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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여성 월경 연상시키는 발언에 "용납할 수 없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17명 중 지지율 1위인 도널드 트럼프의 추락이 시작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9일 "공화당 지도부는 이제 트럼프가 역풍을 맞고 몰락하기 시작됐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 등 다른 언론들도 6일의 TV토론을 기점으로 트럼프의 위기를 대대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그 결정타는 트럼프 본인의 입에서 비롯됐다. 6일 밤 TV토론에서 과거 자신의 여성 비하 발언을 날카롭게 문제 삼았던 폭스뉴스의 여성 앵커 메긴 캘리(44)를 향해 입에 담지 못할 발언을 쏟아 낸 것이다. 트럼프는 7일 CNN에 출연, "(토론 당시) 그녀의 눈에서 피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다른 곳에서도 피가 나오고 있었을 것이다"란 말을 했다. 켈리가 월경 탓에 예민해져 자신을 괴롭히는 질문을 던졌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토론이 끝난 직후인 7일 새벽부터 트위터를 통해 "이번 토론회의 최대 패자는 켈리" "폭스 시청자들이 빔보(bimbo·섹시한 여성의 속칭)에게 낮은 점수를 줄수록 켈리는 (인기 프로그램 진행에서 물러나) 다른 프로그램을 고려해야 할 것" 등 마음껏 분풀이를 하고도 속이 풀리지 않자 '피'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그러자 미 정치권이 벌집 쑤신 듯 시끄러워졌다. 8일 트럼프를 기조 연사로 초대했던 미국 보수단체 '레드 스테이트'는 "일정 선을 넘어섰다"며 초청을 취소했다. 공화당 지지자들로부터도 "기본적 품위도 없는 인격 미달자" "도무지 용납할 수 없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폭스뉴스의 소유주이자 트럼프와 오랜 지기인 루퍼트 머독은 "친구 도널드는 이것이 공인의 생활이란 점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트럼프는 사태가 심상치 않자 "'그녀의 다른 곳'이란 표현은 '코'를 뜻하는 것"이란 변명을 트위터를 통해 발표했지만 조롱만 샀다.

내분도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가 8일 대선 캠페인을 조언 받던 공화당의 전략가 로저 스톤을 해고하자, 스톤이 즉각 "트럼프가 날 해고한 게 아니라 내가 트럼프를 해고했다"고 맞받아쳤다.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은 6일 TV토론을 생중계로 본 미국 시청자가 2400만명으로 스포츠를 제외한 전체 케이블TV 프로그램 중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가 흥행은 성공시켰지만 결과적으로 최대 패자가 된 셈이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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