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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호의 세계 책방 기행] 중국의 가장 아름다운 서점 중수거(鍾書閣)

중수거는 벽은 물론이고 바닥과 천장이 모두 책이다.

머리 위, 발 아래 책에 둘러싸여 사색에 빠지다

상하이(上海)의 쑹장(松江) 템즈타운(Thames Town) 중심가에 자리 잡은 서점 중수거(鍾書閣)는 책으로 만든 책의 유토피아다. 2층 건물의 밖과 안, 바닥과 천장, 모든 벽이 문자와 책으로 꾸며졌다. 책들이 연출해내는 경이로운 이미지, 책들이 뿜어내는 향에 사람들은 감동한다.
갈색 벽돌의 외벽은 인문고전의 시와 잠언들을 새긴 유리판으로 꾸몄다. 세계 각국의 문자들로 디자인되었다. 한자와 라틴어, 영어와 독일어와 프랑스어, 한국어와 일본어도 보인다. 수학과 물리 공식도 있다. 결혼하는 청춘들이 포토존으로 삼는다.

현관엔 예서체로 전각된 나무현판이 걸려 있다. 책을 사랑하고 책 읽기를 누리는 독자들을 이내 서점 안으로 끌어들인다. 책이 가득 꽂힌 서가로 구성된 긴 회랑이다. 강화유리를 깐 마루 아래도 서가다. 천장도 서가다.

주제별로 진열한 아홉 칸의 작은 서재
처음 중수거에 들어서는 사람들은 책을 밟을까 조심스레 발을 옮기게 된다. 책에 대한 경외심이 일어난다. 그 어디에서도 체험한 적 없는 거대한 고품격 서재다. 서점 1층의 주제는 ‘속세의 책 읽기’다. 부드러운 오렌지색 등불 아래 고풍스런 갈색의 목재 서가는 촘촘하게 꽂혀 있는 책들의 외양과 내용의 품격을 높여준다.

회랑 왼쪽의 서가 옆에 있는 작은 쪽문을 가만히 밀치면 아홉 칸의 작은 서재가 잇따라 나타난다. 중국의 전통 숫자놀이 ‘구궁격’(九宮格) 형식을 차용해서 설계했다. 주역의 한 원리이기도 하다.

서재마다 책의 주제가 있다. 서재로 들어가는 문마다 그 서재의 주제를 설명하는 목각이 걸려 있다. ‘박고통금’(博古通今: 옛것을 널리 알면 오늘에도 통한다)에는 중국의 고전문학을 비치했다. ‘국학정수’(國學精粹)에는 『노자』 『장자』 등 중국 고전 사상에 관한 책을 꽂아놓았다. ‘격물치지’(格物致知)에는 철학?종교 서적을, ‘종횡천하’(縱橫天下)에는 법률?군사?정세에 관한 책들을 비치했다. 곳곳에 신발 벗고 편하게 책 읽을 수 있는 자리를 준비해 놓았다.

회랑의 가운데는 카페 공간이다. 책 위에서 책 아래에서, 서가 가운데에서 책의 호위를 받으면서, 차 마시고 책 읽을 수 있다.
1층의 또 한 공간에선 어린이들을 맞는다. 서점이라기보다는 책을 주제로 한 생태 미술관이다. 낙타와 코뿔소, 코끼리와 고슴도치와 하마가 서가가 되어 이곳저곳에 서 있다. 앵무새와 물고기들이, 꽃잎과 나뭇잎이 벽을 장식하면서 서가가 되었다. 바닥은 세계지도다. 아이들과 엄마가 이리저리 퍼질러 앉아서 책을 읽는다. 책과 놀고 있다.

어린이관은 낙타와 코끼리와 물고기 형상으로 서가를 꾸몄다.


거울로 된 천장은 거대한 반사경이 되어 신비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아이들 책을 모티프로 한 아이들의 유토피아다. 이런 책의 유토피아에서 뛰노는 아이들 심성은 아름답고 평화롭고 창조적일 것이다.

2층의 주제는 ‘하늘의 책 읽기’다. 2층으로 오르는 책의 계단이 또 하나의 유별한 경험이다. 지상에 건설된 책의 유토피아에서 하늘의 유토피아로 오르는 지혜와 지식의 사다리다.

