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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1등의 책상] 친구 가르쳐 주는 게 최고의 공부법, 내가 더 배워요

서울 진명여고 1학년 이해민양

“오늘은 고구려, 신라, 백제 삼국의 교류와 경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진명여고 1학년 이해민양이 자신이 필기한 내용을 칠판에 적은 후 친구들을 가르치고 있다.


"예상 문제 뽑아왔어" 점심이면 '미니 강의'
공부 도우며 자연스레 복습, 응용력 키워져
시험 대비는 전 과목 정리한 노트 한 권으로



4일 오전 서울 진명여고 1학년 12반 교실. 방학 중인데도 교실에서 수업하는 소리가 들렸다. “신라시대에는 중요한 왕이 3명 있습니다. 지증왕·법흥왕·진흥왕입니다. 특히 진흥왕은 화랑도를 국가적인 제도로 개편해 삼국통일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강사도 학생, 수업을 듣는 사람도 학생이다. 칠판에 적은 걸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하는 사람이 진명여고 1학년 전교 1등 이해민양이다. 이양은 지난 학기 전교에서 유일하게 전 과목 1등급을 받았다. 친구들을 가르치는 게 좋은 성적 받는 비결이란다. 다른 사람과 경쟁해 이기려는 마음보다 자신이 가진 걸 나누려는 마음이 그를 전교 1등을 만들었다.


지식 나누다 보니 쌓인 실력

이양이 같은 반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건 중학교 3학년 때부터다. 친구들은 수학이나 사회·영어 과목을 공부하다 모르는 게 있으면 이양을 찾았고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좀 더 본격화했다. 한국사를 어려워하던 친구가 “어디부터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자 이양이 전체적인 흐름부터 잡을 수 있게 도운 게 시작이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칠판에 연표를 적어가며 ‘1860년대는 통상, 1870년대는 개항, 1880년대는 개화를 시작했다’는 식으로 굵직한 사건부터 정리해 나갔다. “선생님 설명만큼 이해가 잘된다”는 친구는 다른 과목도 부탁했고, 반 애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이후 시험 때마다 이양 교실에서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수시로 강의가 이뤄졌다. 국사·사회·과학 등 과목도 다양했고, 적게는 2~3명, 많게는 5~6명의 학생이 번갈아 가며 그의 강의에 참여했다.

이는 친구들은 물론 자신의 학습능력을 향상하는 데도 효과적이었다. 머릿속에 들어있는 내용을 입 밖으로 소리 내 설명하면서 다시 한 번 정리할 수 있었고, 자신에게 뭐가 부족한지 파악하는 것도 가능했다. 이양은 “확실하게 암기하고 이해한 내용은 입에서 말이 돼 술술 나온다”며 “만약에 ‘흥선대원군의 개혁 정치’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감이 안 온다면 이 부분은 공부가 부족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애들을 가르치면서 부족했던 부분만 방과 후에 집중해 공부하면 내신 시험 대비는 완벽하게 할 수 있었던 거다.

그뿐만 아니다. 1학기 때 학습부장을 맡았던 이양은 담임교사의 지시로 반 친구들이 활용할 수 있는 학습 자료를 만들었다. 친구들과 함께 각자 과목을 나눠 예상시험지를 제작하는 작업이었다. 이양은 수학 과목을 맡았는데 교과서나 교재에 나와 있는 문제 중에 시험에 나올만한 걸 골라 이를 응용해 새로운 문제를 개발했다. 15~20개의 문제로 구성된 예상시험지는 같은 반 친구들의 시험 준비를 돕는 데 한몫했다.

이 과정에서도 실력을 쌓았다. 수학 교재 한두 권 풀어서는 어떤 문제가 핵심인지, 뭐가 중요한지 절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양은 “중요한 문제가 뭔지 알려면 문제를 많이 풀어봐야 했다”며 “자연스레 복습이 이뤄졌고, 새로운 문제를 만들면서 응용력도 키웠다”고 말했다. 친구들 공부를 도우려고 한 행동이 이양 자신의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 것이다.

교과서, 나만의 언어로 다시 정리

이 모든 게 가능한 건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이양도 다른 모범생들처럼 수업 잘 듣고 필기 열심히 하는 게 좋은 성적 받는 첫걸음이라는 데는 이의가 없다. 그는 “내신 시험은 선생님이 가르쳐준 내용을 벗어나는 일이 거의 없다”며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고는 밤새워 공부한다고 해도 좋은 성적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양이 평일에 자주 이용하는 학교 자율학습실 책상.

