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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케인' 해석, 남자의 숙명적 아픔 못 짚은듯

지난 주 중앙SUNDAY 영화 속 철학산책 '시민 케인'편을 읽으면서 나는 내내 달뜬 심정이었다. 아, 내가 최고로 좋아하는 영화, 그리고 내가 그토록 어렵게 여겼던 영화, 그러다 뒤늦게 내게 엄청난 깨달음을 준 영화. 강신주·이상용 정도면 내가 깨달은 내용을 더 분명히, 더 재미있게 설명해주겠지 하는 기대로 묘한 전율을 느낄 정도였다. 그런데. 그들의 해설은 나의 기대의 문턱까지 갔다가 결국은 모호한 관념의 세계에 머물게 할 뿐이었다. 그리하여 글을 다 읽는 순간 나는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럼 내가 '시민 케인'을 오버 센스한 것인가, 아니면 그들이 그 원초적인 인간의 아픔을 아직도 보지 못한 것일까.

케인이 죽는 순간에 내뱉은 '로즈 버드'는 어릴 적 어머니와 강제로 헤어질 때 잡고 있던 썰매의 이름이었다. 세상의 모든 아기에게 절대적 존재인 엄마. 그 엄마로부터의 강제적인 격리. 그로 인한 극심한 상실감은 인간에게 평생의 상처가 되고. 그 상처는 암암리에 그의 일생을 지배한다. 특히 남자 아이에게. 케인의 경우 그 상처는 삶을 마감하는 순간에 '로즈 버드'라는 외마디 소리로 세상 속에 뱉어진다.

엄청난 카리스마를 지닌 케인이 그토록 철부지 아이 같은 모습을 겸비하고 있는 게 과연 무엇 때문일까. 남자의 일생을 지배하는 엄마의 짙은 그림자. 특히 예기치 못한 격리로 비롯되는 상실의 깊은 상처는 우리 모든 남자로 하여금 끊임 없이 엄마를 칭얼대며 살게 만든다. 그가 만나는 거의 모든 여자에게서 엄마의 체취를 찾으면서 말이다. 그래서 케인은 위대한 케인이 아닌 시민 케인인 것이다.

가히 천재라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는 오손 웰스는 일생을 지배하는 남자의 이런 숙명적 아픔을 인생의 본질적 부분으로 간파했다고 본다. 그런데 두 분 평론가와 철학자는 이 부분을 '좌절된 꿈' 또는 '그 수 많은 낯선 것'이라고 모호하게 열어놓을 뿐이다. 물론 그들이 열어놓은 공간 속에 나같은 깨달음이 한 구석으로 자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전문가들에게 바라는 건 다소 무책임해 보이는 '열어놓음'이 아니다. 아, 그럴 수도 있구나 하며 무릎을 치게 하는 생경한 이야기가 아닐까.

'김명호의 중국 근현대'는 내가 빼놓지 않고 보는 연재물이다. 우리는 중국이 가까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중국을 잘 안다고 생각해버린다. 그러나 김교수의 글을 읽다 보면, 우리는 중국에 대해서, 특히 중국의 현대사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그런데 김 교수가 중국의 현대사를 여느 역사 글처럼 교과서스럽게 썼다면 437회라는 장구한 연재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인물 중심의 에피소드를 희귀한 사진들과 더불어 담담히 풀어나가는 그의 시니컬한 단문체 문장은 아프리카산 커피와 같이 다분히 짙은 중독성을 풍긴다. 다만 매 이야기들이 워낙 시대를 넘나들며 등장하기 때문에 중국 현대사의 전모를 일목요연하게 보기가 어려울뿐 아니라 오히려 몹시 헷갈리게 만든다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대충 이 정도쯤에선 잠깐이라도 중국 현대사를 개관해주는 내용이 실리면 어떨까 싶다.

정두언
3선 국회의원(서울 서대문을)으로 현 국회 국방위원장. 행정고시24회, 서울시 정무부시장,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 최고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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