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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남겼건만 … 류성룡 꾸짖음 들리는 듯

조선시대 선조 임금 밑에서 영의정을 지낸 서애 류성룡이 임진왜란 발발 첫 날부터 끝난 날까지 기록한 『징비록』 초본. ‘징비록(懲毖錄)은 ‘지난날의 잘못을 경계해 뒤에 환난이 없도록 삼가다’는 뜻이다.

“TV 사극 ‘징비록’ 덕을 좀 봤습니다. ‘징비록’이 귀에 익어서인지 관람객들이 ‘임진왜란 때 나라 살린 충신 얘기죠’라며 친근하게 다가오네요. 광복 70주년에 가슴과 머리를 함께 열고 감상하셨으면 하는 뜻으로 기획했습니다.”

 11일 서울 삼청로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만난 천진기 관장은 특별전 ‘징비록’이 400여 년 전 실화이면서 동시에 오늘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 같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열강이 몰려와 전쟁터가 된 나라를 지키고 민심을 수습하며 국난을 극복한 역사의 실물이기 때문이다.

 선조(재위 1567~1608)가 등용한 영의정으로 임진왜란 7년을 문무(文武)를 겸비한 지략으로 헤쳐나간 서애 류성룡(1542~1607·그림)은 스스로 ‘징비록(懲毖錄)이란 무엇인가’ 묻고 답한다. “내 지난날의 잘못을 경계하며 뒤에 환난이 없도록 삼가기 위해서”다. 『시경(詩經)』의 한 구절을 따왔지만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상황을 한 자 한 자 엄중히 기록해 후대의 교훈으로 삼으려 했던 류성룡의 충절이 절실한 제목이다. 처음에 ‘난후잡록(亂後雜錄)’이라 붙였다가 ‘징비록’으로 바꾼 이유이기도 하다.

 전시장 한쪽 유리 진열장에 든 『징비록』 초판(국보 제132호)은 류성룡이 쓰던 대나무 경상(經床)과 함께 빛을 발한다. 전시를 함께 기획한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이용두) 소장품이다. 풍산 류씨 집안이 기탁한 유물로 ‘충효(忠孝) 이외에 힘쓸 일은 없다’는 가훈이 살아있다. 류성룡이 임진왜란 때 썼던 투구와 갑옷(보물 제460-1호), 말안장 등이 400여 년 세월을 뛰어넘어 생생하다. 말년에 앓던 병 징후들을 기록한 ‘병원(病原)’은 병의 뿌리가 이불도 덮지 못하고 혹한을 지내며 전쟁을 걱정한 탓이라 짐작하게 만든다.

 『징비록』의 주요 내용을 4분여 영상물로 만든 ‘재조산하(再造山河)’는 이런 구절로 이어진다. “나와 같이 보잘 것 없는 사람이 어지러운 시기에 나라의 중대한 책임을 맡아서, 위태로운 판국을 바로잡지도 못하고, 넘어지는 형세를 붙들어 일으키지도 못했으니, 그 죄는 죽어도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다.” 이순신(1545~98) 장군을 등용하고 거북선을 제작하게 독려해 전세를 만회한 류성룡의 의지는 이런 겸손과 자기반성에서 나왔을 터이다.

 전시를 준비한 최순권 학예연구관은 “『징비록』이 경계하고 삼가는 마음으로 강조한 충(忠)이야말로 지금 이 땅에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요”라고 물었다.

 전시는 9월 30일까지. 『징비록』 초본은 이달 31일까지만 특별 공개된다. 02-3704-3150.

글·사진=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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