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현행 제도, 대표성 약하고 안정성 낮아 개혁 바람직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는 5일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의 일괄타결을 제안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같은 날 “수용하기 어렵다”며 거부의 뜻을 밝혔다. [중앙포토]
선거제도 개편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핵심 이슈는 국회의원 정수 및 비례대표 확대다. 여야는 각자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혼란스러운 개념과 논거를 들이대고 있다. 해외의 선거제도를 아전인수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대의 민주주의 원리의 구현을 위한 건설적인 논의가 어려운 상황이다. 뿌리 깊은 정치 불신 탓에 나름 논리적인 근거를 지닌 주장이 곡해되기도 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세부 사안을 Q&A 형식으로 풀어본다.

Q.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다수가 의원 총수 증가에 반대한다. 국민은 자신의 대표가 늘어나는 데 왜 반대할까.
 -국민 다수에게는 국회의원이 정쟁에만 몰두하고 민생에는 무관심하다는 인상이 각인돼 있다. 사실 민생이란 개념이 애매모호하게 사용되지만, 국민이 생각하는 민생은 청년실업, 노령빈곤, 자영업 몰락의 극복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렇다고 여론조사를 결정적인 논거로 삼는 것은 문제가 많다. 다른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은 ‘국회 해산’에도 대다수 찬성한다. 이에 부응해 정치가 결정돼야 한다면 국회는 지금이라도 자진 해산을 해야 할 것이다. 한국 국민 대다수가 미국 이외의 다른 선진국의 의회가 어떻게 구성되고 의회정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모르는 상황에서 단편적인 여론조사 결과를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결정적인 근거로 삼으면 위험하다.

Q. 비례대표 확대에 대한 반대 여론은 돈 공천이나 밀실 공천 때문 아닌가.
 -새누리당의 한 최고위원이 비례대표 증원에 반대하는 발언을 했지만, 그분이 대표적인 돈 공천의 주역이었다. 스스로 국민의 비례대표에 대한 불신을 자초한 전과가 있는 사람이 비례대표를 거론하다 보니 불신을 받는 것이다. 공천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비례대표 후보 명부를 진성당원 또는 책임당원의 총회에서 결정하는 방법이 있다.

Q. 비례대표의 자질은 어떻게 담보하나.
 -비례대표의 자질이 떨어진다거나, 지역구 의원의 전문성이 더 높다는 등의 이유로 비례대표의 확대에 반대하는 주장이 있다. 과거의 경험에 바탕한 시각이다. 하지만 교양과 학식을 기본으로 하는 전문성은 지역구·비례대표 모두가 갖춰야 할 필수 요건이지, 어느 쪽이 더 낫다는 식의 우열을 가릴 문제가 아니다.

Q.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어떤 제도이며 한국의 비례대표제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
 -한국과 독일을 비교하려면 먼저 후자에 대한 오해부터 지적해야 한다. 독일 제도는 최근까지도 일부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처럼 지역구 소선구제와 비례대표제가 병립하는 혼합형 선거제도가 아니다. 독일학계는 자국의 선거제도를 ‘인물화된 비례대표제’로 부르고 완전한 비례대표제라고 규정한다.
 유권자는 독일에서도 한국처럼 지역구 후보에게 제1투표를, 비례대표 후보에게 제2투표를 하지만 의석 배정 방식이 전혀 다르다. 한국의 경우 제1투표의 결과는 개별 지역구 246석에 적용되고, 제2투표 결과는 비례대표 의석수인 54석에만 적용된다. 따라서 각각의 선거 결과가 완전히 분리된다. 반면 독일은 지역구 선거와 비례대표가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독일에선 상징적으로 제1투표가 더 비중이 있어 보이지만 제2투표의 결과가 전체 의석 배정의 결정적 기준이 된다. 정당명부가 전국 단위 또는 권역별로 만들어지든 상관없이 비례대표의 득표율이 연방의회의 전체 의석을 배정하는 제1차적 기준이 돼 각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이 배분된다. 여기서 득표율이란 5%(봉쇄선) 이하의 득표로 인해 의석 배정을 받지 못하는 정당의 득표수를 배제한 수치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이 이 점을 알고 있다면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자기 당에 결코 불리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Q. 그럼 지역구 당선자와 비례대표 당선자 수를 어떻게 조정하나. 의회의 정수는 몇 명인가.
 -정당별 의석은 비례대표 득표율에 근거해 지역구 당선자에게 우선적으로 배정된다. 그다음 정당별 총 의석수가 조정된다. 이 과정에서 초과 의석 및 보상 의석이 합산되므로 독일연방의회의 정수는 고정돼 있지 않다. 비록 지역구가 전체 선거제에 삽입돼 있지만 완전한 비례대표제의 성격은 유지된다.
 독일 선거제의 또 다른 추가적인 특성은 후보자가 지역구와 비례대표 명부에 이중으로 등록할 수 있다. 독일 통일을 주도한 헬무트 콜 총리도 1988년 지역구에서 낙선했지만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독일 선거제도는 매우 복잡해 독일 유권자의 상당수도 한국 언론처럼 지역구와 비례대표가 각각 총 의석의 절반을 선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Q. 그런 제도를 한국에 도입할 수 있나.
 -한국의 경우 권역별 비례대표 100석을 독일 방식처럼 하면 많은 초과 의석이 발생해 자동적으로 총 의석이 증가하게 된다. 이는 국민이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처럼 지역구와 권역별 비례대표 선거의 결과가 완전 분리된 형태를 채택한다 하더라도 지역패권 구도를 단시간에 극복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Q. 독일 선거제도는 왜 그렇게 복잡하고, 그 제도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독일 제도는 19세기 이후 선거제가 도입된 후 다양한 역사적 경험이 반영된 것이지만,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선거제도가 추구하는 일관된 정치적 목표가 있다. 독일을 포함한 다양한 변종의 비례대표제의 정치적 목표는 상이한 계층들과 사회 세력 및 정치집단의 다양성을 가능한 한 그대로 의회에서 재표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이 대략 일치해야 한다(비례성). 선거에서 비례성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것이 ‘대표 형성’ 원칙이다.
 한국처럼 소선거구가 압도적인 다수대표제의 정치적 목표는 그와 다르다. 득표율로는 절대 다수를 차지할 수 없는 정당이 의석수에서 다수를 형성할 수 있다. 따라서 소수 득표에 기반을 둔 일당정부의 구성이 가능하다(안정성).

