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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처럼 … 서울을 달리는 트럭 위 셰프들

지난해 합법화 후 활기 띠는 푸드트럭

전 세계 김치 투어를 마치고 화양동 복합문화공간 커먼그라운드에서 김치 타코, 김치볶음밥 고로케(아란치오) 등을 파는 ‘김치버스’. 김경록 기자

김치버스에서 판매하는 다진 고기나 채소를 넣고 또르띠야에 넣어 구운 퀘사디야. 김경록 기자


커피·주스부터 파스타·바비큐까지
움직이는 미니 레스토랑 SNS 입소문 타
미국선 이미 연 23억원 버는 푸드트럭도



영화 ‘아메리칸 셰프’에서 스타 셰프로 등장하는 칼 캐스퍼(존 파브로)는 메뉴 결정권을 빼앗기고 평론가에게 혹평받자 홧김에 쿠바로 떠나 푸드트럭을 시작한다. 사람들은 야자수 그림이 그려진 흰색 트럭에서 갓 구운 그릴 치즈 샌드위치를 맛보고 환호한다. 단순하지만 맛있는 메뉴, 격식 없는 서비스가 푸드트럭의 장점이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푸드트럭 운영이 합법화되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33개국 186개 도시 다닌 ‘김치버스’

지난 3일 오후 5시 화양동 복합문화공간 커먼그라운드의 푸드트럭 존에 ‘Do You Know Kimchi?’라는 문구가 붙어 있는 빨간 트럭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김치 타코, 김치 프라이, 아란치오(김치볶음밥 고로케) 등을 파는 이 푸드 트럭이었다. 버스의 주인인 류시형 대표는 2011년부터 세계 33개국 186개 도시를 여행하며 김치를 주제로 한 ‘김치버스’를 선보였다. 지난 5월에는 밀라노 엑스포에서 김치를 알리는 행사를 했다. 류 대표는 “푸드트럭은 소자본으로 시작해 대중과 즉각적으로 소통하며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매력적인 업종”이라고 설명했다.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 곳에서 오래 장사할 때 빠지는 매너리즘도 덜하다.

 지난해 3월 규제개혁 1차 장관회의에서 거론된 푸드트럭 운영 법안이 합법화되자 푸드트럭은 외식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일자리 창출은 물론 시민에게 새로운 식문화를 선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같은 해 8월에는 유원지에서 푸드트럭 운영이 가능하다는 발표가 났다. 10월에는 도심 공원과 체육 시설, 하천 부지까지로 영업장소가 확대됐다. 푸드트럭이 설 자리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독특한 메뉴와 인테리어로 승부

이런 흐름 속에서 SNS 마케팅과 입소문을 통해 화제가 된 푸드트럭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의 민정기ㆍ김기열 대표가 공동 운영하는 ‘더 주스 박스’는 국회의사당역, 여의도 공원 등 주로 여의도 일대에서 움직인다. 직장인을 겨냥해 착즙 과일 주스, 뿌리 채소 주스, 클렌즈(몸을 정화하는 식이요법 방식) 주스를 파는데 인기가 높다. ‘소프트럭’은 김상윤 대표가 친구 셋과 함께 오픈한 아이스크림 트럭이다. 녹색 차양을 단 이국적인 외관의 트럭에서 떡과 콩고물로 만든 ‘전원일기’, 초코칩과 마카다미아로 만든 ‘초코크런치’ 아이스크림 등을 판다. 트럭에서 판매할 때도 있지만 최근에는 파티나 이벤트 케이터링 의뢰가 많이 들어온다. 프랜차이즈 아이스크림과 차별화된 메뉴가 인기 비법이다.

국내 육가공품 브랜드 ‘존 쿡 델리미트’에서 운영하는 ‘존 쿡 델리카’, 한국 사람 입맛에 맞는 피자 메뉴가 다양한 ‘두 남자 피자’, 여의도에서 스페인 디저트 츄러스를 파는 ‘고츄로’도 독특한 메뉴와 인테리어로 승부한다.

대박난 전직 미슐랭 레스토랑 셰프의 트럭

‘움직이는 미니 레스토랑’ 푸드트럭은 20세기 초 미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등장했다. 역사는 1세기가 넘었지만 푸드트럭의 이미지는 노동자나 군인들이 먹는 저렴한 한 끼 식사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서며 푸드트럭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경제 불황과 장기 침체가 찾아오면서 소자본으로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푸드트럭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SNS가 푸드트럭 인기에 가동을 걸었다.

영화 ‘아메리칸 셰프’의 한 장면. [사진 영화 캡처]
 셰프와 손님의 의사소통이 가능해지고 인기 메뉴가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고급 푸드트럭의 대표적인 성공적인 모델이 탄생했다. 한국계 셰프 로이 최가 200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작한 ‘고기’(Kogi) 다. 미국 유명 요리학교 CIA를 졸업하고 수많은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일하다 돌연 김치와 불고기를 접목한 타코를 파는 푸드트럭을 선보여 1년 만에 200만 달러(약 23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영화 아메리칸 셰프의 스토리도 로이 최의 성공 신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푸드트럭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전망이 밝은 분야다. 뉴욕푸드트럭협회 창립자인 데이빗 웨버가 쓴 『푸드트럭』은 ‘지난 2009~2012년에 가장 빠르게 성장한 식품 산업이 푸드트럭 분야’라고 소개했다. 푸드트럭이 인기를 끌자 미국 요리전문TV인 푸드네트워크사는 2010년 ‘그레이트 푸드트럭 레이스’를 방영하기도 했다. 푸드트럭 셰프들이 경쟁하는 음식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현재 시즌 6를 방영중이다. 미국판 미슐랭 가이드북 『자갓』은 파인 다이닝과 캐주얼 레스토랑 항목 외에 푸드트럭 리스트를 추가했다.

