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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사진전문기자의 '뒷담화'] 셰프 이연복과 불












이연복 셰프의 인터뷰, 처음 약속한 시간이 토요일 밤 열시였다. 뜨악했다. 이십 년 넘는 기자노릇 동안 한 번도 그 시간에 인터뷰 사진을 찍은 적 없었다. 요즘 누구보다 바쁘리라 짐작은 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이렇게나마 만날 수 있는 게 다행이라 싶었다. 가장 최근에 만난 게 ‘목란’ 오픈 준비에 한 창일 때였다. 간다 간다 하면서 한번 도 못 간 게 맘에 걸렸었는데 취재를 빌미로 만날 수 있으니 토요일 밤 열시라도 괜찮다 싶었다.

사실 그가 이렇게 벼락스타가 될 줄 몰랐다. 처음 만난 게 2008년이다. 우리나라 중화요리 4대 문파의 대가를 한자리에 모아 사진을 찍을 때였다. 그때 모인 14명 중 한 명이었다.
한자리에 모이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모여 사진을 찍었다.

당시 서로 간에 미묘한 기 싸움이 있었다.
누가 앞에 서고 뒤에 설 것인가의 자리배치, 대가들에겐 그 순서를 정하는 일도 미묘했다. 겨우 배치를 해서 사진을 찍다 보면 슬금슬금 앞으로 나서는 대가 몇 때문에 대열이 흐트러지곤 했다.
당시 이연복 셰프는 스스로 제일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었다.

그 후 식사 모임에서 우연히 만났었다.
예전에 찍은 4대 문파 사진 얘기를 하며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 ‘목란’ 오픈에도 못 갔으니 맘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런데 날벼락처럼 맘 편히 갈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예약마저 쉽지 않을 정도로 목란이 화제의 중심이 된 게다.

인터뷰가 잡히고 문자를 보냈다.
“형님! 토요일 밤 열 시, 드디어 이렇게 만나네요.”

사십분 후 답이 왔다.
“일요일 세시로 변경했어. 그날 봐 ??”
세시면 잠깐 쉬는 시간이다. 쉬어야 할 시간에 인터뷰를 해야 할 변수가 그새 또 생긴 게다.

두시 사십분쯤 목란에 도착했다. 여전히 많은 손님들, 세 시까지 기다려야 했다.
바깥에서 기다리는 동안 족히 예닐곱 무리가 왔다가 그냥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주차 관리인이 그들에게 하는 말, 한결같았다.
“예약 안 하셨으면 식사 못합니다. 매달 1일 날, 예약하십시오.”

세시가 넘어서야 모든 손님들이 나가고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인사를 나누고 입가심 거리를 찾으며 연달아 “휴”하는 한숨소리를 냈다.
그의 얼굴만으로도 고단함을 단박에 알아챌 수 있을 정도였다.

“요즘 너무 바쁘시죠?”라며 취재 기자가 운을 뗐다.

“ 내 자신이 문제죠. TV든 잡지든 누가 부탁하면 거절을 못 해서…”라며 싱긋이 웃었다.

사실 이 인터뷰도 부탁을 해서 이루어진 인터뷰였다. 토요일 밤 열시건 일요일 오후 세시건 부탁을 거절 못 해 어렵사리 낸 시간이다.

세시부터 다섯시까지 식당의 브레이크타임이다. 이 시간 내에 모든 인터뷰와 사진촬영이 마무리되어야 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미리 사진 촬영 준비를 해두어야 했다.

그를 만나기 전부터 불과 함께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작심했었다.
언젠가 불과 함께 살아온 인생이라고 했던 그의 말이 머리에 계속 맴돈 탓이었다.

불과 함께 사진을 찍으려면 미리 주방을 둘러보아야 했다.
위험한 불을 다루는 일이니 주방 여건에 따라 여차하면 사진을 찍지 못할 수도 있다.

인터뷰 중간에 빠져나와 주방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도저히 주방으로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모든 주방 식구들이 정신없이 청소와 정리 중이었다.
두 타임의 점심시간을 끝낸 주방정리, 전쟁터와 다름없었다.

잠깐이라도 둘러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사무실로 올라갔다.
그리고 삼십여 분 후 다시 주방으로 내려갔다.
이제 주방 청소와 정리는 끝났다. 그런데 또 들어갈 수가 없었다.
다섯시부터 시작되는 저녁 재료 준비에 눈코 뜰 새 없는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되고 있었다.

낭패였다. 미리 둘러보고 상황에 맞게 준비를 해야 할 틈이 비지않는 게다.
주방 입구에서 기다릴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다.
불 사진은 고사하고 주방에서 사진을 찍을 수나 있을지 염려되기까지 했다.

겨우 이십여 분 남겨두고서야 주방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적어도 십분 전에 촬영을 마쳐 달라고 했으니 남은 시간이 십분 가량이다.
분초를 다투어야 할 상황, 때맞춰 이 셰프가 인터뷰를 마치고 내려왔다.

주방 식구들의 도움으로 번갯불에 콩 볶듯 준비를 하고, 그렇게 불과 함께 사진 촬영을 시작했다.
타오르는 불 바로 뒤에서 포즈를 취하는 일, 아무나 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그는 불 뒤에서도 자연스러웠다. 과연 불과 함께 살아온 삶이라 싶었다.

돌아오는 뒷전에 이 셰프가 넌지시 한마디를 건넸다.
“가끔 모여서 식사할 때, 왜 안 나와?”
“요즘 좀 바빠서요.”
“나보다 더 바빠?”
사람 노릇 제대로 못하고 산 처지라 얼굴이 불처럼 화끈 달아올랐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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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