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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 국감 출석 불가피” … 재계, 롯데발 국감 공포

서울 남대문로의 롯데백화점 업무동 20층과 24∼26층에 ‘제 2의 비상’이 걸렸다. 이곳은 롯데그룹의 정책본부가 위치해 있다. 형제간 경영권 다툼 와중에 신동빈(60) 한·일 롯데 회장이 그룹 장악력을 키우는 데 핵심 역할을 해온 곳이다. 롯데 관계자는 9일 “이제는 한 달 후의 일에 대비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국정감사 대응 체제를 갖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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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의 국감 최대 현안은 신 회장의 증인 채택 여부다. 신 회장은 2012년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와 관련해 정무위원회의 증인으로 신청됐지만 해외 출장을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가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당시 “앞으로 국회 출석 요구를 받을 경우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3년 역시 당초 산업통상자원위원회가 “하청기업과 협력하지 않는다”며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상생 노력을 하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제외됐다. 지난해에도 제2롯데월드 부실 공사와 같은 이유로 야당에서 증인으로 거론했으나 채택되지는 않았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롯데그룹의 불투명한 소유구조와 복잡한 순환출자구조가 일반인에게 공개되면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63) 의원은 이날 상호출자 금지 대상인 대기업 계열회사에 외국 법인을 포함하는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내 법인으로 한정된 신규 상호출자 규제 범위를 외국 법인으로 넓히는 사실상의 ‘롯데 규제법’이다. 신 의원은 “롯데가 일본 광윤사 등 해외 계열사를 활용해 국내 계열사를 장악하는 편법 상호출자의 실태가 드러났다”며 “롯데 외에도 규제를 피하기 위해 외국 법인을 만들어 악용하는 사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개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언주(43) 의원도 이날 재벌 총수가 보유한 해외 계열사의 지분과 대기업의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같은 법 일부 개정안을 냈다. 이 의원은 “롯데 경영권 분쟁에서 드러난 불투명한 지배구조는 우리나라 재벌의 공통된 사항”이라며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반복돼온 검찰과 공정위 등의 사후적·외부적 규제로는 재벌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어 사전적·내부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롯데 관계자는 “그룹 내부에선 국민의 불신을 해소시키고, 책임지는 경영인의 모습을 떳떳하게 보이기 위해 신 회장이 직접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 회장이 2012년 국회 증인 불출석으로 인해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도 부담이다. 또다시 응하지 않을 경우 형량이 높아질 게 분명하다. 현행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불똥은 다른 기업들에까지 튀는 모습이다. 5대 그룹의 K임원은 “롯데와 사업 영역이 같고 다르고를 떠나 지배구조나 기업 승계의 문제를 안고 있는 모든 기업이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특히 올 들어 큰 사건을 겪은 기업들은 더 걱정이다. 국토교통위에서는 이른바 ‘땅콩회항’과 관련해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보건복지위에서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삼성 경영진이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있다. 환경노동위도 임금피크제 도입과 노사 갈등을 놓고 관련 기업인들을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이런 정치권의 분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배상근(49)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국감에서는 정부기관의 국정 운영과 관련해 문제가 있거나 위법행위가 명확하게 드러난 기업만을 대상으로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신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국민적 관심사라는 이유로 기업인을 무더기로 불러 창피 주기 식으로 증언대에 세워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정무위 공정거래위 국감장에 국내 대형마트 최고경영자(CEO)들이 모두 불려 나왔지만 반나절을 기다려 한 명당 채 3분도 안 되는 답변만 하고 돌아가 ‘호통 국감’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문병주·강태화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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