가인 앤디 지는 이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위안화 값이 6.7위안까지 하락하면 인민은행이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한 시장 개입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건은 앞으로다. 중국 당국의 설명대로 환율의 시장결정력이 커졌다면 환율 변동성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캘리포니아주립대 빅토르 쉬 교수를 인용해 “최근 증시 개입에서 보듯, 중국 정부는 불안정한 상황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변화무쌍한 시장의 본성을 용인할 준비가 돼 있을까. 중국이 진정한 G2의 자격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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