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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3구 구의원 절반 이상, 조례안 발의 0건

기초의회 1년 성적표

강남·서초·송파구 구의회는 연간 100~120일 가량 열리는 본회의와 임시회의를 통해 조례를 발의하고 제·개정한다. 사진은 지난 7월 서초구의회 본회의 모습. [사진 서초구의회]


예산 심의와 함께 가장 중요한 업무 소홀
발의 의원도 단체 조례 이름만 올리거나
‘행정 사무·의원 복지’ 위한 게 많아



‘주민자치센터 설치 및 운영(강남구)’ ‘어린이 통학로 교통안전(서초구)’ ‘구의원의 의정활동비 등 지급(송파구)’….

 지난 1년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구의원들이 발의한 조례다. 조례 제·개정은 예산 심의와 더불어 자치구 의원의 주요 업무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한국공공행정학회장)는 “자치구에서 발의되는 조례는 ‘작은 법안’으로 볼 수 있다”며 “주민의 생활과 복지를 개선시키는 토대”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6·4 지방선거 때 뽑혀 임기 1년을 맞은 구의원들의 성적표는 어떨까. 江南通新은 강남·서초·송파구의회 의원들이 그간 발의한 조례를 입수해 분석해봤다. 분석 결과 이들이 발의한 조례는 서초구와 송파구가 각 17건씩이고, 강남구가 그 절반 수준인 8건이었다. 민간 연구기관인 나라살림연구소의 정창수 소장은 “가장 많은 조례를 발의한 노원구(34건)를 비롯, 다른 자치구에 비해 서초·송파구는 비교적 상위권에 속했다지만 강남구는 하위권”이라고 말했다. 시내 25개 자치구 의회 가운데 최하위는 마포구로 5건에 불과했다.

조례 실적 올리려고 ‘묻어가기’

상당수 의원은 단 한 건의 조례도 발의하지 않았다. 강남구는 21명 중 14명(대표 발의자 제외), 서초구는 15명 중 5명, 송파구는 26명 중 14명의 조례 발의 건수는 ‘0건’이었다. 총 62명(새누리당 34명·새정치민주연합 28명) 가운데 33명(새누리당 17명·새정치민주연합 16명)이 여기에 해당한다. 초선인 문백한 강남구의회 의원은 “지역구(개포1·4동)의 현안을 돌아보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말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애당초 준비가 된 상태에서 뽑혀 의정활동을 시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발의 건수가 0건이 아닌 의원이라고 해도 단체 발의 조례에 이름만 올린 경우가 많았다. 특히 강남구의회의 경우 10~15명이 단체로 발의한 조례가 대부분이었다. 서초·송파구의회는 공동발의 조례라고 해도 공동발의한 의원의 수가 2명을 넘지 않았다. 정창수 소장은 “단체 발의 조례는 ‘대표 발의’를 한 의원의 실적에 묻어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의원에 의한, 의원을 위한 ‘셀프 조례’

구체적인 조례의 내용을 살펴보니 강남구의회는 ‘강남구의회 회의규칙 일부개정안’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 등 행정·사무와 관련된 조례가 3건이었다. 서초구의회의 경우 이와 유사한 행정·사무 관련 조례가 5건이었고, 송파구의회는 3건이었다. 오수길 고려사이버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서비스와 관련된 조례는 상대적으로 부실하다”고 꼬집었다.

 지난 6월 발의된 ‘강남구 주민자치센터 설치 개정안’은 노인이나 세 자녀를 둔 부모 등이 주민자치센터를 이용할 때 비용을 줄여주는 내용으로 기존 규정을 조례로 바꾼 데 불과했다. 오완진 의원(개포1·4동)은 “(조례로 바꾸면) 구청장이 이용비를 더는 인상할 수 없기 때문에 할인 혜택이 그대로 유지된다. 기존 규정에 힘이 실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광재 총장은 “단순히 형식을 바꾼 조례다. 의원의 깊은 고민이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서초구와 송파구의 조례 가운데는 구민들이 아닌 구의원 자신들의 복지를 위해 만든 조례들이 눈에 띄었다. 구의원의 월급을 인상하는 ‘의원 의정활동비 등 지급’(서초·송파), 연수비를 보조하는 ‘구의원 교육연수활동 지원’(서초구) 등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열악한 지방재정을 고려해 의정비를 동결한 다른 자치구와 대조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강남구의회 관계자는 “조례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실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본의회에 참석해 구정 질문을 하거나 예산을 심의하는 것도 구의원의 업무다. 제 역할을 완전히 등한시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지난 1년간 강남 3구 의원들에게 들어간 구민의 세금은 강남구 약 11억원, 서초구 약 7억원, 송파구 약 13억원씩이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구민을 위한 생활 조례 뭐가 있나

