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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웅의 오! 마이 미디어] 하퍼 리 『파수꾼』 읽고 알았다, 『앵무새 죽이기』 편집자의 힘

『파수꾼』 앓이라 해야 할까. 『앵무새 죽이기』의 핀치 가족이 등장하는 후속 소설이 55년 만에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정말 기다리기가 괴로웠다. 예정된 출간일 7월 14일을 손꼽아 기다리다 15일 오후 교보문고에서 『파수꾼』 번역본을 손에 넣었다. 비슷한 시간대에 전 세계에서 영어 초판본 또는 7개 국어로 번역된 판본을 집어 든 수백만 명의 독자와 더불어 읽기 시작했다.

 흥미롭게도 후속편 『파수꾼』이 전편인 『앵무새 죽이기』보다 먼저 쓰였다. 하퍼 리는 1957년 31세에 『파수꾼』의 초고를 썼지만 출판하지 않고 3년 동안 새 작품을 써서 『앵무새 죽이기』란 제목으로 출판했다. 그리고 이듬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이번 출간 전 인터넷에 공개된 『파수꾼』 1장을 읽어 보면 여주인공 스카웃은 우리가 아는 그 당돌하고 감수성 있으며 정의로운 스카웃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세상에, 그녀의 오빠는 일찍 죽었으며 아버지는 변했단다. 전 세계 수천만 명에 이를 『앵무새 죽이기』 독자들은 궁금해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파수꾼』 출판 자체가 기획의 승리다. 이 책이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이후로 가장 많은 초판본을 찍은 작품이라서가 아니다. 『앵무새 죽이기』를 출판하고 55년 동안 은둔하며 작품 활동이 없었던 하퍼 리가 89세가 되어 초고를 출판하기로 결심하다니. 하퍼 리의 충실한 보호자이자 변호사 역할을 수행했던 언니 앨리스 리가 죽은 지 3개월 만에 이런 결정이 내려졌다는 사실 때문에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파수꾼』의 출판사는 하퍼콜린스이며,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다국적 매체 기업인 뉴스 코프 계열의 회사다.

 단숨에 『파수꾼』을 읽어치운 뒤 나는 물었다. 누가 천재인가? 하퍼 리인가 그녀의 편집자인가. 『파수꾼』도 그 자체로 좋은 소설이며 온전히 하퍼 리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그러나 구성과 전개, 그리고 작자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방법에 있어 도저히 『앵무새 죽이기』와 같은 반열이라 할 수 없다. 나는 『파수꾼』의 초고를 읽고 나서 하퍼 리에게 같은 주제, 같은 동네, 같은 인물로 하되 그들이 20년 전에 겪은 사건을 중심으로 새롭게 쓰라고 조언했던 그 편집자가 누군지 궁금해졌다.

 테레사 폰 호호프 토레이. 줄여서 ‘테이’라 불렸던 리핑콧 출판사의 여성 편집자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7월 12일 그녀를 ‘『앵무새 죽이기』 뒤에 숨은 손’으로 묘사했다. 당시 50세의 중견 편집자였던 그녀는 단순히 초고를 이리저리 손보고 수정을 권하는 정도로 편집한 게 아니다. 하퍼 리와 함께 작품의 세계관을 토론했던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앵무새 죽이기』가 성공한 이후 하퍼 리에게 후속 작품을 요구하며 압박했던 것을 막아준 이도 그녀였다.

  『앵무새 죽이기』와 『파수꾼』을 함께 읽은 자라면 모를 수 없다. 모든 위대한 작품의 뒤에 대체로 이런 과정이 있으리라는 것을. 가장 개별적이며 고독한 일처럼 보이는 저술도 실은 편집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경지로 발전한다. 작가의 신성한 창의력이란 만들어지는 것이며, 그것도 가장 가까이에서 작품을 놓고 토론하는 자들과 함께 만들어진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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