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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카메라 20대 쓸 때 중국은 40대 … 스케일 큰 대륙서 PD인생 승부 걸겠다

중국서 프로덕션 ‘B&R’을 설립한 김영희 전 MBC PD가 7일 서울 상수동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福(복)’자가 적힌 족자는 중국판 ‘나는 가수다’ 성공을 기뻐하며 후난위성TV 사장이 직접 선물한 것이다. [임현동 기자]
“프로그램 제작비가 얼마가 될지 나도 모른다. 마음껏 쓰고 싶은 대로 쓰면 되니까. 중국의 스케일은 상상을 뛰어넘더라. PD 인생의 승부를 걸어볼만 하다.”

 한국 예능계의 대표적인 스타PD로 꼽히는 ‘쌀집 아저씨’ 김영희(55) PD. 그가 중국 방송 예능콘텐트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4월 29년간 몸담은 MBC를 떠나 중국 제작사와 손잡고 신규 프로덕션을 차렸다. 이름은 B&R. 중국 현지 파트너사인 남색화염오락문화유한공사(BlueFlame, 이하 남색화염)와 김 PD가 설립한 ‘미가’(Rice House)의 알파벳 첫 글자를 각각 땄다. ‘미가(米家)’는 김 PD 별명인 ‘쌀집 아저씨’에서 유래했다. 지난달 중국에서 사업자 등록을 마치고 일시 귀국한 김 PD를 지난 7일 만났다.

 김 PD가 중국과 연을 맺은 것은 2012년이다. 그가 연출한 ‘나는 가수다’ 등 MBC 예능프로그램 포맷이 후난위성TV에 수출되면서다. 한국 포맷에 중국 출연진을 내세운 중국판 제작에서 현장자문 역할이었다. ‘나가수’ 중국판인 ‘워스거서우(我是歌手)’와 ‘아빠 어디가’의 중국판 ‘파파거나아’ 등은 높은 시청률과 함께 ‘현상급’(사회현상을 일으킨다는 뜻) 프로로 회자됐다. 정작 김 PD는 중국 제작환경에 매료됐다.

 “MBC ‘나가수’ 시즌1 연출할 때 회당 제작비가 1억원 책정됐어요. 음향에만 5000만원을 쓰니 제작비가 2억으로 불었죠. 그런데 중국판 ‘나가수’는 음향비만 1억5000만원 잡는 거예요. 한국에서 카메라 20대 쓸 때 중국선 40대 돌려요. 제작비·인력 규모가 ‘대륙급’이니까 이런 데서 제대로 판 벌리고 싶더군요.”

 그간 중국은 한국 프로그램 판권을 사서 방송하거나(한중협력 1.0) 포맷을 사들여 현지 버전을 제작했다(2.0). 김 PD는 현장연출로 중국산 콘텐트를 제작하는 예능PD 1호가 된다. 한중협력 3.0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자산가치 5조원대 상장사인 중국 파트너 남색화염은 거액 투자를 하면서 콘텐트 제작 전권을 김 PD에게 일임했다. 부담이 작지 않지만 “한국이든 중국이든 인간 본성이 다르지 않다”고 믿을 뿐이다.

 “ 가족 간 우애를 중요시하는 점, 선후배 간의 위계 등 동양 문화적인 공통점이 많아요. 지금 그들이 TV에서 갈구하는 게 뭔지 그걸 찾아내는 작업 중입니다.”

 그가 만들어낼 ‘중국예능’ 1호는 내년 초 13억 안방극장을 찾게 된다. 한국 광고시장의 20배 규모인 중국 방송에서 성공하면 아시아는 물론 미국 등에 수출도 가능할 거라 기대한다. 한국 방송사로 역수출할 수도 있다. 가뜩이나 인력·자본 규모가 차이 나는 상황에서 한국의 제작 노하우가 넘어가면 중국에 추월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21세기 콘텐트시장에 국가별 칸막이를 치는 것은 불가능해요. 인력이든 자본이든 넘나들며 파이를 키우는 게 중요하죠. 중국이 우리 기술력을 고스란히 배운다 해도 한국인의 창조 마인드까지 흉내낼 순 없어요. 결국 누가 더 창의적인가 싸움이 될 겁니다.”

 이적료를 포함한 연봉은 합의에 따라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열 배나 스무 배쯤 되느냐”는 질문에 그는 허허 웃으며 “한국인은 스케일이 작다. 좀 크게 상상하라”고 말했다.

글=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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