푸드트럭 창업, 콘셉트 확실히 정해라

트럭을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콘셉트다. 해방촌에서 ‘더백푸드트럭’을 운영하는 서창백 셰프는 “재료 저장고와 요리하는 공간을 확보하기 힘드니 효율적인 메뉴를 정하라”고 조언했다. 『푸드트럭』에 따르면 미국에서 유명한 푸드트럭 브랜드가 판매하는 대중적인 메뉴는 버거·샌드위치·바비큐·핫도그·타코 순이다. 디저트는 빙과류·컵케이크·아이스크림 순으로 반응이 좋았다.

 식당의 역할을 하는 트럭은 어떤 디자인을 입힐지 결정한 뒤 관련 업체에 주문하면 된다. 도넛을 파는 ‘도도넛’, 덮밥을 파는 ‘하남덮밥’ 등의 푸드트럭을 만든 ‘장커스텀’, 스페인 디저트 츄러스를 파는 ‘마피아 츄러스’, 커피와 샌드위치를 파는 ‘뉴욕브런치’를 만든 ‘두리원’ 등이 있다. 푸드트럭의 색상이나 거기에 입힐 일러스트와 글자의 서체까지 꼼꼼하게 고려한 뒤 주문하는 게 좋다.

일부 지자체에선 운영자 공개 모집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푸드트럭 운영자를 공개적으로 모집하기 시작했다. 연간 85만 명이 이용하는 양천구 서서울호수공원은 지난 5일부터 푸드트럭 운영자를 찾는다고 밝혔다. 추첨을 통해 선정한 낙찰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음료나 제과류를 3년 동안 판매할 수 있다. 경기도 동두천시는 3일부터 어울림공원과 신천 동광교 하부에서 일할 푸드트럭 운영자를 찾는다.

 푸드트럭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배영기 한국푸드트럭협회 이사장은 “기존 상권과 부딪히거나 소음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도심 공원에서 운영 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제의 푸드트럭

○ 마피아 츄러스
스페인 전통 디저트 츄러스를 판다. 허니머스터드 츄러스, 인절미 츄러스 등 독특한 메뉴와 자체 개발한 매콤한 갈릭소스를 제공한다. 가격 2500원. 서울시 동작구 일대에서 활동.

○ 뉴욕브런치
경쾌한 도심 푸드트럭이 콘셉트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보유한 대표가 커피에이드를 포함한 커피 메뉴와 파니니 샌드위치를 판매한다. 가격은 2000~3000원대. 마포구 일대에서 활동.

○ 쉐이크데이
제철 과일과 몸에 좋은 식재료를 섞어 만드는 쉐이크·스무디가 주력 메뉴다. 막걸리 스무디 같은 특이한 음료도 있다. 2000~3000원대. 강원도 속초 일대에서 활동.

○ 미스꼬레아 가마솥
무쇠 가마솥에서 즉석으로 볶아주는 김치볶음밥이 주메뉴다. 달걀·스팸·치즈 등 사이드 재료를 다르게 해서 판다. 가격대는 4000~5000원대. 서울시 동작구 일대에서 활동.

○ 쁘띠
압력 밥솥에 지은 밥을 반찬과 함께 컵에 담아 ‘컵밥’ 형태로 판매한다. 유부초밥·컵짜장·분식 등 메뉴가 다양하다. 가격은 2000~3000원대. 서울시 영등포구 일대에서 활동.

○ 김치버스
김치로 만든 타코· 퀘사디야 등을 판다. 김치볶음밥을 튀긴 ‘아란치오’ 고로케가 인기 메뉴다. 가격은 3000~5000원대. 현재 화양동 커먼그라운드 트럭 존에 정차해 있다.

○ 소프트럭
네 명의 공동대표가 만든 네 가지 스타일 아이스크림을 판다. 파티와 이벤트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인지도를 높였다. 가격은 3000~4000원대.

○ 더 주스 박스
출근길 마시기 좋은 몸에 좋은 주스가 콘셉트다. 갈지 않고 즙을 짠 주스를 판매하며 해독·정화 작용이 있는 요일별 클렌즈 주스 세트도 있다. 가격은 3000~4000원대. 서울시 영등포구 일대에서 활동.

○ 존 쿡 델리카
질 좋은 햄·소시지·베이컨으로 만든 ‘웰빙 패스트푸드’를 판다. 서울 재즈 페스티벌, 동대문 DDP 플리마켓 등 주요 행사장에서 활동한다. 수익금은 성장기 아이들에게 필요한 ‘육류 단백질 캠페인’에 기부한다.

○ 두남자 피자
트럭에 설치한 화덕으로 이탈리아식 피자를 만든다. 가격은 9000~1만원대. 정해진 지역 없이 이동하며 페이스북(@2manpizza)에 장소를 공지한다.

글=이영지 기자 lee.youngji@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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