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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잠자리의 눈과 덤보의 귀

서승욱
정치국제부문 차장
# “신용카드를 받아들면 카드에 적힌 이름을 확인한 뒤 ‘○○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라. 그 사람만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다” “도어맨은 도착한 택시의 미터기부터 체크하라. 공항에서 왔는지, 주변 지하철역에서 왔는지를 상상해야 적절한 인사말을 건넬 수 있다” “손님의 골반과 평행이 되도록 바른 자세로 마주하라” “손님의 움직임을 항상 관찰하라. 30초 이상 기다리게 해선 안 된다” “메뉴를 결정하면 몸의 긴장이 풀리게 된다. 웨이터는 그 뒷모습만 보고도 ‘저 손님이 메뉴를 결정했구나’라고 알아채야 한다” “화장실 청소 때는 변기를 쳐다보지만 말고 변기에 직접 앉아보라. 손님의 시각에서 서비스를 궁리해야 한다”.

 일본 제일의 오쿠라호텔에서 30년을 근무한 베테랑 호텔리어의 글을 도쿄행 비행기 속에서 읽었다. 그들에게 고객 감동은 치열한 고민과 훈련의 결과물이었다. “끊임없이 관찰하는 잠자리의 눈, 무엇이든 들을 수 있는 덤보 코끼리의 귀를 가져야 차별화된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그는 결론지었다. 그저 열심히 하는 서비스를 넘어서는 미세한 ‘+알파’에서 승부가 갈린다고 했다.

 #지난해 말 국내 최고급 A호텔의 사우나를 우연한 기회에 찾았다. 칸막이로 나누어진 개인용 샤워대에서 머리를 감고 있자니 젊은 직원이 다가와 불쑥 말을 건넸다. “손님, 잠시만요.” 샴푸로 범벅이 된 얼굴을 물로 씻어내며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면도용거품액을 바꿔야 하니 조금만 비켜달라”고 했다. 샤워대 옆에 비치된 면도용 거품액(※그나마 다 쓴 것도 아니었음)을 새것으로 교체해야겠으니 길을 터달라는 것이었다. “머리를 감는 손님을 밀쳐낼 만큼 급한 일이냐”고 항의했지만 그는 “죄송합니다”라면서도 끝내 미션을 수행했다. ‘잠자리의 눈’을 감고 ‘덤보의 귀’를 닫은 그저 열심히만 하는 서비스의 폐해다.

 #도쿄 특파원을 마치고 귀국한 지 꼭 1년. 가족들과 약속한 대로 도쿄의 뙤약볕 아래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다.

 호텔이 위치한 긴자의 거리와 백화점은 이미 중국인 관광객이 점령하고 있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두려워 한국행을 주저했다는 그들이 모두 여기에 모였나 싶었다. 숨이 턱 막히는 8월 도쿄의 폭염만큼 변함없는 건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로 불리는 일본식 친절과 환대였다. 내수 경제 회복을 위해 전 세계를 상대로 관광 유치전을 벌이고 있는 일본의 필살기다. 나리타공항과 도심을 잇는 요금 1000엔짜리 리무진 버스의 직원은 승객들의 짐을 모두 싣고 난 뒤 버스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90도로 굽힌 허리를 펴지 않았다. 햄버그 스테이크 전문점의 웨이터는 견습생이 잘못 올려놓은 개인용 접시의 위치를 바로잡으며 “죄송하다”를 연발했다. 일본과의 관광유치 전쟁은 메르스 종식을 계기로 다시 본격화된다. ‘잠자리의 눈과 덤보의 귀’로 무장한 그들의 디테일을 넘어설 수 없다면 그 약점을 보완할 우리만의 필살기라도 꼭 찾아내야겠다.

서승욱 정치국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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