Q. 비례대표제 확대에 따른 다당제는 정국 불안을 야기하는가.
 -비례대표제에선 다당제의 혼란으로 안정적인 정부를 형성하기 어렵다고 일반화하는 건 오해다. 다수대표제 영국의 마거릿 대처 일당 정부도 11년 장기집권을 했고, 비례대표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연립정부도 12년 연속 집권하고 있다. 콜 총리는 16년간의 초장기 집권을 했다.

Q. 한국 선거제도가 추구하는 정치적 목표는 무엇인가.
 -비례성의 관점에서 보면 혼합형 다수제이거나 분절된 다수제다. 왜냐하면 비례성이 현저하게 낮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재 선거구 획정 문제를 둘러싼 양대 정당의 입장이 이해될 수 있다. 새누리당은 안정성을 추구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부분적으로 비례성을 추구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완벽한 선거제는 지구상에 없다. 그러나 현행 선거제는 비례성도 안정성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87년 체제 이후 현행 선거제와 단임 대통령제하에서 정치적으로 안정된 정권은 하나도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소야대의 분점 정부도 그렇고 일당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노무현 정부 말기에는 여당이 해체돼 버렸고, 이명박 정부 시기에는 친박계와 친이계가 소선거구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동거하면서도 실제로는 다른 정당처럼 행동했다. 지금 정부도 잠복돼 있지만 친박계와 비박계는 선거구 획정과 총선 공천 결과에 따라 구심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Q. 야당 주장대로 권역별 비례대표를 채택하면 합의제 민주주의가 구현되는가.
 -합의제 민주주의의 전제 조건은 서구 대륙 국가들처럼 의원내각제와 비례대표제다. 분권형 대통령제인 오스트리아는 사실상 의원내각제이고, 프랑스는 결선투표를 도입한 절대적 다수대표제다. 그렇기 때문에 정당체제도 이념을 축으로 하는 다당제가 형성돼 있다. 현재 한국의 양당체제는 서구적 의미의 정치적 스펙트럼으로 보면 엄밀한 의미에서 진보·보수 양당체제가 아니다. 자유주의 블록 내의 좌우파 구도일 뿐이다. 예산 편성과 균형재정의 관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100석 정도의 권역별 비례대표가 도입되면 새로운 진보정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정도로 약진할지는 불확실하다. 단기적으로는 과거 친박연대처럼 지역패권 정당의 제2중대나 소지역주의 정당들이 출몰해 내년 총선 이후 정당의 이합집산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서구적 의미의 다당제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진보정당의 역량이 관건이다.

Q. 현행 정치체제에선 합의제 민주주의의 구현이 불가능한가.
 -불가능하진 않다. 국회선진화법도 합의제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새누리당이 주도한 것이다. 그에 근거해 양대 정당이 최근 중대한 합의를 했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만약 진정한 다당제가 정립돼도 현행 헌법하에서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은 합의제 민주주의의 구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Q.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하면 무슨 장점과 단점이 있나.
 -오픈프라이머리를 ‘완전국민경선제’나 ‘국민공천제’로 번역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왜 정당의 의원 후보를 국민경선이나 국민 공천을 거쳐 뽑아야 하는지 뚜렷한 설명이 없다. 과거에 당 지도부의 공천이나 지도부가 위임한 공천위원회가 문제가 많았다면, 정당 후보는 서구처럼 진성당원의 총회에서 결정하면 된다. 오픈프라이머리는 본선인 총선이나 대선의 예선, 즉 예비선거다. 물론 예비선거는 일반 국민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민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여야는 예비선거가 정치 신인에게 주는 유불리를 따지면서 싸우고 있지만 여당이 제안한 예비선거는 단 한 번 실시되기 때문에 신인에게 별로 유리하지 않다. 한국의 모든 선거는 지명도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선처럼 1년 이상 권역과 주마다 시차적으로 차이를 두면서 예비선거가 치러진다면 신인도 두각을 드러내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지만 지역구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Q. 선거비용 면에선 어떤가.
 -예비선거의 치명적인 약점은 돈 선거라는 점이다. 성완종 리스트 등 과거의 부패 사례에서 지역구 의원들이 본선을 위해 정치자금 비축에 얼마나 혈안인지 여실히 드러났다. 그런데도 예선을 한 번 더 하는 것은 선거 부정이나 부패 행위의 확대를 방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국영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태그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