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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페이지, 워런 버핏 뛰어넘는 금융자본가 꿈꾼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42)가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85)이 된다. ‘컴퓨터 공학도’ ‘청년 창업자’에서 ‘투자자’‘금융 자본가’로 이름표를 바꿔 달 요량이다. 이를 위해 그는 “알파벳이란 회사를 세우겠다”고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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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벳은 지주회사다. 기존 구글이 해온 지주회사 기능은 오롯이 알파벳으로 이관된다. 구글뿐 아니라 기존 자회사 16곳도 알바펫 우산 아래 들어간다. 톰슨로이터는 “구글이 하나의 선단 또는 그룹형 체제(Conglomerate)‘로 재편된다”고 설명했다. 지배구조의 혁명적 변화다. 구글이 주식회사로 출범한 1998년 이후 17년만이고, 나스닥에 상장한 지 11년 만다

 나스닥에서 구글 주식도 조만간 알파벳의 주식으로 대체된다. 페이지는 이날 회사 블로그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알파벳은 작은 조직으로 구성된다”며 “자본의 효율적 배분(투자결정)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주회사 체제 개편의 이유에 대해 각각의 사업 부문에 기업가 정신과 도전정신을 불어넣으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소셜네트워크인 링크드인의 제프 와이너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알파벳은 21세기 버크셔해서웨이”라며 “알파벳은 여러 벤처회사에 투자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애초 섬유회사였다. 버핏은 1960년대 버크셔해서웨이를 사들인 뒤 서서히 투자회사로 바꿨다. 기존 섬유 비즈니스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이런 저런 기업의 지분을 사들였다. 지금 버크셔해서웨이는 보험회사를 중심으로 철도회사·금융회사 등을 아우르는 거대한 지주회사다.

 버크셔해서웨이 같은 회사의 설립·운영은 페이지와 단짝이면서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42)의 오랜 꿈이었다. 둘은 구글의 주식을 대중에 처음 매각(기업공개)한 2004년 구글의 장기 전략을 설명하면서 버핏의 투자철학과 버크셔해서웨이를 예로 들었다. 기업공개(IPO) 11년 만에 꿈이 이뤄지는 셈이다.

 페이지는 알파벳의 최고 경영자(CEO)를 맡는다. 브린은 사장 자리에 오른다. 버핏과 절친인 찰스 멍거(91)가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부회장을 각각 맡아 ‘자본의 효율적 배분’을 지휘하는 모양새와 닮은꼴이다. 구글의 CEO로는 순다 피차이(43)가 내정됐다.

 알파벳이 설립되면 페이지와 브린의 인물 성격도 바뀐다. ‘컴퓨터 공학도’ ‘창업자’ ‘혁신가’에서 ‘투자자’ 또는 ‘금융 자본가’로 변신한다. 페이지는 “(우리의 투자 결과) 많은 사람의 삶이 더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화려한 수사다.

 페이지의 변신은 이제부터 시작될 것이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해 시장을 개척하는 모험정신에 충만한 인물에서 투자 수익을 노리는 전형적인 자본가로의 변신이다. 이미 그는 이런 포석을 착착 실행에 옮기는 중이다. 그는 모건스탠리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루스 포랫(57)을 올 5월에 영입했다. 포랫은 알파벳의 CFO가 된다. 페이지 속내에 머니 게임이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페이지의 변신은 미 경제 역사에선 익숙한 일이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와 ‘석유 재벌’ 존 D 록펠러 가문 등이 창업과 기업화를 거치며 축적한 부를 여기저기에 베팅하는 투자자로 변신했다. 현재 카네기나 록펠러 가문 어느 누구도 철강이나 석유 회사를 경영하는 인물은 없다. 여러 회사의 지분을 사들여 시세차익을 노릴 뿐이다.

 페이지가 투자에 동원 가능한 자금은 700억 달러(81조2000억원, 올 6월 말 현재)에 이른다. 구글이 지금까지 축적한 현금자산이다. 두 사람이 벤치마킹하는 버핏·멍거의 현찰(550억 달러)보다 많다. 버핏이 인수합병(M&A)하는 것만큼이나 페이지의 M&A도 글로벌 시장을 들었다 놓았다 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글의 현금 자산이 내년 말엔 1000억 달러를 넘어선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페이지 M&A의 충격파가 버핏을 능가할 수도 있을 법하다.

 페이지와 브린이 투자자로 변신하는 사이 기업 문화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영국 BBC 방송은 이날 전문가의 말을 빌려 “구글의 상징어가 ‘창업’ ‘도전’ ‘실험’이었다면 알파벳은 ‘효율’ ‘실적’ ‘관리’일 것”이라고 했다. 구글이 현재 진행 중인 무인 자동차 개발 같은 실험이 줄어들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면 벤처기업 특유의 생동감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정보기술(IT) 마케팅 이론가인 레지스 매키너는 “벤처기업에서 경영을 앞세우는 것은 일종의 매너리즘(타성) 강화”라며 “이는 모든 기업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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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