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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테러에 굴복 않는다" 69명 희생된 비극의 섬 노르웨이 청년 다시 모였다

7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우퇴야섬에서 열린 노동당 캠프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전 노르웨이 총리(앞줄 오른쪽)와 마니 후사이니 노르웨이 노동당 청년 지도자(왼쪽)가 당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이 섬에서는 4년 전 극우우주의자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의 테러로 69명이 숨지고 240여 명이 다쳤다. [우퇴야 AP=뉴시스]

“잊을 수도, 잊어서도 안 되지요. 하지만 비통함 속에서도 살아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서 40㎞ 떨어진 우퇴야 섬에서 루벤 하비크가 한 말이다. 청년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다시 그의 말이다. “다시 돌아온다는 게 좀 이상했어요. 결국 돌아왔네요. 여기 오기 전에 어떤 기분이 들까 나 자신도 궁금했어요. 좋은 감정들입니다. 돌아오길 잘 했다고, 돌아올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드네요.”(로이터통신)

 다리가 불편한 그는 보행기에 의지해 걷고 있다. 원래 그랬던 건 아니다. 바로 4년 전 이곳에서 다쳤다. 그는 우퇴야 사건의 ‘생존자’다.

 2011년 7월 22일 이곳에서 열린 노동당 청년 여름캠프에서 참사가 일어났다. 극우 극단주의자인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이 경찰복장을 한 채 섬으로 진입, 13분간 총을 난사했다. 69명이 숨지고 240여 명이 다쳤다. 루벤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노르웨이 경찰들이 2011년 7월 극우주의자 브레이빅이 자행한 우퇴야섬 테러로 숨진 사람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중앙포토]
 노르웨이로선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참사였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라라는 신화가 깨졌다. 브레이빅은 “노동당이 유럽의 무슬림화를 돕는 도구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캠프에 참가한 ‘노동당의 미래’를 없애려한 것이다. 브레이빅은 재판과정에서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현재 21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날로부터 4년 만인 7일 다시 노동당 여름캠프가 열렸다. 보통 1주일 일정이지만 이번엔 사흘로 줄었다. 경비도 삼엄했다. 그러나 열기는 여느 때 수준을 넘어섰다. 대개 600명 남짓 참석했는데 이번엔 1000명이 넘었다. 공포를 넘어서겠다는 의지였다. 스포츠·요리·정치토론 등 다양한 활동도 여전했다.

 시리아 이민자 출신인 노동당 청년 지도자인 마니 후사이니는 “다시 돌아오게 돼 기쁘다”며 “우린 세상을 바꾸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 69명의 목숨을 앗아간 외국인 혐오증을 젊은이들이 패퇴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 주최자인 에밀리에 베르사아스도 “‘암흑의 날’이 멋진 캠프에서의 기억을 지우게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올해 처음으로 캠프에 참가한 빅토리아 오버랜드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섬으로 들어올 때는 다소 긴장했지만 곧 캠프의 밝은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다”며 “우리가 섬을 되찾았다는 메시지를 전세계에 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생존자들은 감회가 새로운 듯했다. 네 발을 맞았던 이나 리바크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시 (4년 전처럼 캠프에서) 접시를 치우고 부엌일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리곤 “4년 전 테러를 경험하면서 정치에 관여하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정치로부터, 내 신념으로부터 한발 물어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많은 젊은이들이 우퇴야를 다시 찾게 돼 기쁘다”고 했다.

 테러 발생 당시 노르웨이 총리이자 현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옌스 스톨텐베르그도 내내 함께했다. 그는 “1974년부터 이 섬에서 보냈던 여름 캠프의 행복한 기억을 되살리고 악의 세력으로부터 다시 섬을 되찾을 수 있게 됐다. 이번 캠프는 젊은이들이 두려움 없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퇴야섬은 4년 전 모습 그대로 이들을 맞았다. 다만 숲속 나무에는 69명 피해자의 이름이 새겨진 원통형 철판 조형물들이 설치됐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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