교과서 내용을 이해한 후 자신만의 언어로 정리한 노트.


교과서 내용과 선생님이 가르쳐준 내용을 한곳에 합하는 ‘단권화’ 작업도 중요하다. 그의 단권화는 교과서에 모든 내용을 적는 학생들의 방식과는 다르다. 따로 노트를 만들어 교과서 내용부터 정리한다. 이때 교과서 글을 그대로 옮기는 게 아니라 머릿속으로 이해한 후 자신만의 글로 적는다. 교과서에 길게 서술된 내용을 간단하고 보기 쉽게 바꾸는 거다. 대부분 과목을 이런 식으로 정리하는데, 보통 시험 시작 2~3주 전에 완성한다. 과목별로 공책을 구분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스프링 노트에 여러 과목을 담는다. 노트 한 권만으로 시험 대비가 가능하게 말이다.

사회 과목 ‘과학기술의 발달과 정보화’ 단원을 예로 들면 이렇다. 교과서에는 ‘과학기술이 산업화와 근대화를 주도하면서 우리 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내용에 대해 1~2페이지에 걸쳐 빽빽하게 나와 있다면, 이양은 이를 가로 3칸 세로 6칸으로 된 표로 만들어 정리한다. 과학 기술의 발달을 ‘산업혁명, 생명공학, 교통의 발달, 정보통신 기술’ 4가지로 구분한 후 각각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게 뭔지 적는 거다. 산업혁명의 긍정적인 영향은 ‘생산력↑→물질적 풍요’, 부정적인 영향은 ‘자원 고갈, 환경오염, 인간소외’와 같이 최대한 간단하게 쓴다. 이양은 “한국사나 사회는 암기할 내용이 많은데 글로 된 건 잘 외워지지도 않고 서로 상관관계도 알 수 없다”며 “표로 정리하면 차이점 등을 한눈에 알 수 있어 이해하기도 쉽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고 설명했다.

‘빈칸 채우기 문제지’ 만드는 엄마

엄마 강영임(48, 서울 목동)씨 교육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는 ‘최고가 되기보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가르쳤고, 자녀 교육에 극성스럽게 나서기보다 늘 반 발자국만 앞서 가려고 노력했다. 무엇보다 이양 동생이 어려서 아토피를 앓는 바람에 교육보다는 건강 쪽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바른 식습관을 만들어주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데 주력한 거다. 또 학원을 보내는 시기도 최대한 늦췄다. 멈출 수 없는 기차에 섣불리 몸을 싣기가 두려워서다. 그는 "어려서부터 학원순례 다닌 애들이 꼭 좋은 성과를 내는 것도 아니더라”며 “초·중·고 12년 동안 한결같이 잘할 수 없다면 고등학교 3년간 집중할 수 있게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딱 하나 신경 쓴 게 독서다. 강씨는 두 아이가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을 수 있게 도왔고, 도서 구매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거실 벽 두 면이 모두 책으로 둘러싸여 있을 정도였다. 강씨는 “꾸준한 독서를 통해 시야를 넓히고 배경지식을 쌓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다”며 “기본기와 독서습관만 잘 다져놓으면 아이가 마음먹고 공부를 시작했을 때 언제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 믿었다”고 말했다.

독서는 이양의 독해력과 어휘력, 집중력을 기르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이양은 “수능 국어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모의고사 국어영역에서 하나밖에 안 틀린 건 꾸준한 독서의 힘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독서 교육은 고1이 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주 1회 2시간 독서 과외를 하고, 주 2회 2시간 영어 원서 과외를 한다. 덕분에 한 달에 적어도 8~10권의 책을 읽는다.

이양이 고등학생이 된 이후 강씨는 좀 더 적극적으로 공부를 돕고 있다. ‘교과서 빈칸 채우기 문제지’ 만드는 게 그의 몫이다. 이양의 교과서를 보고 핵심 단어를 네모 칸으로 비워둔 채 나머지 내용을 타자해 문서로 만드는 거다. 사회·국사·기술가정 등 암기과목 위주로 한다. 이양은 이 유인물을 시험 전 최종 점검 때 활용한다. 강씨는 “성적 향상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려는 마음도 있지만 ‘부모는 항상 너를 응원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책상 위 교재
국어: 자습서(미래엔)
수학: 쎈 수학 확률과 통계(좋은책신사고), 자이스토리 수II(수경출판사), 블랙라벨 미적분Ⅰ(진학사)
영어: Frequency #1 TOEFL Vocabulary(링구아포럼)
사회: 자습서(미래엔)
과학: 자습서(천재교육)





글=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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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