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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비 가는 소리

비 가는 소리
-유안진(1941~ )


비 가는 소리에 잠깼다
온 줄도 몰랐는데 썰물소리처럼
다가오다 멀어지는 불협화(不協和)의 음정(音程)

밤비에 못다 씻긴 희뿌연 어둠으로, 아쉬움과 섭섭함이 뒤축 끌며 따라가는 소리, 괜히 뒤돌아보는 실루엣 같은 뒷모습의, 가고 있는 밤비 소리, 이 밤이 새기 전에 돌아가야만 하는 모양이다

가는 소리 들리니 왔던 게 틀림없지
밤비뿐이랴
젊음도 사랑도 기회도
오는 줄 몰랐다가 갈 때 겨우 알아차리는
어느새 가는 소리가 더 듣긴다
왔던 것은 가고야 말지
시절도 밤비도 사람도―.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자다가 깨어나 밤비 소리에 귀 기울인다. 밤비 소리는 “다가오다 멀어지는 불협화(不協和)의 음정(音程)”이고, “아쉬움과 섭섭함이 뒤축 끌며 따라가는 소리”로 들린다. 비는 새벽녘에 겨우 그친다. 왔다가 돌아가는 게 어디 밤비뿐이랴. 젊음도 사랑도 기회도 그렇다. 내게도 젊음 사랑 기회가 다 있었는데, 이것들이 왔을 때는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가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다. 소중한 것들은 잃어버린 다음에야 그 소중함이 더욱 절실해진다. <장석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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