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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아베노믹스의 ‘텐·텐’ … 튼튼해진 일본


일본이 금융 완화·재정 확대·구조 개혁을 앞세운 ‘세 개의 화살’을 쏘면서 시작한 ‘아베노믹스’가 지난달 30개월을 넘겼다. 그 사이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20년’의 무거운 족쇄에서 벗어나 보란듯이 활력을 되찾아가고 있다. 아베노믹스 이후 주가 100% 상승, 기업의 사상 최대 실적 갱신, 신규 고융 증가와 임금 상승 반전, 12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 행진이 활력의 증표들이다. 당초 과도한 엔저(低)와 무리한 재정 확대 때문에 곧 ‘화살’이 부러지고 말 것이란 우려도 수그러들었다. 오히려 아베노믹스의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저성장의 늪에서 허둥대는 한국 경제에 시사하는 부분이 적지 않아 보인다.

아베
 아베노믹스가 3년차 들어 힘을 발휘하는 배경은 치밀한 계획, 명확한 목표, 전방위적 경기부양 조치에서 나오고 있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에 시달리는 동안 거듭 개혁에 나섰지만 번번이 그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시모토(橋本)내각은 침체 원인을 타성에 빠진 관료사회에 있다고 보고 행정개혁을 했지만 근본적 체질 개선에 성공하지 못했고, 고이즈미(小泉) 개혁은 거대 금융공룡인 우정성 민영화에 착수했지만 아직도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미완의 개혁이 되고 말았다.

 아베노믹스는 이들과는 다른 점이 많다. 처음부터 불황의 근본원인으로 디플레를 꼽고 정면승부에 나섰다. 이를 위해 꺼내는 세 개의 화살은 2013년 1월 22일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내각부·재무성·일본은행이 발표한 ‘디플레 탈출과 지속적 경제성장의 실현을 위한 정부·일본은행의 정책 제휴’ 공동성명을 통해서다. 일본은 금융완화 정책을 폈지만 이번에는 소비자물가를 2%까지 끌어올린다는 정책목표를 명확하게 세웠다는 점이 다르다. 이에 맞춰 본원통화(중앙은행에 시중에 직접 공급하는 통화)의 공급 규모가 2년 만에 100% 확대되면서 수출에 날개를 달아준 엔저(低)가 본격화됐다. 이와 거의 동시에 활 시위를 떠난 두 번째 정책 ‘재정정책’도 파격적이었다. 일본 정부는 공공사업 확대·긴급경제대책·지역활성화 같은 다각적인 경로를 통해 연평균 10조~20조엔을 투입 중이다.

 아베노믹스를 비판적 시각으로만 보던 전문가의 시각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일본의 디플레이션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이지마 다카오(飯島高雄) 긴키(近畿)대 교수(경제학)는 “단기 경기부양에는 성공했으니 이제는 산업구조 개편이 관건”이라며 “정치권만 안정세를 유지한다면 세 번째 화살로 불리는 규제완화를 통한 성장전략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 화살은 2013년 6월 처음 액션 플랜(실천 계획)이 제시한 일본 경제의 성장전략이다. 이를 위해 2013년 말 산업경쟁력강화법이 제정되고 지난해 6월 회사법이 개정되면서 추진력을 얻었다. 지난 6월 말에는 그간의 성과를 토대로 ‘성장전략 2015’과 ‘일본재흥(再興)전략 2015’ 개정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르면 액션 플랜은 ▶기업지배구조 개혁, 민간투자활성화 등 산업재생분야 ▶의료·보건·농업·관광 등 전략산업 육성분야 ▶일본 기업의 해외진출과 해외플랜트 수주 등 글로벌 시장개척 분야로 더욱 구체화됐다. 이지마 교수는 “단기 부양에 성공한 일본이 과감하게 산업구조 전환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노믹스가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또 다른 이유는 막힌 곳을 뚫어주는 금융·세제 정책에서도 찾을 수 있다. 세 개의 큰 화살뿐 아니라 작은 화살도 무수히 쏘아대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 정부는 2013년 1월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를 도입해 소득 제한 없이 20세 이상에게 연 100만엔(약 9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 지난해 말 계좌 수가 825만개를 돌파하면서 가입금액은 3조엔 규모로 성장했다. 한국에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라는 이름으로 내년부터 도입될 예정이어서 일본보다 3년이나 뒷북을 치게 됐다.

 2013년부터 본격화된 ‘일괄증여 비과세’ 제도 역시 인기가 뜨겁다. 부모가 자녀·손자에게 결혼·육아·교육 자금으로 돈을 주면 2500만엔(약 2억3000만원)까지 증여세가 면제되는데 최근 한국에서도 검토됐지만 ‘부자감세’ 논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와 달리 가계금융자산이 1700조엔에 달하는 일본에선 경제만 살릴 수 있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정책이 먹혀들면서 돈이 돌고 있다.

 정치적 결집력도 경제 살리기의 원동력이다. 정책이 수립되면 국회에서 바로 통과되면서 신속하게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아베 내각은 지금까지의 성과를 토대로 아베노믹스를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끌고 간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이때까지 ‘경제재생(회복) 없이 재정 건전화도 없다’는 슬로건 아래 크고 작은 작은 화살을 계속 퍼부어서 경제규모 대비 220%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안정화하고 강한 일본경제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정부도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강력하게 정책을 펴야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호 선임기자 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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