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Saturday] 빗나간 과시욕 ‘트로피 헌팅’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미국인 트로피 사냥꾼들이 죽은 코뿔소 위에 성조기를 올려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페이스북]

지난달 27일 짐바브웨에서 발생한 ‘국민 사자’ 세실의 도륙에 전 세계가 분노했다. 미국인 치과의사 월터 파머(55)가 현지 가이드에게 5만 달러(5800만원)를 주고 짐바브웨의 자랑이었던 열두 살 수사자를 석궁으로 죽였기 때문이다. 세실은 목이 잘리고 가죽이 벗겨진 채 국립공원 밖에 죽어 있었다.

 세실 사건은 아프리카에서 횡행한 ‘트로피 사냥’(trophy hunting) 논란에 불을 지폈다. 트로피 사냥은 오직 인간의 재미와 만족감만을 위해 사자·코뿔소·버펄로 등 대형 동물을 총과 석궁 등으로 사냥하는 것을 가리킨다. 주로 남아프리카공화국·나미비아·보츠와나 등 아프리카 사바나(초원)에서 활발하다. 이렇게 사냥한 동물의 머리·가죽을 떼어 만든 과시용 박제품을 ‘헌팅 트로피’라고 부른다. 트로피 사냥에 종사하는 사람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만 7만 명. 매년 9000명이 트로피 사냥을 즐기기 위해 남아공을 찾는데 이들 중 90%가 미국인이다.

 트로피 사냥은 잠비아·보츠와나를 제외한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에서 법으로 허용하고 있다. 미국·유럽에서 날아온 사람들은 야생동물 사냥 기회를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주고 구매한다. “사냥할 수 있는 대상과 구역은 굉장히 제한적”이라고 사냥 업체들은 설명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웃돈만 얹어주면 멸종위기 종까지 가리지 않고 사냥할 수 있다. 멸종위기의 검은 코뿔소는 5000마리가 채 안 되지만 트로피 사냥의 ‘인기 상품’이다. 지난해 한 업체가 35만 달러(4억9000만원)에 내놓은 검은 코뿔소 사냥 상품은 순식간에 매진됐다.

 사냥의 잔혹성과 더불어 동물의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만큼 트로피 사냥 자체를 금지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코끼리는 최근 10년간 절반 이하로 줄었으며 사자도 42% 감소했다. 2013년 한 밀렵꾼이 짐바브웨 국립공원의 샘물에 독극물을 풀어 야생 코끼리 100여 마리를 몰살시켜 상아를 몰래 떼어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사냥꾼들은 자신의 사냥 전리품을 과시하려 한다. 세실을 죽인 파머는 과거 대형 사슴, 버펄로, 북극곰 등을 활로 쏘아 죽인 뒤 뉴욕타임스와 자랑스럽게 인터뷰를 했다. 미국 아이다호주에 사는 여성 사브리나 코카텔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보다 더 행복할 순 없다”는 소감과 함께 도륙한 기린, 영양, 아프리카 흑멧돼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정부가 돈을 벌 요량으로 잘못된 트로피 사냥과 밀렵을 방치한다는 지적도 있다.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IFAW)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한 해 트로피 사냥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약 1억1200만 달러(1308억원), 탄자니아는 3200만 달러(373억원)다. 트로피 사냥으로 번 돈을 각국 정부가 야생동물 보호에 씀으로써 야생동물을 보호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수익 중 고작 3%만이 지역사회로 환원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수익 대부분은 정부와 트로피 사냥을 알선한 업체들에 돌아간다. “과도한 트로피 사냥에 대한 단속을 무마하기 위한 사냥 업체들의 로비와 뇌물만이 판을 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