서가가 하늘로 휘어져 오르는 2층은 중국 근현대 문화관이다.

2층의 한 공간은 고대 중국 책의 원형이었던 ‘죽간’(竹簡)을 모티프로 디자인되었다. 예술도서들을 위한 서가다. 대나무책 속에서 책을 읽는다. 천장에서는 별이 빛난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과 함께 책을 읽는다.

2층 가운데 방은 순백이다. 순결과 순수다. 천장으로 휘어져 올라가는 서가엔 중국의 근?현대 문학작품들이 꽂혀 있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배를 타고 가는 것 같다. 이곳에서 책을 읽는 독자는 깨달음을 얻거나 명상에 잠길 것이다. 이 순백의 홀에서, 강연?강좌?대화가 진행된다. 달빛이 내리는 밤에 시 낭독회가 열린다.

또 하나의 방에는 책과 미술작품이 같이 진열되어 있다. 한쪽에서 보면 책을, 다른 쪽에서 보면 그림을 볼 수 있게 설계되었다. 작은 모임을 할 수 있는 귀한 손님(VIP) 공간이다.

“극치의 독서 공간을 만든 사람은 누구인가”
2013년에 문을 연 중수거는 건축가 위팅(兪挺)의 작품이다. 책과 사람들을 태우고 바다를 항해하는 배라고 생각하면서 설계했다. 상하이국제실내설계전에서 금상을 받았다. 2만여 종 6만여 권의 책은 한 건축가의 아름다운 생각으로 새로운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아름다운 건축과 디자인은 수많은 사람을 중수거로 몰려들게 한다. 평일엔 1000여 명, 주말이나 공휴일엔 5000명에서 1만여 명이 방문한다.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중수거’는 하나의 문화관광 코스로 떠올랐다. 해외에서도 견학하러 온다. 화둥(華東)사범대학 역사학과 교수 쉬지린(許紀霖)은 중수거의 아름다움을 극찬하는 방문기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상상했던 것보다 더 아름답다. 전위적이면서도 온화하다. 책과 인간이 함께한다. 중수거는 세계에서 유일무이하다.”
상하이의 원로 언론인 주다젠(朱大建)도 기록했다.

“너무나 예술적이다. 갑자기 깨달았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다는 것을. 극치의 책 읽기 공간을 만들어놓은 사장은 꿈꾸는 사람일 것이다.”
모든 방문자에게 경탄과 찬양을 받는 중수거에는 창립자 진하오(金浩)가 책과 함께 서서 손님을 맞고 있다. ‘상하이 시 시범창조기업’ ‘민영서점 유력브랜드’가 되었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진하오의 감동적인 경영방법에 주목한다.

서점을 시작하기 직전에 진하오는 ‘상하이의 젊은 우수교장 10인’에 선정된 바 있다. 교육자로서도 그러했지만 그의 성실과 신용, 감동과 책임감이 오늘의 중수거를 능히 만들어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성실로 고객을 대하고(以誠待人), 신용으로 일을 처리하며(以信處事), 선량한 마음을 본으로 삼고(以善以事), 덕을 바탕으로 하며(以德爲基), 화목함을 귀하게 여기고(以和爲貴), 올바른 이익을 취하며(以義取利), 관용을 배우고(學?寬容),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得感恩).”
진하오는 직원들에게 늘 강조한다.

“독자를 하느님으로 모셔야 한다.”

‘독자예약구매록’을 비치해두고 독자가 찾는 책을 적게 한다. 출판사에 연락해 책을 갖고 오거나 재고가 없으면 다른 서점에서 구입해와 독자에게 건넨다. 이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궁극으로는 좋은 평판으로 기록된다.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진하오는 개점 때부터 되풀이 말한다.

“독자는 언제나 옳다. 잘못은 언제나 우리가 저지른다.”

서점을 연 지 20년이 되는 오늘 그는 다시 말한다.

“직원이 잘못한다면 그 원인은 내게 있다.”

‘중수’(鍾書)는 올해 26세인 그의 딸 이름이기도 하다.

“나에겐 딸이 둘 있다. 하나는 우리 아이고 다른 하나는 서점이다.”