교통봉사 어머니회에 활동비, 석촌호수엔 문화해설사


지난 1년간 구민의 생활·안전·복지 개선과 관련된 ‘생활 조례’를 살펴봤다. 서초구의회는 지난 4월 ‘어린이 통학로 교통안전’을 발의했다. 유치원·초등학교 인근 교차로를 건너는 어린이의 통행을 지도하는 자원봉사자들에게 활동비를 지원하고, 체계적인 교통 안전교육을 세우는 내용이다. 특히 녹색어머니회를 비롯해 관내 초등학교에서 활동하는 학부모 교통봉사단체에 예산을 지원하는 근거가 됐다. 이 조례에 대해 최유희 서초구의회 의원(반포·잠원동)은 “이 조례로 어린이 교통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방일·우면초를 비롯한 초등학교 7곳에서 교통안전지도사 20여 명이 지속적으로 활동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서초구에 거주하는 노인이나 장애인이 공공시설에 매점을 설치하는 계약을 맺을 경우 우대하는 ‘공공시설 내의 매점 및 자동판매기 설치 계약에 관한 조례안’도 발의됐다. 현재 구청·구민회관·주민센터는 설치된 매점, 자동판매기를 일반인에게 위탁하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1~2년의 계약기간이 끝난 매점은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등에게 우선권이 돌아간다. 1만여 가구에 달하는 소외계층의 자립 활동을 돕는다는 취지에서다. 정덕모 의원(방배·서초동)은 “계약 당사자가 의사소통이나 거동이 불편하다면 가족이 운영을 대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약사 출신인 최미영 의원(비례)은 지난 1월 ‘서초구 헌혈 장려’ 조례를 발의했다. 구청이 관리하는 전광판 수십 개를 통해 헌혈 장려 광고함으로써 구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반포동)을 비롯한 각 의료기관에 혈액량을 보충시킨다는 취지다. 최 의원은 “그동안 단체 헌혈은 생활기록부에 적을 ‘입시용 스펙’으로 일부 고교생이 해왔다. 이제는 직장인을 비롯한 구민으로 확대돼야 한다”며 “평소 충분한 혈액량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종합병원이 위치한 자치구에서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발의된 ‘송파구 문화관광해설사 운영 및 지원’ 조례는 내년부터는 송파구의 석촌호수·올림픽공원·풍납토성 등 관광지를 방문하면 현장에서 이들을 안내하는 ‘전문 자격’을 갖춘 해설사 10여 명을 뽑는다는 내용이다. 약 3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국제교류문화진흥원 등 전문기관 출신 해설사들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연간 송파구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300만 명에 이른다. 풍납토성(풍납동)은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추진될 정도”라면서도 “안내판, 브로슈어 정도밖에 없어서 외국인의 이해를 도울 인프라가 부실했다”고 밝혔다.

예산, 실현 가능성 적어 보류되기도

반면, 강남구의회에서는 20~30대 구직자의 취업과 재교육을 장려하는 ‘청소년 일자리 창출’ 조례가 지난해 11월 발의됐지만 보류됐다. 매년 약 3억~4억 원의 예산을 들여 강남구 소속 공단을 통해 취업과 재교육을 지원하는 내용이었다. 자치구 예산으로 취업을 지원하는 조례가 나온 건 서울시 최초다. 이 조례를 발의한 이관수 강남구의회 의원은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가는 데다 계속 실현 가능한지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비슷한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3년 11월 강남의 물가와 소비 수준을 고려해 생활 가능한 최저 임금을 인상하자는 취지의 ‘생활 임금제’가 발의됐지만 회기 변경으로 끝내 폐기됐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지역구민의 권익보다) 향후 공천과 지역 국회의원과의 관계에 치중하다 보니 구민에게 꼭 필요하거나, 독창적인 조례가 못 나오는 것”이라며 “중앙 정당 차원에서 지역 토호를 배제하고 유능한 인재를 발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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