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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 바람 타고 희미해진 남성성 찾기 열풍

지난달 1일 롯데백화점 본점 5층 클럽 모나코 남성복 매장 앞에 재미있는 사인이 하나 등장했다. ‘이발소’ 표시등이다. 빨강·파랑 줄이 쉼 없이 움직이는 기다란 유리병 말이다. 유리병 속 띠 색깔이 검정이라는 것만 달랐다. 매장 안에는 오래된 서양 영화에서나 볼 법한 다리 길고 덩치 큰 미용의자 두 개가 놓여 있다. 큰 거울과 머리를 감을 때 사용하는 샴푸 전용 세면기도 보인다. 칸막이로 사용된 쇼윈도엔 ‘바버숍(barbershop·서양의 이발소) 헤아’라고 쓰여 있다.

신사동 가로수 길에 위치한 남성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루이스클럽 2층에도 지난 6월 바버숍 ‘밤므’가 들어섰다. 코오롱 FnC 역시 지난해 말 남성복 브랜드 캠브리지 멤버스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를 재 오픈하면서 매장 한 쪽에 밤므를 입점시켰다. 헤아와 밤므 모두 최근 1~2년 사이 ‘남성 전용 공간’이라는 콘셉트로 젊은 층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바버숍이다.

남성복 매장에 등장한 바버숍, 이 낯선 풍경은 서로 다른 업종이 매장을 공유하는 ‘숍인숍(shop in shop) 전략이 낳은 결과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 팀이 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14』에선 ‘하이브리드 패치워크’라는 용어를 들어 숍인숍 전략을 설명했다. 각기 다른 기업과 브랜드가 각자의 핵심 역량·제품·서비스를 창의적으로 조합해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커피 전문점이 제빵 브랜드와 협업하고, 세탁소와 편의점이 한 공간에 들어서는 등 우리 주변에서도 이미 여러 형태의 숍인숍 전략을 볼 수 있다. 남성복 브랜드와 바버숍의 동거 역시 라이프스타일에 눈뜬 젊은 남성들을 위한 적극적인 구애 방법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바버숍일까. 우선 패션의 완성이 헤어와 구두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헤어스타일은 첫인상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마음에 드는 옷을 사면서 액세서리는 물론 유행 헤어스타일까지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으니 고객들로선 참 편리한 서비스인 셈이다.

두 번째 답은 최근 몇 년 사이 사회 전반에서 불고 있는 ‘복고 열풍’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30대 이상 남자라면 누구라도 아버지와 함께 갔던 이발소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다. 일요일 아침 목욕탕에 들러 ‘때 빼고 광 낸 후’ 마지막 화룡정점을 하기 위해 들렀던 이발소는 부자(父子), 즉 남자들만의 향수가 있는 곳이다. 여성 미용실에 밀려 사라졌던 그 이발소가 서양의 클래식한 분위기로 치장하고 최근 다시 등장하고 있다. 여러 마리 새끼에게 젖을 물린 돼지 그림, 수영복 차림의 아가씨 사진들은 걷어치우고 하얀 타일과 가죽 의자, 최신 조명 등을 갖춘 품격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채 말이다.

이들 클래식한 바버숍이 추구하는 헤어스타일 또한 복고풍이다. 포마드(반고체 형태의 진득한 기름)를 이용해 한 올의 머리카락도 남김없이 뒤로 빗어 넘긴 ‘슬링백’ 스타일은 예나 지금이나 ‘멋쟁이 신사’의 대명사로 통한다.

결국 남성복 매장 안으로 들어간 버버숍은 3040 이후 세대에겐 향수를, 자신만의 개성을 갖고 싶은 20대에겐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세대 간의 문화가 극명하게 달라진 요즘, 그 옛날 휴일 풍경처럼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간까지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글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 클럽 모나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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