‘鍾書’의 ‘鍾’자는 동사로 쓰일 땐 총애하다, 몰두하다는 뜻이다. 딸 이름을 ‘독서에 몰두하다’라고 지은 아버지는 독자들이 독서에 빠질 수 있는 서점을 열었다.

새로운 개념의 어린이책방 ‘스토리빌딩’
아름다운 서점 중수거를 만든 진하오.
지금 인터넷 서점과 전자책으로 난리다. 종이책을 파는 오프라인 서점은 분명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프라인 서점의 출로는 어디일까. 진하오는 단호히 말한다.

“오프라인 서점은 지금 찬란한 석양을 맞고 있다. 그러나 오프라인 서점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 상하이에 2000여 개의 서점이 있는데,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환경과 시설을 바꿔나가면 생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발전할 수 있다.”

나는 올해 7월 초 상하이 중수거로 가서 진하오와 인터뷰했다. 그다음 날 중수거의 아름다움을 다시 보고 싶어 한 시간 넘게 택시를 타고 또 달려갔다.

중수거는 정말 아름다웠다. 책들의 숲이 가장 아름답다는 걸 새삼 실감했다. 어린이들이 놀고 있는 방으로 갔다. 그래, 아이들을 이렇게 책과 놀게 해야 해! 날씨가 조금 좋아서였을까. 전날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책과 뒤엉켜 있었다. 카페의 100여 개 의자는 빈 자리가 없었다.

유럽풍의 쑹장 신도시에개관한 중수거의 아름다운 건물.

중수거의 이런 아름다움을 구상하고 기획해낸 진하오의 서점 마인드는 중국에서 민영서점의 새로운 시대를 견인해내고 있다. 중수거가 2013년부터 시도하고 있는 ‘전속서재’ 프로젝트가 그 하나다. 고객의 취향과 관심사에 부응하는 선책(選冊), 공간과 서가를 개성 있게 맞춤해주는 ‘완벽한 서비스’의 시도다. 전속서재 프로젝트가 진하오의 독창품은 아니지만, 이런 문제의식을 구체적으로 실천한다는 것이 다른 서점과 차별된다.
진하오는 먼저 생각하고 먼저 실천하는 서점인이다. 인무아유 인유아정(人無我有 人有我精), 다른 사람이 갖지 못했을 때 내가 갖고 있으면 독점해서 판매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이 팔기 시작하면 나는 더 잘 만들어 판다는 프로의 자세가 그에게 있다.

진하오는 중수의 제2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테마서점, 아동서점이 그것이다. 특히 아동서점은 그의 주력 프로젝트다. 그가 추진하는 아동서점의 가장 큰 특색은 ‘스토리빌딩’이다. 전통적인 독서 방식과는 달리 그의 스토리빌딩은 대형무대에서 조명과 음향효과로 아이들에게 책 읽기는 물론 더 다양한 방식으로 지식과 재능과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아이들을 머리뿐 아니라 온몸과 감성으로 학습하게 한다. 교육?예술?오락?휴식이 융합되는 복합서점이다.

진하오는 ‘중수’를 두 성격으로 나눠 진행시키고 있다. 대중적인 책들은 ‘중수서점’에서, 품격 있는 인문?예술 책들은 ‘중수거’에서 취급한다. 앞으로 서점의 새 모델로 중수거에 주력하려 한다. 올해 안에 중수거를 또 한 곳 개관한다.

“독자들을 위해 좋은 책을 찾아라. 좋은 책을 위해 독자를 찾아라.”

1995년 8월 18일 60㎡에 지나지 않던 중수의 첫 번째 서점이 문을 연 그날의 매출은 30위안(약 5500원)이었다. 그러나 2014년에는 17개 서점에서 920만 위안(약 1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16개의 중수서점과 1개의 중수거에서 200여 명이 일한다.
서점 경영이 젊은 날의 꿈이었다는 진하오는 그 꿈대로 영락없이 책방과 책에 미친 사람이다.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책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나는 이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1976년 한길사 창립. 한국출판인회의·동아시아출판인회의 회장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역임. 파주북소리 조직위원장과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책의 탄생』 『책의 공화국에서』 등을 썼다.

주소: 中國 上海市 松江區 茸興路 388?
전화: 86-21-6766-599
http://www.zhongshu.com.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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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