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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광화문광장은 언제 시민의 공간으로 돌아올까

2009년 조성된 서울 광화문광장.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을 확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박민제
사회부문 기자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앞.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렸다 횡단보도를 건너 광화문광장에 갔다. 광장 초입에 세워진 세월호 유가족들의 농성 천막을 지나면 이순신 장군 동상이 나온다. 세종대왕 동상을 거쳐 플라워 카펫까지 지나면 광장의 북쪽 끝이 나온다. 천천히 걸어도 10분이면 되지만 땀이 비 오듯 흐른다.

 광장을 둘러싼 10차로 도로를 가득 메운 차량들이 뿜어내는 뜨거운 열기와 강렬한 소음은 마음을 어지럽힌다. 농성 천막을 제외하고는 그늘 하나, 쉴 공간 하나 없는 이 광장에 오래 머무르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광화문과 동상을 배경으로 사진 몇 장을 찍고 다시 횡단보도를 건너면 세상 속으로 돌아온다.

 광화문광장이 자리 잡은 이곳은 600여 년 전 조선이 한양을 도읍으로 정한 이래 줄곧 국가의 상징 거리이자 수도의 심장부 역할을 해왔다. 수많은 사람이 모이고 소통해야 할 공간이었지만 1945년 광복 후 지난 70년간 시민의 품에 온전히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력들은 이곳을 정권의 이념을 구현하는 장소로 활용하곤 했다. 왕복 16차로에 횡단보도 하나 없는 자동차도로를 놓는가 하면 세종로라고 이름 붙여진 공간에 이순신 장군 동상을 세웠다. 콘크리트로 복원한 광화문을 반세기도 지나지 않아 허물고 다시 복원하는가 하면 광화문 현판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소모적인 논란을 벌이기도 했다.

 2009년 ‘시민을 위한 광장을 만들겠다’는 명분 아래 지금의 광화문광장이 조성됐지만 정작 시민을 위한 고려는 턱없이 부족했다. 접근성은 떨어졌고 편의시설도 없었다. 10차로 도로 한가운데 섬처럼 떠 있는 광장은 ‘지상 최대의 중앙분리대’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이제 일반 시민은 찾지 않고 오로지 관광객들이 사진 찍는 공간이 되고 말았다. 불법 집회·시위도 자주 열렸다.

 왜 그렇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광장을 만든다는 결론부터 내려놓고 ‘구색 맞추기’용으로 시민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장기적 비전에 따라 공공성에 집중해 광장을 만들기보다는 대통령이나 시장의 치적 쌓기용으로 변질됐다는 얘기다.

 서울시가 광복 70돌을 맞아 광화문광장을 다시 대대적으로 바꾸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2017년까지 세종문화회관 앞쪽 도로를 막고 광장을 확장하는 방안이다. 올 하반기부터 가칭 ‘광화문포럼’을 만들어 전문가와 각계 의견을 듣는다고 하는데 걱정이 앞선다. 광화문과 세종로를 개발하고 변형시켰던 과거 정치인들의 방식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아서다. 권력의 상징물로 치부됐던 광화문은 언제쯤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박민제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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