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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선 ‘온난화 방지’ 끄덕 뒤에선 ‘국익 먼저’ 환경외교 전쟁

온실가스 감축 세계 대전(大戰)이 벌어지고 있다. 올 연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계기로 선진국·개발도상국 모두 감축에 나서야 하는 ‘신기후체제’ 출범이 가시화되면서 각국이 감축안을 놓고 치열한 환경외교 전쟁에 돌입한 것이다. 앞에선 지구온난화를 막아야 한다는 국제 사회의 명분에 동조하면서도, 뒤에선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치열한 머리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이 해당 국가의 경제·산업에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온실가스 대전 속에 한국 정부와 기업은 어떤 전략을 짜야할까.

국내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가장 많이 하는 기업은 포스코다. 철강 1t을 생산할 때 온실가스 2.18t(2007~2009년 기준)을 배출하던 것을 2020년까지 1.98t으로 9% 줄이는 ‘탄소경영전략’을 추진 중이다. 세계 철강업계 최고 수준이지만 최근 더 강화된 온실감축 계획을 짜고 있다. 올해 초 국내에 도입된 배출권거래제(ETS)로 인해 2017년까지 3650억원어치의 배출권을 구입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2030년까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망치(BAU) 대비 37%를 줄이는 방안을 확정한 것도 요인이 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산업은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라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주요 경쟁국과 대비해 산업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철도 수송을 담당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도 최근 해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20만t씩 줄이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는 ETS 참여 대상 업종이 아니지만 정부의 감축목표 강화로 2018년부터 ETS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철도공사 김희만 환경경영처장은 “직원들 에어컨 안 켜기, 업무용 차량 운행 줄이기, 디젤기관차 대신 전기기관차 운영 확대 등 에너지 절약과 효율개선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2018년부터 ETS에 참여하게 되면 배출권 판매로 매년 40억~50억 원의 추가 수입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 두산중공업 직원들이 전력소비 효율을 점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2년간 에너지 비용 146억 원을 절감했다. [두산중공업]
오바마, “화력발전 배출량 32% 감축”
국내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에 나선 것은 세계적인 감축 압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이 신기후체제 출범을 밀고 끌고 있다. 명분은 지구온난화 방지이지만 속내는 제각각이다. EU 국가들은 애초부터 감축에 적극적이었다. 독일은 신재생에너지 기술과 에너지 고효율 기술, 영국은 온실가스·에너지 관련 금융부문의 강점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기후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 올 연말 당사국총회 개최국인 프랑스는 독일·영국에 뒤쳐진 상황에서 벗어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협상 타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감축에 소극적이던 미국과 중국도 적극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미국은 값싼 셰일가스(천연가스)를 생산,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석탄을 대체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3일 화력발전소에 대해 2005년 대비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32% 삭감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급증하는 에너지 소비를 감당하기 벅찬데다 초미세먼지 대기오염으로 인해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중국 정부는 에너지소비의 60%를 차지하는 석탄 사용량을 줄이고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있다.

반면 일본은 다소 소극적이다. 후쿠시마 사고로 원전 가동이 줄고 석탄 화력발전이 늘어나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피크에 달한 2013년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 26%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990년을 기준으로 하면 2030년까지 EU는 40%, 미국은 24% 줄이는 데 비해 일본은 12%만 줄이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감축목표를 정하면서 산업부문을 크게 배려했다. 전경련 유환익 산업본부장은 “일본은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산업부문의 감축목표를 6.5%로 낮췄다”고 지적했다.

캐나다도 90년 대비 2%를 감축하는 수준이다. 호주는 2000년 대비 2020년까지 5%만 감축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석탄광산 등 에너지 산업보호를 위해서다.

2030년까지 배출량 계속 늘 듯
이런 속내 때문에 세계 각국의 감축 노력을 다 합쳐도 2030년까지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금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어날 전망이다. 중앙SUNDAY가 주요 38개국(EU 28개 회원국 포함)의 자발적 기여방안(INDC) 내용과 세계자원연구소(WRI)의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량 자료, 전문연구기관인 기후행동추적팀(Climate Action Tracker)의 평가내용을 분석한 결과다. 중국 등 개도국의 배출량이 당분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요지다. 이들 38개국은 기후변화협약 196개 당사국의 19%에 불과하지만 2010년 총 배출량은 전 세계의 62.1%를 차지했다.

더욱이 아직 INDC를 제출하지 않은 인도·브라질·인도네시아 등 개도국의 배출량 증가를 감안하면 2030년까지 전 세계 배출량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에서는 기온상승을 2도로 억제하려면 1차적으로 2030년까지 2010년 배출량보다 10%는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고려대 국제학부 정서용 교수는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미흡해도 파리 회의에서 ‘파리 의정서’ 등의 형태로 각국이 합의해 신기후체제가 출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아쉬운 대로 신기후체제를 출범시킨 후 5년마다 각국의 감축목표를 강화하도록 압력을 넣은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한번 INDC를 제출했다고 끝나는 게 아닌 셈이다.

일본의 개도국 배출권 확보 주시해야
2030년까지 한국의 산업부문 감축목표는 배출전망치 대비 최대 12%이다. 현재 배출량에서 바로 얼마까지 줄여야 하는 방식이 아니어서 지금보다 더 늘어날 여지는 있다. 그렇지만 마음 놓고 늘리지도 못한다. 환경부 최흥진 기후대기정책관은 “연말 국제 협상이 완료되면 국가 감축계획에 따라 제조업이나 발전·수송 등 부문별 배출량 할당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며 “제조업에 혜택을 준다면 다른 부분은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KBCSD)의 홍현종 사무총장은 “에너지 효율이 높은 우리 기업이 억지로 온실가스를 줄이다 보면 경쟁력을 잃게 되고, 그 산업이 에너지 효율이 낮은 개도국으로 옮겨가면 세계적으로는 오히려 온실가스가 늘어나는 결과도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안병옥 소장은 “EU에서 내놓은 감축목표를 보면 유럽 기업도 아직 감축 여지가 있다는 의미”라며 “장기적으로는 에너지를 덜 소비하는 쪽으로 산업구조를 조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산업 자체가 더 이상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가 감축목표 37% 중에서 25.7%는 국내에서 줄이고, 나머지 11.3%는 해외에서 배출권을 사서 채우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일본이 진행하는 ‘공동배출권체제(JCM)’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은 몽골·베트남 등 14개 개도국의 신재생에너지 개발이나 에너지 절약 사업에 참여해 배출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2011년부터 준비해 올 4월 현재 11개 프로젝트가 확정됐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한국과 달리 해외 배출권을 얼마나 확보하고, 이를 INDC에 얼마나 반영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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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