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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의 보완책 … 청년 일자리 창출엔 한계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6일 담화는 말 그대로 대국민 호소문이었다. 격문에 가까왔다. 읽어 내려가는 톤은 강했지만 ‘경제’와 ‘개혁’이란 단어가 30번 이상 나올 정도로 애절했다. 담화문엔 세계경제에서 생존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성장동력은 약화되고, 청년 일자리는 부족한 현실에 대한 대통령의 절박감이 잘 묻어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공공·노동·교육·금융의 4대 구조개혁 분야를 설정하고 노동개혁의 시급함이 잘 전달됐다고 본다.

 담화문에 나타난 노동개혁 기조와 특징은 사회적 대화 복원, 임금 중심의 유연성 확보, 실업급여 확충과 고용·복지 서비스 효율화 등 기존 사회안전망의 소폭 확충으로 요약될 수 있다. 사회적 대화 복원을 위해 취업규칙 변경 제도와 저성과자 일반 해고에 대해서는 담화에서 언급하지 않았는데, 이는 노동계에 대한 배려라 판단된다. 임금피크제를 통해 장년층 인건비 115조원을 절약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공공기관 임금피크제를 통해 2년간 8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확신도 담화문에 제시된 바 있다.

‘근로자 과반’ 유연하게 해석해야
그러나 고용 유연성 없이 임금피크제만으론 의도하는 일자리 창출을 달성하기 어렵다. 고용 유연성은 크게 임금체계-고용-근로시간의 삼각축의 최적 조합이 이뤄질 때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 현 정부 초기에 임금체계 개선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없는 상태에서 입법된 60세 정년제도는 지불 능력이 없는 중소기업에 명예퇴직 확대 등 고용 불안을 야기할 것이 자명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도입한 것이 임금피크제지만, 이를 통해 삭감된 인건비 재원으로 청년 고용이 대폭 이뤄질 것이라는 논리에는 다소의 과장이 있다. 기업의 채용은 앞서 설명한 임금체계-고용-근로시간의 삼각축 외에 투자여건 등 복합요인의 산물이다. 임금피크제를 맹신해서는 곤란하다. 또한 임금체계 개선은 업종별 특성에 맞춰 지속적으로 노력할 과제다. 올해 말로 단기 시한을 정해놓고 벼락치기로 해결될 과제는 아니다.

 고용 유연성을 위해서는 창의적 발상이 필요하다. 저성과자 해고와 같이 한계적 효과를 가져오는 이슈에 매달리기보다는 우리나라엔 없는 레이오프 제도를 휴직과 일시해고의 중간에 위치하도록 제도화해 구직 활동에 대한 사용자 지원 책임을 전제로 현장에 착근시킬 수 있다.

 취업규칙 변경을 위한 절차에선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 과반’이라는 동의 조건의 해석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근로자 과반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이 없는 기업에서 특히 그렇다. 이럴 땐 근로자 참여 및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근참법)상 종업원 대표의 표결을 차용해 근로자 과반수 산정에 포함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이 경우 ‘근로자 과반’ 조항을 ‘근로자 과반을 대표하는’ 식으로 유연하게 해석하거나, 이를 위한 최소한의 입법을 검토할 수 있다. 어쨌든 고용 유연성 없이 임금피크제만으로 일자리 창출은 어려우며 설사 그렇게 만들어진 일자리는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또한 사내 하도급의 축소를 전제로 파견 허용 규모의 확대를 검토할 수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제조업종에 파견을 허용하는 것이다. 선진국에 비해 파견인력의 사용이 매우 저조한 현실에서 파견업종 확대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여력은 아직도 높다. 다만 지금보다 사내 하도급 남용을 규율할 필요는 있다. ‘파견 허용 업종 확대+사내 하도급 남용 억제’ 패키지가 저성과자 일반 해고보다 훨씬 더 청년 일자리 창출에 효과가 있는 메뉴다.

‘파견 확대+하도급 억제’ 패키지 필요
담화문에 담긴 사회안전망의 소폭 확충은 고용보험에 집중돼 있다. 근로장려세제(EITC)·최저임금 등 전반적인 사회안전망의 개혁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고용보험의 모성보호 등 사업에 일반회계 투입, 고용보험료율의 기업 규모별 누진성 확대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 해소와 내실화를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 사회안전망 개혁 없이 노동개혁은 없으며, 사회안전망의 소폭 개선으로는 제한적 노동개혁을 이룰 수밖에 없다.

 사회적 대화 복원 이후 재차 결렬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문제는 논의 방법이다. 이슈를 단기 현안, 유연·안정성 핵심 과제, 지속 과제로 나눠 진행하는 게 합리적이다. 단기 현안 과제 가운데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입법에 대해선 사회적 대화를 복원하자마자 합의해 국회 입법으로 넘겨야 한다. 이어 고용 유연성과 사회안전망 개혁을 위한 핵심 과제를 노사가 교환할 수 있다고 본다. 임금체계 개선은 노사정위원회에서 내년 이후까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다. 고용 유연화 메뉴 중 지엽적이고 설익은 과제를 놓고 노사정이 충돌하기보다는 학계나 전문기관에 위임하는 방법도 있다.

 마지막으로 노동정책의 책임부처를 고용노동부로 단일화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부처에서 복수의 정책들이 언론을 통해 불쑥불쑥 알려져 주무부처가 도리어 끌려가는 모습도 관측된다. 현재의 국회 구조상 이루지 못할 개혁 메뉴를 주장해 판을 헝클어 놓는 것, 노사정 논의 중간에 생뚱맞은 과제를 제시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부처 정치, 자기 정치를 내려놓고 대통령의 비전을 전 정부 조직이 책임부처를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구현해내야 한다.



조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시카고대 경제학 박사. 현재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겸 경제대학장이다.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장,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고용과 성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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