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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우린 롯데 안 좋아합니더” … 부산 갈매기들 싸늘해졌다

6일 오후 부산역에서 한 시민이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에 관한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부산=김경미 기자]
경영권 분쟁 후폭풍이 롯데그룹에 몰아치고 있다. 폭풍은 세 방향에서 몰려온다. 먼저 소비자들의 시선이 냉담해졌다. 롯데그룹의 고향인 부산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부산서 돈 벌어가 일본에 보내는 거 아인교.”(김화순·40·부산 화명동)

“일본말 하는 거 보이 정이 떨어지데요.”(최남진·34·부산 기장군)

롯데를 보는 싸늘한 시선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말이다. 정치권도 칼을 빼 들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롯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와 자금 흐름을 엄밀하게 살펴보겠다”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 측에 일본 계열사에 대한 주주 현황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비즈니스 전망도 불투명하다. 계열사 주가는 연일 급락하고 있고 9월로 예정된 면세점 사업자 재선정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롯데그룹 세 갈래 위기의 심각성은 어느 정도일까.

롯데에 부산은 특별한 도시다. 울산 출신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1940년 일본행 밀항선에 몸을 싣기 전 마지막으로 수학(修學)한 곳이 부산공립직업학교였다. 67년 4월 서울 갈월동에서 시작한 롯데제과는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79년 양산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 초 부산을 방문해 “이곳은 회장님(신격호 총괄회장)의 사실상 고향이기도 하고 우리 그룹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역”이라며 “앞으로 투자도 많이 하고 일자리도 많이 만들겠다”고 말했다.

롯데는 부산에서만 백화점 4개, 마트 9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부산은행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부산 롯데호텔, 롯데부산면세점과 교통카드 업체 마이비도 부산에서 영업하고 있다. 부산을 연고로 하는 롯데 자이언츠의 경우 91년 프로야구 최초로 100만 관중을 돌파한 인기 구단이다. 롯데그룹은 부산 창조경제혁신센터 전담 기업이다. 부산 시민들에게 ‘롯데=향토기업’인 셈이다.

6일 부산진구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예전보다 쇼핑객이 적어 한산한 모습이다.
“롯데팬 아닌 자이언츠팬” 선긋기
이런 부산 시민들 사이에서도 경영권 분쟁에 대해 비난이 쏟아졌다. 지난 6일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앞에서 만난 조영란(54·부산 부산진구)씨는 “가까우니까 온 기지 맘속으론 애용하지 말자 이런 생각이 있어예. 옛날부터 부산에서 벌어가 일본으로 다 가져가뿐다 이런 말이 있었다 아입니꺼. 일본말 하는 거 보이까 더 오기 싫어졌어예”라고 했다.

95년 개점한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은 롯데백화점이 서울·수도권을 벗어나 처음으로 문을 연 곳이다.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본점과 잠실점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매출이 많은 지점이기도 하다. 직장인 최남진(34·부산 기장군)씨는 “부산에 백화점이 네 개 있으면 뭐 합니꺼. 이기 세금을 내는 것도 아이고. 뉴스 보고 나이까 ‘저긴 일본 기업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예”라고 말했다. 대학생 김정환(23)씨는 “우리는 마 롯데 안 좋아해요. 지역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꼬 생각합니더”라고 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팬들 사이에서도 롯데그룹에 대한 비난 여론이 상당했다. 우종(52·부산 해운대구)씨는 “나는 롯데 팬이 아니라 자이언츠 팬”이라며 “가족끼리 싸우는 기 참말로 추하다”고 했다.

롯데에 대한 반감은 불만 토로에 그치지 않았다. 700만 소상공인을 대변하는 소상공인연합회(회장 최승재)는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롯데마트·롯데슈퍼에 대한 불매운동에 나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 업소에서는 롯데카드도 받지 않을 방침이다. 연합회는 “정부의 특혜로 성장해 어느 기업보다 사회적인 책임에 앞장서야 할 롯데 오너 일가가 탐욕스럽고 전근대적인 방식의 경영권 다툼을 하는 데 실망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지분공개 불응 땐 형사 고발”
정부와 정치권도 롯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새누리당과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은 ‘롯데 사태’와 관련한 당정협의를 열고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개정하기로 합의했다. 롯데 사태와 관련해 기업 총수가 가진 해외 계열사 지분과 해외 계열사가 가진 국내 계열사 지분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자는 얘기다. 이는 해외 계열사가 국내 기업을 어떻게 지배하는지 투명하게 볼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이 규정이 법제화하면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공정위는 롯데 측에 계열사 전체의 주주 현황, 주식보유 현황, 임원 현황 자료를 오는 20일까지 제출하라고도 요구했다. 공정위는 “롯데그룹은 공정거래법상 국내 계열사 현황에 대한 자료를 성실하게 제출할 의무가 있다”며 “이에 불응하거나 제대로 된 자료를 내지 않을 경우 형사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압박했다.

금융감독원은 2분기 실적 공시를 앞둔 롯데알미늄·롯데로지스틱스 등 롯데그룹 일부 계열사의 2분기 결산보고서를 요청하면서 최대주주인 일본 L2투자회사의 대표자 정보, 재무·사업 현황, 주요 경영정보 제출을 요구했다. 국세청은 현재 진행 중인 대홍기획에 대한 세무조사가 경영권 다툼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롯데그룹 차원에서 대홍기획에 일감을 몰아준 정황이 포착되면 조사는 확대될 수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금감원·공정위·국세청의 자료 요구에 성실하게 따르겠다는 게 그룹의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누가 경영권 쥐든 새로워져야”
민심이 싸늘해지고 정치권도 날을 세우면서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위기의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당장 올 연말 만료되는 롯데면세점 소공동 본점과 월드타워점의 재승인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지난 6일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부는 면세점 허가 심사 시 롯데의 경영권 분쟁을 반영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롯데면세점은 호텔롯데의 최대 수입원이다. 국내 롯데 계열사를 지배하는 호텔롯데는 지난 10년간 올린 영업이익 1조8000억원 중 1조7000억원을 면세사업부를 통해 달성했다. 두 곳 중 한 곳이라도 영업권을 잃으면 롯데 입장에서는 큰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주가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한국 롯데그룹의 80여 개 계열사 중 롯데쇼핑·롯데제과 등 9개사가 상장돼 있다. 이들 종목은 금융당국의 조사와 소비자 불매운동 등의 여파로 주가가 하락세를 타고 있다. 이달 들어 7일까지 롯데쇼핑의 주가는 11.31% 급락했고 롯데제과(-6.83%)·롯데칠성(-3.74%)·롯데케미칼(-7.68%)·롯데손해보험(-5.54%) 등도 3~7%대의 하락률을 나타내고 있다. 박상용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권 분쟁 이전과 이후 롯데의 경영환경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형제 가운데 누가 경영권을 갖게 되든 싸늘해진 소비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고 시장에서 새롭게 평가받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박태희, 부산=김경미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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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