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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부장이 노래방서 몸 만지는데 … 교장은 보고도 놔둬”

“학교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믿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됐다. 전혀 바뀌지 않는 현실에 1년 반 동안 매일 참담함을 느끼며 살았다. 교사인 나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아이들은 어땠을지….”

 서울 공립 G고 성추행 사건의 첫 피해자인 A여교사는 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심경을 밝혔다. 이 학교 교장 등 남자 교사 다섯 명은 지난해 2월부터 최근까지 여교사 8명과 여학생 10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됐다. A교사는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아이들이 믿게 될 것이 가장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성추행당한 경위를 설명해달라.

 “나를 포함해 교사 13명이 지난해 2월 1박2일로 강원도 속초로 워크숍을 갔다. 교장·교감도 있었고 여교사는 네 명이었다. 첫날 저녁 식사 후 전원이 노래방에 갔다. 거기에서 교무부장 B교사가 ‘블루스를 추자’며 나를 잡아 당겼다. ‘싫다’고 하는데도 세게 잡아당겨 내 점퍼가 찢어졌다. 너무 불쾌해 밖에 나갔다가 30분 뒤 돌아왔다. 다시 ‘선생님만 노래를 안 불렀다’고 하기에 마지못해 노래를 부르는데 뒤에서 B교사가 여러 번 내 몸을 만졌다. 계속 완강하게 거부했지만 자꾸 몸을 밀착시켰다.”

 - B교사를 제지한 사람은 없었나.

 “교장은 옆에서 보고도 가만히 있었다. 마이크로 B교사의 머리를 때리는 나를 오히려 말렸다. 교장과 B교사는 술에 취한 상태도 아니었다. 다음날 그냥 넘어가선 안 될 것 같아 워크숍 후 교감·B교사와 함께 교장을 찾아갔다. B교사도 노래방에서 일어난 일을 교장 앞에서 인정했다. ‘B교사를 다른 학교로 보내달라’고 했는데, 교장은 ‘인사철이 막 지났으니 내년까지 기다리라’고만 했다. 이후 몇 차례 더 얘기했지만 교장은 ‘난 못해. 당신이 방법을 찾아오라’며 화를 냈다.”

 - 그 뒤 어떻게 됐나.

 “우리 학교 전담 경찰관 등을 만나 내 상황을 얘기했다. 며칠 뒤 부장교사인 C교사가 ‘그냥 조용히 넘어가자. 경찰에 신고 하지 말라’고 했다. 그 와중에 B교사는 연가·병가를 거듭 내 1년을 휴직하고서 올 3월 다른 학교로 갔다. 사건은 그렇게 흐지부지됐다. 그러다 또 다른 성추행 사건이 최근에 일어나면서 다른 교사들이 교육청에 탄원서를 냈고, 이번에 교육청에서 B교사도 경찰에 고발했다.”

 - 학생들도 성추행을 당했는데.

 “미술교사 D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한 여학생이 지난해에 교무실에 와 얘기하는 것을 옆에서 들은 적이 있다. 아이들도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그 사건도 유야무야돼 결국 그 학생이 전학을 갔다. E교사가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했다는 ‘대학에 못 가면 남자는 군대를 가고, 여자는 미아리(서울 성북구의 집창촌을 의미)에 간다’는 발언은 나도 직접 그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 어떻게 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나.

 “이번에 고발된 남자 교사들이 매우 친해 서로를 ‘형’ ‘동생’으로 불렀다. 다른 교사와 학생들의 시선은 거의 의식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노래방에서 도우미들을 불러 놀아 망신스럽다는 얘기가 교내에 돌 정도였다. 오죽하면 ‘개교 멤버 공화국’이란 말이 나왔겠나.”

 (교장과 B·C·D교사는 다른 교사들보다 두 달 앞서 이 학교에 왔다. 그래서 ‘개설 요원’이라 불렸다. E교사는 지난 3월에 왔다. ‘개설 요원’은 교칙 제정 등 학교의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역할을 맡았다.)

 - 여학생 성추행을 목격하기 어려웠나.

 “학교 내부가 확 트여 있는 구조가 아니고 은밀한 공간이 의외로 많다. C교사가 여학생을 성추행한 것으로 알려진 과학실은 그 안에 별도의 방이 있다. C교사는 그곳을 개인 사무실 겸 상담실로 썼다. 그런데 밖에서 들여다볼 수 없게끔 창문을 종이와 나무 책장으로 가려 놓았다. D교사의 미술실도 똑 같은 구조다.”

 - 성추행 교사들에게 반성의 빛은 없었나.

 “학생들 말에 따르면 D교사는 ‘나는 교장이랑 친하고 국회와 청와대에 아는 사람이 있으니 끄떡없다’고 큰소리를 쳤다. E교사는 다른 선생님들에게 “방학이 끝나면 학교로 돌아올 것이니 걱정 말라”고 했다고 한다. 여교사들만 쓰는 교무실 책상 위에 커터칼이 놓여져 있어 모두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있다. 누구의 소행인지 짐작은 하지만 증거가 없어 더 이상 얘기하지 않겠다.”

 - 지금 심정은.

 “내가 최초 피해자다 보니 많은 관심이 쏠려 부담스럽다. 지난해 2월에 교장이 단호하게 대응만 했어도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거다. 정부가 학교 내 성폭력을 뿌리 뽑겠다고 하는데, 제발 꼭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걱정이다. 성추행 교사들을 바로 격리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아 큰 고통을 겪었다. 학생들이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A교사가 겪은 성추행과 관련해 이 학교 교장은 지난달 31일 본지에 “그 노래방 사건은 크게 문제 될 게 없다고 당시에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D교사는 7일 통화에서 “지난해에 내가 제작한 박근혜 대통령 초상화를 청와대에 기증했는데 그게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졌다. 그래서 학생들이 나를 향해 ‘저 선생님 뒤에는 청와대가 있다’는 말을 했다. 내가 직접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다. 내가 성추행했다는 것은 내게 불만 있는 학생들이 지어낸 얘기다”고 주장했다. 본지는 B·C·E교사에게도 해명을 듣고자 전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으나 응답이 없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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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